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부터 한국 근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제주도민, 특히 서귀포시 대정읍 주민의 아픔이 서려 있는 알뜨르 비행장이 최근 들어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알뜨르 비행장 일대에 제주평화대공원을 조성하려는 사업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부지 사용 문제가 해결됐기 때문이다. 알뜨르비행장 부지를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관련 법안이 최근 국회를 통과하면서 사업 추진에 탄력이 예상된다.

하지만 아픈 역사를 보전하고, 제주가 아픔을 딛고 평화를 일군 의미를 후세에 전하기 위해 추진하는 제주평화대공원 사업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무엇보다 행정은 현재 알뜨르 비행장 일대 농경지에서 농사를 짓는 지역 주민 입장을 헤아려야 할 것이다. 알뜨르 비행장 일대에서 농사를 짓는 주민은 제주평화대공원 조성 사업이 본격화하면 더 이상 이곳에서 농사를 짓지 못할 처지에 놓인다. 알뜨르 비행장 일대 농지를 국방부로부터 빌려 작물을 기르면서 생계를 이어가는 주민 입장에서는 막막하기만 한 것이 사실이다.

관련 문헌 등에 따르면 알뜨르 비행장은 일본 해군이 중일전쟁 초기에 만든 것이다. 1933년 약 6만평 규모의 ‘제주도 비행기 불시착륙장’을 조성했다. 처음 건설할 때만 해도 해군 항공대가 주둔하는 정식 항공기지가 아니라, 중국과 전쟁에 대비해 임시용으로 만든 중간 기착지였다고 한다. 그런데 불과 3년 뒤인 1936년 제주도 착륙장을 20만평으로 기존보다 14만평 늘리라는 훈령이 내려진다. 일본군은 마을과 농경지를 40여일만에 모두 매입했다고 알려졌다. 14만여평을 40여일만에 매입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악랄하기로 유명했던 일본 경찰이 계약 현장에 입회해 이뤄진 것으로, 지역 주민 입장에서는 억울하게 땅을 빼앗겼던 상황이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광복 이후에는 일제가 지역 주민에게 강제로 빼앗은 땅이 대한민국 정부로 소유권이 바뀌었고, 현재 지역 주민은 국방부로부터 땅을 빌려 농사를 짓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군이 내세운 ‘비행장 조성’이란 이유에 땅을 빼앗겼고, 이제는 ‘제주평화대공원 조성’을 위해 농사를 짓지 못하는 상황이 불가피하게 됐다. 대정읍을 지역구로 둔 무소속 양병우 제주도의회 의원은 “어떻게 하면 제대로 된 가장 평화로운 제주평화대공원으로 조성할 수 있을까가 중요한 문제다”라며 “알뜨르 지역은 일제강점기 토지 강탈과 강제노역으로 조성된 제주의 슬픈 역사를 품은 곳이다. 제주평화대공원이 미래 세대를 위한 평화로운 역사교육의 장으로 마련되어지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병우 의원의 말에 주목해야 한다. 제주평화대공원은 반드시 조성해야 하는 것에 이견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양병우 의원 말처럼 ‘가장 평화로운 공원’이 돼야 한다. 평화를 위해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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