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지(濕地, wetland)는 습윤한 상태를 유지하며 그런 환경에 적응된 식생이 서식하는 장소를 의미한다. 영양물질이 풍부하고 생산성이 높아 여러 가지 생태적 기능을 담당한다.

습지는 내륙에 속한 내륙습지와 해안에 있는 연안습지로 구분되는데, 내부에 많은 양의 자양분을 함유하고 그것을 생물에 공급한다. 습지의 풍부한 생태계는 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이 뛰어나 기후변화를 완화하는 역할도 한다. 또, 습지에 함유된 토양과 식물은 수질을 정화하고 물고기가 알을 낳고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결과적으로 습지의 풍부한 식생은 새들이 쉬면서 먹이를 찾는데 좋은 여건을 제공한다.

그런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산업화와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습지가 파괴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물새 수가 급격하게 줄자 습지를 보호하기 위한 국제협약이 추진됐다.

1971년 2월 2일 이란의 카스피해 연안 람사르(Ramsar)에서 개최된 국제회의에서 UNESCO 주도하에 습지 보존 협약 본문에 대한 최종 합의가 도출됐다. 협약에 18개국 대표가 협약에 서명해 1975년 12월 21일부터 발효됐다. 협약의 정식 명칭은 ‘물새 서식지로서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the convention on wetlands of international importance especially as waterfowl habitat)인데, 통상 ‘람사르협약’이라 부른다.

협약에 가입한 나라는 람사르습지 목록에 포함할 습지를 적어도 한 군데 이상 지정해야 하고, 지정된 습지를 보전하고 습지를 현명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또, 습지 및 그 동식물에 관한 연구, 관련 자료 및 간행물을 교환하는 것을 장려하고 물새 수가 증가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습지 관련 종사자들을 교육해야 한다.

지난 2018년 기준으로 170개 나라가 협약에 가입했는데, 전세계 2300여 지역이 람사르습지로 지정됐다. 우리나라는 1997년 7월, 101번째로 람사르협약에 가입했고 1999년에 습지보전법을 제정해 습지보호구역 지정과 관리 등을 포함한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기준으로 국내 습지보호지역을 지정된 곳은 총 51개 지역이다. 그 가운데 30개 지역을 환경부가, 14개 지역을 해양수산부가, 7개 지역을 시도지사가 각각 지정했다. 제주도의 습지보호지역은 물영아리오름과 1100고지, 물장오리오름, 동백동산습지, 숨은물뱅듸 등 5곳이다.

전국 51개 습지보호구역 가운데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곳은 24개 지역이다. 제주도의 5개 습지보호지역은 모두 람사르습지로 지정됐다.

한편, 대한민국과 튀니지는 지난 2011년에 ‘람사르습지도시 인증제도’를 공동으로 제안했는데, 2015년 열린 제12차 람사르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정식으로 채택됐다.

람사르습지를 포함하는 도시가 △습지 생태계서비스 보전방안 △습지 복원·관리방안 △습지 통합적 보전계획(토지·공간이용) △습지 혜택·서비스 교육·홍보 △습지도시 관리를 위한 지역공동체(지역위원회) 운영을 갖추면 습지도시로 인증한다는 내용이다. 인증기간은 6년이다.

2018년, 우리나라 4개 도시(제주, 순천, 창녕, 인제)를 포함해 7개국 18개 도시가 최초로 습지도시 인증을 받았다. 그리고 2022년에는 서귀포시, 고창군, 서천군 등 국내 3곳 등을 포함해 13개 나라 25개 도시가 제2차 ‘람사르습지도시’ 인증을 받았다.

람사르습지도시로 인증을 받게 되면 지역 농·수산물이나 생산품 판촉, 생태관광 활성화 프로그램 등에 람사르습지도시 상표를 활용할 수 있다. 또, 환경부로부터 습지의 보전·관리, 인식증진, 생태관광 기반시설 확충 등에 필요한 비용도 지원받는다.

서귀포시와 제주시를 포함해 인증을 받은 전국 7개 도시는 습지도시의 지위를 활용해 도시의 품격을 높일 기회가 열렸다. 특히, 1차 습지도시에 선정된 순천은 순천만국가정원과 더불어 순천만습지를 도시브랜드의 핵심으로 선정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서귀포시가 람사르습지도시로 인증을 받은 만큼, 습지에 대한 종합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 다른 도시의 사례를 통해 길을 찾는 일도 필요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