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억 투입해 첨단 실감형 전시관으로 새 단장
터치스크린·미디어아트로 즐기는 감귤 역사
1,400여 점 자료로 제주 감귤산업 자부심 담아
“저희 지역에 있는 박물관하고 분위기가 다르고 또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감귤을 많이 봐서 좋았어요. 특히 ‘사두감’이라는 큰 귤이 있다는 걸 알게되서 신기했어요”
가족여행으로 서귀포 감귤박물관을 찾은 11살 홍윤찬군은 기자의 질문에 쑥스럽게 미소지었다.
서귀포시 효돈순환로 한켠에는 새 옷을 갈아입은 감귤박물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지난 2022년부터 시작한 리모델링을 마치고 올해 6월 26일에 정식 재개관을 한 이 곳은 제주 감귤의 역사와 현재, 미래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각양각색의 감귤나무가 반기는 건물 정원을 지나 로비에 들어서자 감귤 잎사귀를 형상화한 아트월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황금빛 조명 아래 ‘감귤, 천년의 발자취’라는 문구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1층 상설전시실은 ‘제주감귤 역사관’과 ‘제주감귤 미래관’으로 나뉜다. 역사관에서는 삼국시대부터 현재까지 제주에서 감귤이 자리잡은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특히 터치스크린을 통해 관람객이 직접 문헌자료를 탐색하고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점이 흥미로웠다.
해설을 맡은 김성욱 학예사는 “리모델링을 계획할 때 전시의 가독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기존의 주입식 전시 방식을 탈피해 터치스크린과 애니메이션 등 인터랙티브한 요소를 대폭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감귤박물관은 수집한 1000여 점의 감귤 문헌자료와 지역주민들이 기증한 400여 점의 자료들을 수집해왔다.
이어 미래관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감귤판타지’ 세계가 펼쳐진다. 현재 전시트렌드인 체험·실감형 콘텐츠를 도입한 미디어아트 전시는 특히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2층에 새로 마련된 ‘보이는 수장고’는 이번 리모델링의 또 다른 특징이다.
유리 너머로 제주의 감귤농업 농기구와 민속 생활사 등의 귀중한 자료를 만나볼 수 있어 눈길을 끈다.
옆에 자리 잡은 기획전시실은 지역 작가와 동호회 등 시민들이 문화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현재 전시는 ‘귤빛이 물들다, 예술로 이르다’라는 주제로 감귤을 테마로 한 미술작품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전시된 미술작품은 알록달록한 감귤색의 시계, 휴대폰케이스 등의 굿즈로 제작해 판매도 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찾은 시설은 세계감귤전시관이었다. 흔히 알려진 감귤류부터 재래감귤, 부처님의 손가락을 닮았다는 뜻의 ‘불수감’ 등 온갖 종류의 감귤나무가 심어져 있었다.
감귤재배 하우스에 들어온 느낌과 열대우림에 들어온 기분을 함께 느낄 수 있는 흥미로운 공간이었다.
김현아 감귤박물관운영팀장은 “박물관이지만 동시에 감귤에 대한 아카이빙 공간이 되기를 바랬다. 민간에서는 할 수 없는 공립박물관으로서의 역할을 하고싶다”라는 의지를 밝혔다.
김현아 팀장과 함께 리모델링에 많은 노력을 쏟아부은 김성욱 학예사는 “일본은 감귤 농업을 1800년대부터 시작헀고 제주는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지금 제주와 일본의 감귤은 맛과 질에 차이가 전혀 없다. 우리 도민들이 감귤의 맛을 위해 피나는 노력을 헀다는 뜻이다”라며 뿌듯해했다.
단순한 박물관을 넘어서 제주 감귤의 문화와 성과를 관람객들과 소통하며 소개하는 공간을 꿈꾸는 감귤박물관이 서귀포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