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케 정원 조성 위한 포럼
30일 면형의 집에서 진행
13년 제주생활 통한 업적
왕벚나무 제주 자생 입증
기념공원 조성 제안 봇물

제주 왕벚나무를 처음으로 채집해 제주가 왕벚나무 자생지임을 입증하고, 구상나무가 한국 고유종임을 밝히는 등 식물학자로서 제주의 가치를 빛낸 에밀 타케 신부(Emile Joseph Taquet, 한국명 엄택기, 1873~1952)의 삶과 업적을 재조명하고, 그의 연구 정신을 기리는 ‘에밀 타케의 정원’ 조성을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에밀 타케 탄생 150주년 기념행사추진위원회가 주최하고, 서귀포문화사업회가 주관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제주도개발공사·농협중앙회 제주도지부·천주교 제주교구·서귀포신문 후원으로 ‘에밀 타케의 정원 조성을 위한 시민포럼’이 30일 서귀포 면형의 집 성당에서 열렸다.

이날 시민포럼은 에밀 타케 부조 제막 축복식, 소프라노 강정아 소화데레사의 축가에 이어 기조 강연/주제 발표, 종합토론 등으로 진행됐다.

문창우 천주교 제주 교구장이 ‘에밀 타케의 선교 활동에 나타난 영성적 고찰’이란 주제로 기조 강연을 했고, 정홍규 에밀 타케 식물연구소 이사장, 황태종 천주교 제주교구 선교 사목 위원장,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이석창 서귀포문화사업회 회장이 주제발표에 나섰다.

강문규 전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이 좌장을 맡아 김정 세례자 요한 신부, 오충윤 제주교구 생태환경위원장, 강시영 제주환경문화원장, 윤주형 서귀포신문 편집국장이 토론자로 나서 종합토론을 진행했다.

▲에밀 타케가 남긴 발자취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은 “에밀 타케의 주요 업적은 온주밀감 도입, 왕벚나무 최초 채집을 통한 자생지 입증, 구상나무 표본 채집을 통한 한국 고유종 입증 등”이라고 주장했다.

김찬수 소장은 “에밀 타케 신부가 자생지에서 왕벚나무를 채집한 것은 첫 사례”라며 “이는 왕벚나무가 제주도 자생종이란 것을 입증하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김찬수 소장은 “왕벚나무 자생지와 관련해 오시마섬 자생설, 잡종 기원설, 이즈반도 발생설, 제주도 자생설 등이 있다”라며 “타케 신부가 1908년 4월 14일 채집한 왕벚나무는 표본번호 4638호고, 1912년 베를린대학의 쾌네 박사가 왕벚나무로 감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타케 신부가 제주에서 왕벚나무를 처음 채집한 것이 제주가 왕벚나무 자생지라는 것을 입증하는 계기가 됐다”며 “일본에서도 1900년에 도쿄 우에노 공원에서 왕벚나무가 발견돼 조사를 시작했지만, 당시 논문에는 ‘자생지를 알 수 없다’고 돼 있다. 지금은 이런 논문은 나올 수가 없지만, 당시는 가능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찬수 소장은 “고이즈미라는 일본 사람이 1931년에 타케 신부가 채집한 왕벚나무를 찾기 위해 제주에 왔다”며 “이 사람이 논문을 통해 왕벚나무 자생지가 제주도라고 일본인으로는 처음으로 공식 선언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찬수 소장은 “타케 신부가 채집한 표본번호 4638호 표본이 아주 중요하지만, 학계 등은 그동안 그 표본이 어디에 있는지 몰랐었다”며 “하지만 최근 에든버러 왕립식물원에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찬수 소장은 “에밀 타케 신부가 제주에 체류하면서 내놓은 식물학 분야의 성과는 엄청나다”며 “타케 신부가 채집한 표본번호 4638호 표본은 굉장히 중요한 표본으로 앞으로 연구해야 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에밀 타케 정원 조성 의의
이석창 서귀포문화사업회장은 “에밀 타케 신부는 7000점 이상의 식물을 채집하고 세계학계에 알리는 등 우리나라 식물의 가치를 빛낸 선구자”라며 “에밀 타케 신부가 채집한 식물 표본 7047점은 대체로 영국 에든버러 왕립식물원 표본관(3000점 이상), 파리 국립자연사박물관(사초과 표본소장 47분류군 322점), 교토대학과 도쿄대학 등에 보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의 식물원에 현재 확인된 컬렉터 타케 식물은 1670종이고, 타케티로 명명된 식물은 125종”이라며 “에밀 타케가 채집한 식물은 125종이 신종으로 기재됐고, 현재 13종이 정명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나머지는 이명으로 기록됐다”고 덧붙였다.

