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 마을’로 뜨고 있는 광주 신효천 마을
(기획)‘가파도, 청정 ‘녹색 섬’ 꿈꾼다(2)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름 값은 날로 치솟고, 기후변화도 점차 피부에 닿고 있다. 정부에서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미래 동력산업으로 내걸고 있다. 내년도 제주에서 개최될 세계자연보전총회에서는 에너지 문제가 주요의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국내외 사례를 토대로 신재생 에너지 개발과 에너지 자립 방안 등을 점검해 본다. 아울러 ‘섬 속의 섬’ 가파도를 탄소 배출이 없는 녹색 섬으로 만들기 방안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광주시 김대중 컨벤션센터 주차장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시설. 광주 시내 곳곳의 건물에는 태양광 발전 시설이 다수 설치돼 있다.<사진 최미란>

 

▼ 빛고을 광주, ‘태양의 도시’ 지향
광주광역시가 ‘빛고을’ 이름에 걸맞게 ‘태양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10여년 전부터 민관이 손잡고 지역 자연환경을 최대한 활용해 에너지 절약형 도시로 변모시키는 노력이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광주시의 태양광 일사량이 전국 평균에 비해 21% 이상 높은 점을 활용해 2002년부터 1544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솔라 시티’(Solar city) 건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광주 시내 곳곳에서는 태양광 발전기를 쉽게 볼 수 있다. 이 중 광주공항과 가까운 거리의 김대중 컨벤션센터 주차장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기(1000㎾)는 대표적인 사례다. 미국 기술에 의해 설치된 이 태양광 발전기는 해의 위치를 추적하도록 설계돼 있어 고정식 시설에 비해 발전량이 30% 높은 편이다. 특히 전기를 생산할 뿐 아니라, 주차장에 그늘을 만들어 도시의 열섬 현상을 막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설치된 김대중 컨벤션센터 태양광 발전 시설은 전력 생산 뿐 아니라 도심의 열섬 현상도 방지해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사진 최미란>

 

광주시는 이처럼 건물을 지을 때 자투리 공간을 적극 활용하기 위해 2004년에 전국 처음으로 ‘태양 에너지 도시 조례’를 만들었다. 연면적 3000㎡ 이상의 신축 공공건물에 한해 총 건축비의 5%를 재생 가능 에너지 설비에 투자하도록 의무화 했다. 같은 해 대학과 업계, 의회, 시민단체, 지방자치단체가 한 데 모여 ‘지속가능 에너지 위원회’도 구성했다. 민관 협력 속에 에너지 절약과 에너지 효율 향상, 재생가능 에너지 보급이라는 지역 에너지의 3박자가 고루 갖춰지고 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광주시는 2005년과 2006년 산업자원부가 전국 시․도를 대상으로 실시한 에너지 절약과 이용 효율화 평가결과에서 2년 연속 최우수기관에 선정됐다. 2007년에는 제1회 신재생 에너지 대상에서 대통령 표창도 수상한 바 있다.

 

'태양 마을'로 명성을 쌓고 있는 광주 신효천 마을 회관 전경. <사진 최미란> 

 

▼ 에너지자립의 선두, 신효천 마을
태양 도시를 지향하는 광주시에서 가장 대표적인 태양 마을로는 단연 남구 행암동 신효천 마을을 꼽을 수 있다. 총 64가구가 모여 사는 이 마을에는 집집마다 2.1㎾ 용량의 태양광 발전기가 설치돼 있다. 경로당과 마을회관 옥상에도 태양광 발전기(20㎾)가 가동되면서 에너지 자립마을 면모를 갖추고 있다.

애초 신효천 마을은 지금 동네와 1.5㎞ 떨어진 효천마을에 살고 있었다. 그 곳에 위생매립장이 들어서면서 2003년 10월 지금의 마을로 집단 이주하면서 마을 이름도 신효천으로 바뀌었다.

새 마을에 정을 붙이고 살아가던 주민들은 마침 산업자원부 등이 2004년부터 ‘태양광 주택 10만호 보급사업’에 착수하자 본격 참여했다. 총 사업비 15억1000만원 중에서 60%는 정부가 부담했다. 나머지 부담금 10%는 광역 위생매립장이 들어선 대가로 광주시로부터 지원받았고, 주민들은 가구당 708만원씩 부담했다. 마을주민 전체가 동의를 하고 돈을 지불해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한 사례는 신효천 마을이 전국에서 유일하다.

한 언론이 태양광 생활 1년을 맞은 2006년 2월 마을 전체 가구를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96.5%가 ‘매우 좋다’고 응답했다. 대다수 주민들은 하루 평균 발전량이 너무 적은 만큼 발전시설을 추가해 달라는 반응도 나타냈다. 

 

신효천 마을회관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시설. 주민들의 공동 출자로 설치된 이 곳에서 전기가 생산되면 수익금은 마을 운영 자금으로 활용될 예정이다.<사진 최미란> 

 
▼ 햇빛 도움 톡톡히, 이웃마을에도 확산
신효천 마을 주민들이 태양광 시설에 만족하는 것은 무엇보다 전기요금이 싸다는 점에서다. 신효천 마을의 가구당 평균 전기요금은 태양광 설치이전 3만5000원의 절반 수준인 1만7000원 정도에 불과했다.

 

지붕 위에 설치된 발전기에서 태양열을 받아 자동으로 생산된 전기를 한국전력공사로 보내고 있다. 태양이 내리쬐는 한낮에는 잉여 전기량이 많아져 계량기가 거꾸로 돌아가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전기요금 걱정이 적다 보니, 주민들은 요즘 같은 불볕더위에 에어컨 등 가전제품을 풍족하게 쓸 수 있다. 겨울철에도 부담 없이 보일러나 온수를 펑펑 사용할 수 있어 태양이 주는 혜택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초기 자부담 비용에 망설였던 어르신들도 이제는 값싼 전기요금에 만족하며 태양광 전도사로 나서고 있다.  

 

광주 신효천 마을 전경. 지붕 옥상마다 태양광 발전 시설이 설치되면서 주민들이 전기요금 절약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사진 최미란>

 

신효천 마을의 성공사례가 소문이 번지면서 최근에는 46세대가 사는 이웃 도동마을과 인성고등학교 등에서 앞 다퉈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고 있다. 광주시 남구는 현재까지 광역 위생매립장 주변 13개 마을 463가구에 태양광 발전과 태양열 급탕 설비를 77억원 규모로 보급한데 이어, 2015년까지 1000가구 보급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 보급을 통해 세대 당 전기요금을 90% 이상 절감하고, 신재생 에너지 집적화 단지를 관광명소로 조성함으로써 지역경제 활성화를 불러온다는 야심찬 계획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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