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 칼럼⑤] 강영봉 제주어연구소장
지난 회차에서 표준어 ‘호미’의 방언형으로 ‘곱은쇠, ᄀᆞᆯ각지, ᄀᆞᆯ강쇠, ᄀᆞᆯ게, ᄀᆞᆯ게기, ᄀᆞᆯ겡이’ 등 여섯 개, ‘해파리’의 방언형으로 ‘물망테, 물미셍이, 물방석, 물쐬기, 물어음, 물우슬, 물우실, 물이슬, 물이실, 미설, 미실, 미우설, 수박망테, 우박망테, 호박망테’ 등 열다섯 개 어휘가 있음을 말하고 이를 방언의 다양성으로 설명하였다. 이 다양성을 지닌 어휘들을 어떻게 적어야 할까.
우선 <한글 맞춤법>의 ‘소리 나는 대로 적되, 어법에 맞게’ 적어야 한다는 원칙을 따르면 된다. 이 원칙은 ‘발음 대로 충실하게’ 적는 것이며, ‘문법에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일전에 어느 시중 은행의 모토로 “같이의 가치”를 제시한 적이 있다. 발음은 [가치의 가치]인데 앞의 발음 [가치]는 ‘같이’로 적고, 뒤의 [가치]는 ‘가치’로 적은 것이 ‘소리 나는 대로 적되, 어법에 맞게’라는 원칙이 적용된 결과다. ‘같이’는 이른바 구개음화에 의해서 [가치]로 발음한 것이고, 한자어 ‘가치(價値)’는 [가치]로 발음하니 소리 나는 대로 적은 것이다. 이 원칙은 제주어에도 적용된다.
둘째 ‘아래아’는 제주어 특징 가운데 하나라 하여 무분별하게 ‘아래아’를 쓰는 일은 삼가야 한다. ‘아래아’로 발음하고, 또 그렇게 들리면 ‘아래아’로 적으면 된다. 또 ‘아래아’와 ‘오’ 구별도 신경 써야 한다. ‘아래아’일까 ‘오’일까 망설이게 되는 경우 제주어를 현대국어와 비교해 보면 쉽게 판단할 수 있다. 곧 비교 결과 형태 변화가 있으면 ‘아래아’로, 변화하지 않았으면 ‘오’로 적으면 된다. “일본 살 때 ᄃᆞᆯ 보멍 하영 울어서.”에서 ‘ᄃᆞᆯ’은 현대국어에서는 ‘달’로 변했기 때문에 ‘아래아’ ‘ᄃᆞᆯ’로 쓴다. “돌로 멘드난 돌하르방게.”에서 ‘돌’은 현대국어에서도 ‘돌’로, 아무 변화가 없으니 ‘돌’로 적는다. “자당 ᄃᆞᆨ 울민 일어낭 밥허곡.”에서 ‘ᄃᆞᆨ’은 현대국어에서 ‘닭’으로 변했기 때문에 ‘ᄃᆞᆨ’으로 쓰고, “요번 잔치엔 돗 두 머리 잡앗덴 헤라.”에서 ‘돗’은 현대국어의 ‘돼지’에 대응하는 어휘이기 때문에 모음 ‘ㅗ’가 변화하지 않았으니 ‘돗’으로 적은 것이다.
셋째 동사와 형용사인 경우는 어미 ‘-지’ 또는 ‘-곡’을 붙여 보면 된다. 이 두 어미는 어간 모음이 양성모음인가 음성모음인가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으며, 자음으로 끝난 어간이냐, 모음으로 끝난 어간이냐 또한 문제되지 않기 때문이다. 어간에 어미 ‘-지, -곡’을 붙여 보고, 말이 되면 ‘-지’나 ‘-고’ 자리에 ‘-다’를 붙이면 사전에서 찾고자 하는 동사 또는 형용사가 된다. “갈치, 오널은 하영 나끄지 못헤서.”라 말하기 때문에 ‘-지’ 자리에 ‘-다’를 넣으면 ‘나끄다’가 사전에서 찾고자 하는 기본형이 된다. 그러면 ‘나끄다’는 ‘나깐(나끄안), 나끄난, 나끄믄’처럼 활용하니 그렇게 적으면 된다. “그 사름, 말광 행동이 ᄀᆞ뜨지 아년다게.”라 말하니 ‘-지’ 자리에 ‘-다’를 넣으면 ‘ᄀᆞ뜨다’가 기본형이 되고, ‘ᄀᆞ딴, ᄀᆞ뜨난, ᄀᆞ뜨멍말멍’처럼 적으면 된다.
넷째 체언인 경우는 받침이 문제다. 우선 주격 ‘이’나 서술격 ‘이라’를 붙여서 발음해 보고 그 발음에 나타나는 자음을 체언의 끝소리로 적으면 된다. ‘전(田)’의 의미로, “[바시] 하믄 일부제”처럼 [바시]로 발음되면 받침을 ‘ㅅ’으로 써서 ‘밧[田]’으로 적으면 된다. ‘콩잎’은 “여름 쌈으론 멜첫에 [콩니비라]”처럼 [콩니비]라 하니 ‘ㅂ’ 받침으로 써서 ‘콩닙’으로 적으면 된다. 이 ‘콩닙’은 15세기 말 ≪구급간이방≫(3:114)에 나오는 어휘이기도 하니 옛말을 남아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