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제주도지사의 읍면동 주민 대화와 서귀포시의 활발한 토론회 등이 펼쳐지면서 서귀포시의 정체성 확립과 시민의식 개혁이 화두가 되고 있다. 민관이 머리를 맞대는 각종 대화 토론행사에서 시민의식 문제가 단골 이슈로 제기되고 있다.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 3관왕 달성으로 천혜의 경관가치가 국내외에 걸쳐 공인받게 되면서 그에 상응하는 서귀포시민의 의식향상과 정신재무장이 요구된다는 게 논의의 주요 골자다.

사실 서귀포시가 요즘 정체성 논란에 휩싸인 것은 시대적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바야흐로 주5일 근무제 도입에 따른 웰빙문화나, 제주올레로 대변되는 ‘느림의 미학’이 새로운 시대풍조로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종전에는 부의 축적이나 승진 등이 시민들의 주 관심사였으나, 최근에는 건강이나 레저활동 쪽에도 관심사가 옮겨가고 있다. 골프장 건설이나 테마파크 건립 등 개발위주의 관광패턴 보다는 후손 대대로 물려줄 자연경관 보전을 더욱 중시하는 경향도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반영하듯 우근민 지사는 최근 일선 주민과 대화에서 예래휴양단지에 들어서려는 250m의 초고층 빌딩이 결코 제주의 랜드마크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산간 지대에 건립 예정인 롯데리조트 역시 인․허가 과정에 절차상 하자가 있음을 은연히 내비쳤다. 물론 이들 개발사업이 모두 전임 도정 시절에 추진됐던 사안이라, 정치적 오해 소지는 남겨두고 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민과 공무원들도 하루아침에 뒤바뀐 정책노선을 접하며 다소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으리라.

이튿날 시청에서 열린 시정자문기구 ‘비전 21’ 정례회의에서는 보다 획기적인 의견들이 봇물을 이뤘다. 서귀포시가 단기간 내 인구 유입을 위해 교육기금 조성이나 단과대 유치, 여객선 취항 등에 매달리는 경향에 대해 비판적 의견이 제시됐다. 심지어  ‘아늑하고 편안한 도시’ 조성을 위해 인위적인 인구 유입을 지양하고, 시민의식 개혁 등 정체성 확립이 요구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중요한 것은 현재 서귀포시가 자치권이 없는 행정체제에서 창의적이고 차별화된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는 여러모로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행정시장의 임기가 보장되지 않는 데다 시민사회단체의 활동이 미흡한 여건이기에 더욱 그렇다. 새삼 시민의식 개혁과 정체성 논란이 불거지는 것은 반가운 현상이나, 아직은 때가 아닌 것 같다. 이 같은 시민역량을 결집해 최근 제도권에서 추진 중인 기초자치권 부활문제에 총력을 기울이는 노력이 현 시점에서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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