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 칼럼⑥] 강영봉 제주어연구소장
어떻게 하면 제주어를 효과적으로 익힐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문장 단위로 익히되 제주문화와 관련시킬 때 배가 된다>이다. 제주어 단어 몇 개나 외고, 책상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실제 언어 환경 속에서 제주어를 터득해야만 언어생활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제주어가 된다는 말과 같다. 필자가 관여하고 있는 사단법인 제주어연구소에서 진행하는 제주어 교육도 제주문화와 관련시켜서 ‘제주문화로 배우는 제주어’, ‘제주어 구술 강독회’를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제주문화로 배우는 제주어’는 ‘의식주 생활’을 비롯하여 ‘농사일, 들일, 바닷일, 세시풍속’ 등을 주제로 진행하고 있다. ‘제주어 구술 강독회’도 마찬가지다. 그 해 지정한 마을에서 조사한 내용을 직접 영상 자료를 확인하며 ‘음식, 옷, 집, 제사, 들일, 농사, 민간요법, 세시풍속’과 관련하여 제주어를 교육하고 있다.
‘삼춘’에 해당하는 표준어는 ‘삼촌’이다. ‘나와 삼촌 관계에 있는 사람’이 삼촌이니 곧 아버지 형제가 ‘삼촌’이다. 그러나 다음 문장에서 ‘삼춘’은 어떤가. “동네 어룬이믄 다 삼/춘 ᄎᆞ례로 보믄 좋아. 인사로, 삼/춘 어디 감수강 허믄 되고.” 동네 어른 모두가 삼촌이란 말이다. 이러니 외지인이나 이주민들은 본인들이 알고 있는 ‘삼촌’과는 그 의미 차이가 너무 커서 신기해 한다. 이처럼 제주어와 표준어의 의미 차이는 제주도 가옥 구조와 관련이 깊다. 곧 집의 정문으로서 대문이 없다는 것과 관련 된다[보통 ‘대문’ 하면 마루문을 의미한다.]. 대문이란 집 안과 집 밖은 구분하는, 경계의 구실을 하는 시설이다. 그런데 제주도에는 대문이 없기 때문에 집 안팎 구분이 덜하니 제주 사회는 개방사회에 가깝다. 제주가 개방사회이다 보니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동네 어른들을 모두 삼촌 차례로 보는’ 것이다.
“우리 아시네 집이 곱은정지라. 영 돌아간 건디 들어가긴 앞으로 들어가.(우리 아우네 집이 ‘곱은정지’야. 이렇게 돌아간 건데 들어가긴 앞으로 들어가.)”에서 ‘곱은정지’도 주거문화를 이해하고 있을 때 알기가 쉽다. ‘곱은정지’는 ‘큰방과 작은방을 앞쪽에 배치한 집 구조에서 부엌문을 앞으로 낸 부엌’을 말한다. 이런 경우 부엌이 작은방 뒤편에 자리하기 때문에 부엌으로 들어가려고 하면 ‘ㄴ’자처럼 생긴 통로를 굽이돌아 들어가야 부엌에 이를 수 있다. ‘곱은정지’의 ‘곱은’은 ‘곱다[曲]’에서 온 어휘다. 만일 이런 집 구조에서 부엌문을 옆으로 내었다면 그때는 ‘모청지’가 된다. ‘부엌문을 모퉁이로 낸 부엌’이라 뜻이다.
‘웃거나 말할 때 볼에 오목하게 들어가는 자국’을 ‘보조개’라고 한다. 이 ‘보조개’는 ‘볼+조개’로 분석된다. ‘보조개’를 ‘볼우물’이라는 것을 보면 ‘보조개’의 ‘보’가 ‘볼’에서 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곧 ‘볼+조개’ 구성에서 ‘조개’의 ‘ㅈ’음 앞에서 ‘볼’의 끝소리 ‘ㄹ’이 탈락하여 ‘보조개’가 된 것이다. 그런데 제주 사람들은 “아, 웃일 때 옴막허게 들어가는 거, 건 우린 조개그믓이렌 허여(아, 웃을 때 오목하게 들어가는 거, 건 우린 조개자국이라고 해).”라 해서 ‘조개 자국’(조개그믓)이 곧 보조개임을 알 수 있다.[이런 점에서 볼 때 ≪조선말대사전≫의 “웃을 때 량쪽 볼에 조개의 조가비를 뒤집어놓은 것처럼 옴폭하게 들어가는 자국”으로 설명하고 있다.] 또 ‘보조개’를 “거기 꾀가 담아지난 꾓고냥이렌 허는 셍이라.”(거기 꾀가 담아지니 ‘꾓구멍’이라고 하는 모양이야).”라 표현하기도 한다. ‘보조개’를 ‘꾀[일을 꾸미거나 해결하는 묘한 생각이나 수단]’가 담겨 있는 구멍으로 보는 것도 문장으로 이해할 때 훨씬 빨리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