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 칼럼③] 강영봉 제주어연구소장

언어에는 배경이 있다는 말이 있다. 이때 언어의 배경은 자연적, 역사적, 문화적 배경 등 모든 요소가 포함된다. 그 예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삼국유사(2, ‘48 경문대왕’)]를 들 수 있다. 임금님 귀가 당나귀 귀처럼 위로 솟아올랐다는 비밀을 복두장(幞頭匠) 한 사람만 알고(모자를 만드는 복두장이 임금의 당나귀 귀를 감추기 위한 모자를 만듦) 다른 사람들은 모른다. 복두장은 죽을 때가 되자 대나무 숲에 가서 우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 외쳤다. 그다음부터 바람이 불면 대나무 숲에서 우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소리가 났다. 이 이야기는 널리 번지게 되고, 소문을 들은 임금은 대나무를 베어 내고 산수유나무를 심게 하였다. 산수유나무가 자라서 숲을 이룬 이후 바람이 불면 우리 임금님 귀는 길다라는 소리가 났다. “우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우리 임금님 귀는 길다라는 말이 각각 대나무 숲과 산수유나무 숲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언어인 셈이다. 이는 자연적 배경에 따라 말이 달라진 경우다.

연체동물인 문어를 보자. 제주도 동쪽 지역인 조천읍, 구좌읍, 성산읍, 표선면, 남원읍, 서귀읍에서는 문게라 하고, 서쪽 지역인 중문면, 안덕면, 대정읍, 한경면, 한림읍, 애월읍에서는 물꾸럭또는 무꾸럭이라 한다. 이는 고려 말부터 조선 초까지 제주도를 동도현서도현으로 나눈 행정 체제와 거의 일치한다.

돌하르방은 어떠한가. 돌하르방제주목의 중심인 관덕정 주위, ‘정의현이 있는 성읍 그리고 대정현의 중심인 대정골에 있다. 그 규모로 보면 제주목의 것이 제일 크고, 대정현 것이 제일 작다. 물론 정의현의 돌하르방은 중간 크기다. 이는 조선시대 때 제주도를 제주목, 정의현, 대정현으로 나눈 삼현 행정 체제에 견줄 수 있다. 제주목이 가장 넓고, 그다음이 정의현, 대정현 순이다. 돌하르방의 규모 또한 현의 면적과 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돌하르방의 명칭도 제주목에서 무석목’, 정의현에서 벅수머리’, 대정현에서는 우석목이라 하여 다르게 부르는 것 또한 지역적 차이다.

기름을 친 번철에서 메밀가루 반죽으로 전을 둥글넓적하고 얇게 지지고, 거기에 무채나 팥소를 넣어 길쭉하게 빙빙 말아 만든 떡을 성산읍, 표선면, 남원읍 등에서는 전기또는 전기떡이라 하고, 중문과 색달 등지에서는 영빈이라고 한다. 이 또한 서귀포시가 고려 말부터 1910년대까지 성산읍, 표선면, 남원읍, 서귀읍 지역을 정의현, 중문면, 안덕면, 대정읍 지역을 대정현이라는 지역성을 반영한 이름이다.

지난 회차에서 언급한 몽골어 차용어인 녹대가달도 제주도가 몽골과의 연관성에서 설명할 수 있다. 제주도는 13, 14세기 몽골과 100년 동안 밀접한 관계에 있었다. 이때 몽골과의 접촉에 의해 많은 몽골어가 들어오게 된다. “, 이거 마탕 먹으라.(옜다, 이거 받아서 먹어라.)”, “쉐 두 설은 다간이라.(소 두 살은 다간이야.)”에서 다간은 각각 몽골어 ’, ‘다가에서 온 말이다. 몽골어 는 손아랫사람이 손윗사람에게 또는 손윗사람이 손아랫사람에게 쓸 수 있다. 손위, 손아래를 가리지 않고 사용한다. 그러나 제주에서는 언제나 손윗사람이 손아랫사람에게만 말한다는 차이가 있다. 몽골어 다가도 어린 말인 망아지가 그 대상인데 비하여 제주도에서는 그 대상이 말에서 소로 바뀐 것이 다르다.

이렇게 배경에 따라 말이 다르고, 많은 말을 만들어 내는 것이 제주어의 특성인 다양성이다. 이 다양성이 제주어의 본래 모습이며, 또한 제주어를 어렵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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