이석창 회장은 “타케 신부의 노력이 제주도를 비롯한 한반도 식물이 분류학적으로 연구가 이뤄지는 계기가 됐다”며 “이것이 계기가 돼 근대 제주학의 시초로서도 재조명되고 있다”고 피력했다.

이석창 회장은 “근대 한국 식물분류학 역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면서 우리나라 식물의 가치를 빛냈고, 제주학의 시초로서 주목받고 있는 식물 채집가 에밀 타케 신부의 국가적 기여도에 비해 국가 및 지방정부의 관심이 부족하다”며 “산림청이 수립한 제2차 정원진흥 기본계획과 2023년 주요 업무 세부 추진계획을 보면 국가정책의 방향은 지방 정원 확충으로 공공정원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창 회장은 “서귀포에서 활동하는 동안 근대 한국 식물분류학 역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면서 우리나라 식물의 가치를 빛낸 식물 채집가 에밀 타케 신부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면형의 집에 기념 공원을 조성해야 한다”며 “한국 가톨릭과 한국 식물학의 성지화, 고유한 국가적 콘텐츠로 발전시켜 식물 생태 문화교류의 플랫폼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식물학자가 된 선교사
문창우 천주교 제주교구장은 ‘에밀 타케의 선교활동에 나타난 영성적 고찰’이란 주제로 한 기조 강연을 통해 “에밀 타케 신부가 제주로 파견됐을 당시 제주는 이재수의 난을 겪고 난 이후였다”며 “당시 제주도는 프랑스 선교사에 대한 치외법권, 영사재판권 등 특권이 있었지만, 에밀 타케 신부는 이재수의 난 이후 당시 제주도민이 트라우마를 겪는 상황 등을 직접 보고 난 뒤 일방적인 선교가 아니라, 지역 주민과 대화 등을 통해 주민 속으로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문창우 주교는 “타케 신부는 단순히 초월적인 사목이 아니라 자신이 살고 있었던 시간과 공간, 전라도 지역 섬, 한라산 등을 중심으로 선교사로서 그 삶의 현장에 신앙의 본질로 살아온 평정과 인내 속에서 식물을 채집하고, 조용하게 당시 조선에 융화되면서 ‘진짜 선교사’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정홍규 신부(에밀 타케 식물연구소 이사장)는 ‘19세기 말 서간집으로 살펴본 선교사제 에밀 타케의 삶’을 주제로 한 발표를 통해 “에밀 타케가 쓴 편지를 보면 ‘저는 하루에 적어도 여덟 시간씩 풀을 돌보는데 때로는 그 이상이 되기도 합니다. 라크루 신부는 빌모랭에게 보낼 나무와 소관목의 씨앗 220종류가 들어 있는 우편 소포를 가져갈 것입니다. 제게는 미국 대학 서전트 교수(하버드 대학 찰스 서전트 교수)에게 보낼 것도 그만큼 남아 있습니다’ 등 식물 채집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고 소개했다.

황태종 신부(천주교 제주교구 선교사목위원장)는 ‘에밀 타케와 생태영성’ 주제 발표를 통해 “에밀 타케 신부는 식물학자가 아니라, 선교사였지만 제주에서 선교활동을 하면서 선교활동 비용 등을 마련하기 위해 식물학자가 된 선교사였다”며 “선교사로서 에밀 타케 신부는 선교지의 주민을 위해 자기 삶 전체를 봉헌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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