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발전. 온배수 활용, 안덕면 화순리
<기획> 가파도 '청정 녹색섬' 꿈꾸다<5>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신재생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기름 값은 날로 치솟고, 기후변화도 점차 피부에 닿고 있다. 정부에서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미래 동력산업으로 내걸고 있다. 내년도 제주에서 개최될 세계자연보전총회에서는 에너지 문제가 주요의제로 떠오를 전망이다. 국내외 사례를 토대로 신재생 에너지 개발과 에너지 자립 방안 등을 점검해 본다. 아울러 ‘섬 속의 섬’ 가파도를 탄소 배출이 없는 녹색 섬으로 만들기 방안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 17억 마을기금으로 햇빛발전소 건립
산방산과 푸른 바다가 그림처럼 펼쳐지는 제주도의 중산간 안덕면 화순 곶자왈 입구에 ‘번내 태양광발전소’란 다소 낯선 시설이 눈에 띈다. 화순리 주민들이 일찍이 신재생 에너지에 눈을 뜨고 발전소를 만들어 공동으로 운영하는 향토기업인 셈이다.
화순리 주민들은 2008년, 그동안 모아진 마을기금을 어떤 용도로 사용할지에 대해 수시로 머리를 맞대 의논했다. 인근에 위치한 남제주 화력발전소로부터 지원되는 발전소 주변 지원금과 마을목장이 문화마을 조성사업 부지로 편입된데 따른 보상금 쌓여 17억원 정도의 막대한 기금이 조성됐다.

잠수함이나 유람선을 사들여 관광사업을 하자, 대도시에 아파트를 사서 부동산에 투자하자는 등 의견이 분분했다. 그러다가 때마침 언론에서 발전차액지원제도에 대한 기사가 실린 것을 계기로, 태양광 발전사업에 투자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기후변화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 규제, 국제 유가 상승 등 외부요인과 맞물려, 태양광 발전사업은 ‘태양이 뜨는 한’ 망하지 않는 안정적인 사업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이에 화순리 주민들은 같은 해 4월 (사)화순리마을회를 설립하고, 화순리의 옛 이름인 번내골을 따 ‘번내 태양광발전주식회사’를 만들었다. 회사 대표는 마을이장, 이사는 주민 대표들이 맡고, 마을목장 한 편에 185㎾ 급 태양광 발전기 2기를 설치했다.

태양광 발전기는 5월부터 본격 가동에 들어간 이래, 연말까지 15만3000㎾의 전력을 생산해 1억40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후에도 매년 20만㎾ 안팎의 전력을 한국전력에 내다팔며, 1억~1억2000만원 정도의 수익을 꾸준히 거두고 있다. 마을 청년회 회원들이 한 달에 두 번 정도 태양광 전지판을 물로 세척하고 닦으며 관리하고 있다.
번내 태양광발전(주)은 2009년 11월, 대한상공회의소로부터 우수 향토기업 사례에 선정됐다. 마을 돈을 개인별로 나누지 않고 주민들의 아이디어로 마을발전을 위해 공동체 기업을 만들어 새로운 소득원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화순리 주민들은 국내 신재생 에너지마을의 선두주자라는 자부심을 갖고, 최근 무동력 해양레저 체험관광 도입 등 여타 분야로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 발전소 배출수, 하우스 농사에 활용
남제주화력발전소가 들어선 화순리에서는 최근 발전소 온배수를 시설원예에 활용하는 사업이 본격 추진되면서 또 다른 관심을 끌고 있다.
화순항 인근에 있는 남제주화력발전소는 그동안 발전소 내연기관을 식히고 난 고온의 냉각수를 그대로 바다에 내버렸다. 바다에 배출되는 온수는 연간 1억2000만t 정도로, 온도가 높아 해양생태계를 파괴하는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이에 농촌진흥청은 제주도농업기술원과 공동으로 바다로 버려지는 발전소의 온수를 시설원예단지의 난방에 사용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화력발전소 냉각수인 바닷물 온배수조에 열회수 장치를 설치하고 거둬들인 22~32℃의 담수를 히트펌프에 끌어온다. 이어 물 온도를 55~65℃까지 높인 뒤 이 온수를 따뜻한 바람을 내는 팬을 통과하도록 해 시설하우스 공기를 덥히는 방식이다.

7명의 지역농가들로 구성된 행복나눔 영농조합(대표 양신석)은 지난해 시범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사업비 7억5000만원을 지원받아 발전소 온배수를 하우스 가온에 본격 활용하고 있다. 5265㎡ 규모의 시설원예 단지에 감귤과 애플망고를 재배하면서 냉난방을 조절하는 열펌프 장비, 최대 4h까지 낸방방이 가능한 배관시설 등을 갖췄다. 지난 7월27일에는 제주도농업기술원과 남제주화력발전소가 이곳에서 시범원예 단지 준공식을 개최하며, 전국 최초로 발전소 온배수를 활용해 시설농업에 활용하는 모습을 선보여 관심을 끌었다.

무엇보다 이번 시스템을 활용하면 종전에 기름을 때는 방식에 비해 온실 난방비의 80%를 절감하는 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양신석 대표는 “유류비를 크게 절감할 수 있고 온도조절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어 사용하기에도 편리하다”고 말했다.
도농업기술원은 발전소 온배수를 활용한 시설원예단지 조성 시범사업이 호평을 얻음에 따라 올해 1ha의 시설원예단지를 추가 조성할 예저이다. 농촌진흥청도 앞으로 버려지는 화력발전소의 폐열을 재활용할 수 있는 대규모 시설원예단지나 수산양식단지 조성 등의 국책사업 추진을 적극 검토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글 이현모 기자, 사진 최미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