지방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는데, 게임의 룰이 아직도 확정되지 않았다. 국회가 선거구 관련법을 상정해 처리해야 하는데, 거대 양당이 전국적으로 적용할 선거구 기준 마련에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주특별법 개정안에 규정된 도의원 정수 조정과 교육의원 존치 여부 등도 결정되지 않아, 출마예정자는 애가 탄다.

헌법재판소는 2018년 판결에서는 지방의원 선거구 인구 편차를 3 대 1까지만 허용한다는 내용으로 강화된 기준을 마련했다. 오는 제8회 지방선거부터 새로운 기준을 적용해 선거구를 결정해야 한다.

도내 선거구 가운데 인구가 가장 적은 곳은 정방동·중앙동·천지동 선거구로, 지난 2020년 기준 인구는 9534명이다. 그런데 제주시 아라동 인구는 3만8137명, 애월읍은 3만7893명 등으로 정방동·중앙동·천지동 인구의 3배를 초과한다. 애월읍과 아라동의 선거구를 각각 두 개로 분리해 지역구 선거구를 2개 늘리던가, 정방동·중앙동·천지동 선거구를 인근 다른 선거구와 합쳐야 한다.

그런데 지방선거에 적용할 제주도의회 의원 선거 기준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다수의 언론에 따르면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일 오후 여의도 국회에서 만나 3월 임시회 남은 기간(4월 5일까지)에 처리할 법안에 대해 논의했는데 선거구 관련 법안 처리에 대해서는 합의하지 못했다.

공직선거법은 물론이고 제주도 지방선거와 관련한 법안 두 건도 사실상 처리되지 못했다. 현재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에는 송재호 의원이 발의한 제주특별법 개정안과 이해식 의원이 발의한 제주특별법 개정안 등 두 건이 상정됐다.

송재호 의원은 지난해 11월 도지사 후보가 행정시장 후보를 반드시 예고하도록 하고, 도의원 정수를 43명에서 46명으로 늘리는 내용으로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이해식 의원은 올해 1월에 제주도에만 유일하게 남아있는 교육의원제도가 민주적 정당성과 주민 대표성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이 있다며, 이를 폐지한다는 취지로 제주특별법 개정안은 발의했다.

하지만 법안은 본회의에 오르지도 못한 상태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교육의원 선거를 치를지 여부를 결정하고 조례를 개정해 선거구를 확정할 수 있다. 그런데 당연히 거쳐야 할 과정이 국회 거대 양당의 직무유기로 지체된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가 열리기 6개월 전까지는 선거구가 획정돼야 한다. 6.1지방선거 선거구 획정의 법정처리 시한은 지난해 12월 1일이었다. 국회가 법이 정한 시한을 4개월 넘겨 넘겼는데, 아직도 직무유기에 관해 책임을 느끼지 못한다.

선거구 획정이 지체되는 일은 선거마다 반복됐던 문제다. 예비 후보자들이 큰 피해를 본다. 유권자도 지방선거에서 자신이 속한 지역구가 어딘지, 어떤 후보가 경쟁하는지 모르는 상황에 놓여 주권행사에 방해를 받는다.

거대 양당의 횡포로 풀뿌리민주주의가 병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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