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왕벚나무를 처음으로 채집해 제주가 왕벚나무 자생지임을 입증하고, 구상나무가 한국 고유종임을 밝히는 등 식물학자로서 제주의 가치를 빛낸 에밀 타케 신부(Emile Joseph Taquet, 한국명 엄택기, 1873~1952)의 삶과 업적이 재조명되고 있다. 에밀 조제프 타케(Emile Joseph Taquet, 1873년 10월 30일 ~ 1952년 1월 27일)는 파리 외방 전교회 소속의 프랑스인 선교사다. 1898년 1월 5일 조선에 도착해 선교 활동을 시작했고, 1906년부터는 선교 활동과 식물 채집을 병행했다. 성직자이며 한국 자생 식물을 유럽에 소개한 식물 분류학자로 알려져 있다. 특히 에밀 타케는 1902년부터 1915년까지 13년 동안 제주에서 활동하는 기간에 왕벚나무를 처음으로 채집하고, 구상나무가 한국 고유종임을 입증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등 식물학자로서 제주의 가치를 세계에 알리기도 했다.

에밀 타케 신부는 7000점 이상의 식물을 채집하고 세계학계에 알리는 등 우리나라 식물의 가치를 빛낸 선구자란 평가를 받고 있다. 에밀 타케 신부가 제주에서 활동하면서 채집한 식물 표본은 영국 에든버러 왕립식물원 표본관, 파리 국립자연사박물관, 교토대학, 도쿄대학 등에 보내졌다고 알려졌다. 세계의 식물원에 현재 확인된 컬렉터 타케 식물은 1670종이고, 타케티로 명명된 식물은 125종이라고 한다. 학계 등에 따르면 에밀 타케가 채집한 식물은 125종이 신종으로 기재됐고, 현재 13종이 정명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나머지는 이명으로 기록됐다.

에밀 타케는 근대 한국 식물분류학 역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면서 우리나라 식물의 가치를 빛냈고, 제주학의 시초로서도 주목받고 있다. 제주학의 선구자로 주목받는 인물은 에밀 타케를 비롯해 ‘나비박사’로 불리며 제주도학을 주창한 제주학 개척 선구자인 ‘석주명’ 등이 있다.

식물학자가 된 선교사였던 에밀 타케 신부의 국가적 기여도에 비해 국가와 지방정부의 관심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서귀포 시민을 중심으로 에밀 타케 신부의 업적을 기리고, 식물학자로서의 에밀 타케 신부가 제주의 가치를 세계에 알린 것을 기억하기 위한 공론의 장이 마련되고 있다. 에밀 타케 신부가 제주를 떠난 지 올해로 108년째다. 온주밀감을 제주에 들여온 인물로도 잘 알려진 에밀 타케 신부를 이제라도 기억하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서귀포 시민을 중심으로 에밀 타케 정원을 조성하자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식물채집가로서, 식물학자로서, 선교사로서 제주에 기여했던 점 등을 감안하면 에밀 타케 정원은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아쉬운 것은 아직도 정책을 구상하고, 예산을 투입해야 할 행정과 정치권의 관심이 크지 않다는 것이다. 행정과 정치권의 관심이 절실하다.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