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 칼럼④] 강영봉 제주어연구소장

방언도 배경에 따라 말이 다르고, 많은 어휘를 만들어 낸다. 방언이 지니는 다양성이다. 이 다양성은 제주어에도 적용된다. 이 다양성이야말로 제주어 본래 모습이며 다른 한편으론 제주어를 어렵게 하는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대정 지역에서 조사할 때는, “우린 저 정의 말 허고는 달라마씸.(우리는 저 정의 말 하고는 달라요.)” 하는 말을 듣는다. 마찬가지로 정의 지역에 가서 조사하다 보면 우린 저 대정 말광은 ᄄᆞ나(우리는 저 대정 말과는 달라.)” 하는 말도 듣는다. 이런 논평은 말에 대한 자그마한 차이를 인식하고 있다는 것과 함께 지역에 따라 말이 다름을 보여주는 언급이다.

김매는 도구인 호미를 보자. ‘호미는 지역에 따라 곱은쇠[귀덕], ᄀᆞᆯ각지[성산 성산-수산 신산 온평 표선 가시], ᄀᆞᆯ강쇠[온평], ᄀᆞᆯ게[보목], ᄀᆞᆯ게기[성산-수산 온평 표선], ᄀᆞᆯ겡이[선흘 송당 함덕 삼달 성읍 남원 하원 덕수 대평 동광 구억 신도 청수 월령 봉성 외도 도련]’ 6개의 어형으로 나타난다[대괄호 속의 지명은 조사 지점이다. 이는 다음의 해파리경우도 마찬가지다. 지점 이름 가운데 붙임표로 연결된 경우는 그 이름이 두 군데이기 때문에 구별하기 위한 것이다. ‘성산-수산성산읍 수산리, ‘애월읍 수산리애월-수산과 구별하기 위한 것이다]. ‘구부러진 쇠라는 뜻을 지닌 곱은쇠를 제외하고는 모두 ᄀᆞᆰ다라는 옛말과 관련이 깊다. ‘ᄀᆞᆯ각지, ᄀᆞᆯ게, ᄀᆞᆯ게기, ᄀᆞᆯ겡이등은 ᄀᆞᆰ다의 어간 ᄀᆞᆰ-’에 접미사 ‘-악지, -, -에기, -엥이가 연결되어서 파생어를 이룬 경우이고, ‘ᄀᆞᆯ강쇠는 어간 ᄀᆞᆰ-’에 어미 ‘-라는 명사가 이어져 형성된 합성어다. 이들은 모두 옛말 ᄀᆞᆰ다에서 왔기 때문에 끝이 날카롭고 뾰족한 도구로 문지르거나 긁다.’는 뜻을 지닌다.

또 강장 동물인 해파리를 생각해 보자. ‘해파리는 지역에 따라 물망테[구좌-세화1], 물미셍이[한림], 물방석[구좌-세화], 물쐬기[표선], 물어음[가시], 물우슬[노형], 물우실[이호], 물이슬[조천 성산-수산 서호 하원 화순 인성 조수 애월-수산 외도 노형], 물이실[서홍 인성 애월-수산], 미설[한림], 미실[비양], 미우설[조수], 수박망테[우도], 우박망테[우도 온평], 호박망테[온평]’ 15개 형태로 나타난다. 15개의 이름은 국어사전에 나오는 해파리라는 이름으로 등재된 11종류의 해파리 가운데 어느 해파리에 해당하는 것인지 하는 과학적 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여기서는 해파리하나에만 해당하는 방언형으로 제시한 것이다.

호미해파리는 하나의 뜻에 이름이 여럿 나타나는 경우다. ‘호미에 대응하는 6개의 어휘와, ‘해파리에 해당하는 어휘 15개 모두 알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표준 제주어를 마련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한다면 제주어도 표준어처럼 표준 제주어가 필요한가 하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럴 필요는 없다. 또 그렇게 해서는 절대 안 된다. 표준 제주어를 만든다(?)는 것은 제주어를 빠른 소멸의 길로 들어서게 하는 계기가 될 뿐이다.

<표준어 규정>에도 복수 표준어규정이 있다. 26항에 따르면 한 가지 의미를 나타내는 형태 몇 가지가 널리 쓰이며 표준어 규정에 맞으면, 그 모두를 표준어로 삼는다.”는 규정에 따라 복수 표준어를 인정하고 있다. ‘아무튼/어떻든/어쨌든/하여튼/여하튼등 무려 다섯 개 어형을 복수 표준어로 인정하고 있으매 제주어 또한 나타나는 형태 모두를 인정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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