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 칼럼⑧] 강영봉 제주어연구소장

제주어가 소중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국어사학계, 국어방언학계의 평가 또한 그러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맨 처음으로 제주어 보전 및 육성 조례를 제정한 일, 유네스코가 소멸위기 언어로 분류한 일 등등이 그 증거들이기도 하다.

잠녀가 예전에 물질할 때 입었던 물소중의어깨끈을 메친’[지역에 따라 메끈, 미친이라 함]이라 한다. “메친은 어께끈게, 어께끈.”, “메친 두 개믄 어께말(어깨허리) 경 ᄀᆞᆮ곡.등에서 메친을 확인할 수 있다. ‘메친어께끈’[‘어깨의 옛말이 엇게이기 때문에 어께로 적었다.]이라고 하면 =어깨’, ‘=이라는 등식이 성립된다. 이렇게 되면 어깨라는 뜻을 지닌, 표준어에는 없는 라는 소중한 어휘를 얻게 된다. ‘-신다’, ‘-디다처럼 ‘( )-메다(어깨에 물건을 걸치거나 올려놓다)’ 공식에서 괄호 ( ) 속을 라는 어휘로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면 메ᄫᅡᆺ다라는 옛말의 의미를 한쪽 어깨를 벗다.’라 확신하게 된다. ‘메어꽂다, 메어붙이다, 메어치다, 메다붙이다, 메다치다등 어휘가 각각 어깨 너머로 하다.”라는 의미를 지니게 됨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물질 못허게 테왁을 메다부쳐 불언게.”라 말하는 어느 잠녀의 푸념도 실감 있게 다가올 것이다.

댕기갈치’, ‘아이몰른눈’, ‘앚인안개등은 어떠한가.

멜갈친 족은 갈치렌 허는 말이주게. 멜이 족은난게. 겐디 우린 댕기갈치렌도 허여.” 표준어로 옮기면 멜갈치는 작은 갈치라고 하는 말이지. 멸치가 작으니까. 그런데 우리는 댕기갈치라고도 해.”란 말이다. ‘멜갈치는 표준어 풀치(새끼 갈치)’에 해당하는 방언형이다. 크기가 작으니 멜갈치. 크기가 작은 새끼 갈치를 머리 장식 끈인 댕기를 연결 댕기갈치라 표현함으로써 한결 아름다운 어휘로 변화시키고 있다.

아이몰른눈 오믄 풍년 든덴 허주.(도둑눈 오면 풍년 든다고 하지.)”, “오좀 ᄆᆞ르왕 일어낭 보믄 아이몰른눈이 이만이 왕 잇어. 뽀드득뽀드득 멘발로 걸어강 오좀 눠 불민 ᄒᆞ꼼 얼긴 허주마는 경헤도 기분은 좋아.(오줌 마려워서 일어나 보면 도둑눈이 이만큼 와 있어. 뽀드득뽀드득 맨발로 걸어가서 오줌 눠 버리면 조금 춥기는 하지마는 그래도 기분은 좋아.)”아이몰른눈도 아름답기는 마찬가지다. 밤새 잠자다 일어나 보니 마당 가득 눈이 쌓여 있다. 이런 눈을 아이몰른눈’, ‘아이모른눈이라 한다. 아이가 잠자는 동안 아이 모르게 수북하게 쌓인 눈이라는 뜻이다. 이런 눈을 표준어로는 도둑눈라 한다. ‘도둑개, 도둑고양이, 도둑글, 도둑빨래, 도둑잠, 도둑장가도둑이 연결된 어휘들은 대체로 어감이 좋지 않다. ‘도둑눈에서 도둑대신에 아이모르다를 연결해서 새로운 어휘를 만들었으니 생각도 아름답고 결과 또한 아름답다.

아지렝이, 것도 부영허난게 앚인안개라.”에서 앚인안개는 무엇일까? 앚인안개주로 봄날 햇빛이 강하게 쬘 때 공기가 공중에서 아른아른 움직이는 현상을 말한다. 대개 벳ᄀᆞ랑이, 벳ᄀᆞ멩이, 벳도체비등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 어휘들은 표준어 아지랑이에 대응한다. ‘아지랑이앉은 안개라 했으니 아름답지 않은가.

이런 아름다운 제주어가 사라진다면 제주정신은 퇴색할 것이다. 전통적인 제주문화 또한 제 모습을 찾을 수 없게 될 것이다. 제주어를 지키고 올바르게 자주 말하는 것이야말로 제주정신을 잇고, 제주문화를 보전하는 길이다. 모두가 제주어, 함께 지켜야 할 소중한 우리말임을 깨닫고 지키는 데 앞장섰으면 한다. 여러분의 정진을 바라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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