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②] 갈대와 꼬막, 흑두루미의 천국, 순천만습지

순천시는 민선 4기 노관규 시장이 재임하던 2008, ‘대한민국 생태수도 순천이란 슬로건을 발표했다. 지방 중소도시인 순천시의 비전을 생태에서 찾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 보전을 위해 전봇대 282개를 뽑았고, 2013년에는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2015년에는 순천만정원이 대한민국 제1호 국가정원에 선정됐고 순천시는 2018년 제주, 창녕, 인제 등과 더불어 람사르습지도시로 선정됐다.

순천은 도시가 품은 자연과 생태의 가치에 주목한 결과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생태도시로 인정받는다. 그 중심에는 노관규 시장이 언급한 순천만국가정원과 더불어 순천만습지가 있다.

순천만은 여수반도와 고흥반도로 둘러싸인 만() 지형으로 넓은 갯벌과 갈대밭이 발달한 만입형 연안습지이다.

순천 시가지를 남북방향으로 관통한 동천과 순천 서북쪽에서 흘러온 이사천이 합류하는 지점에서부터 갯벌과 갈대 군락지가 드넓게 드러나는데, 이곳이 순천만습지가 시작하는 지점이다. 갈대 군락지에는 다양한 게 무리가 득실대고, 짱뚱어가 여기저기서 기척질을 해댄다. 그리고 잿빛 갯벌 위에는 갓 지나간 새의 발자국이 선명하게 보이고, 종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새들이 날개짓을 한다.

 

순천대 김준선 교수에 따르면, 순천만은 밤게와 농게, 고둥과 꼬막, 갯지렁이, 짱뚱어, 숭어의 보고인데, 특히 꼬막은 국내 생산량의 70%가 순천만에서 잡힌다. 이곳에선 어부들이 어선을 타고 꼬막을 잡기도 하고 아낙들이 뻘배를 타고 나가 채취하기도 하는데, 특히 아낙들이 손으로 채취한 꼬막은 최고의 상품으로 인정을 받는다.

짱뚱어 낚시도 유명하다. 순천만의 광활한 갯벌에 짱뚱어가 서식하는데 수질오염에 민감하기 대문에 환경오염의 지표종으로 인정을 받는다. 짱뚱어는 동작이 매우 빠르지만 이 일대 어부들은 낚시로 짱뚱어를 잡는다. 짱뚱어 낚시꾼들은 긴 낚싯줄로 짱뚱어를 채 올려 잡는데 그 모습이 가히 신기에 가깝다. 꼬막 뻘배나 짱뚱어 낚시는 순천만에서 볼 수 있는 독특한 삶의 문화유산이다

순천만은 민물도요새, 혹부리우리. 흑두루미와 저어새, 검은머리갈매기 등 다양한 새들이 먹이를 찾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국제적인 희귀조류 25여종을 비롯하여 한국 조류 220여종의 월동 서식지로 알려졌다.

순천만습지에서 특별히 주목을 받는 새는 천연기념물인 흑두루미다. 순천시에 따르면, 1996년 이곳에서 흑두루미 79마리가 확인된 이후 2008854마리, 2013334마리로 해마다 그 수가 증가하더니, 2022년에는 9841마리가 확인됐다. 시가 습지를 복원하고 가꾸는 사이, 이곳은 흑두루미의 천국이 됐다.

순천만습지는 갯벌 면적과 연동되어 있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기는 어렵지만 간조 시에 나타나는 갯벌 면적(12)과 갈대 군락지가 발달한 면적(5.4)의 범역을 순천만습지로 간주하고 있다. 순천만은 2003년에는 습지보호구역으로, 2006년에는 람사르습지로 지정됐다.

순천시는 20007월에 남해안 관광벨트 개발계획 사업으로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을 조성하기 시작해 200411월부터 운영을 시작했다. 2008년엔 순천만 주변 약 537를 생태계보존지구로 지정하고 주변지역 상가 건물 7동을 이전하거나 리모델링해 철새 탐조대와 쉼터로 조성했다. 흑두루미 등 철새 보호를 위해 전봇대 282개를 철거한 것은 잘 알려진 일화다.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은 20161월에 명칭이 순천만습지로 바뀌었다. 현재는 탐방안내도, 체험관, 쉽터, 갈대밭 탐방로, 전망대, 탐조대, 생태체험관, 생태체험선 등을 갖추고 있어, 방문객은 다양한 방식으로 순천만습지를 만끽할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가 2019년 전국 주요 관광지점의 방문객을 조사한 결과,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에 618만 명의 관광객이 다녀간 것으로 확인됐다. 입장객 수 기준, 놀이시설을 제외한 순수 관광지로서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다녀갔다는 자료다.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는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추천 웰니스 관광지에 지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회 연속 선정되기도 했다. 순천만국가정원과 순천만습지의 성인 입장료가 15000원임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순천만습지는 순천의 학생들이 자연과 생태계를 공부하는 학습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순천만생태문화교육원은 교육과정 연계 생태체험학습을 운영하는데, 지난해에 참여한 학생은 5000명이 넘는다.

학생들은 순천만국가정원, 순천만습지를 배경으로 초·중학교 교과내용과 연관된 내용을 현장체험 형식으로 공부한다. 순천시는 생태체험학습에 참여하는 전남의 학생들을 위해 순천만국가정원, 순천만습지 등의 시설을 무료로 개방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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