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에 부는 제주 이주바람>(하) 마을주민과 이주민, 소통을 꿈꾸다
마을주민과 이주정착민 엮는 연결고리 마련돼야

안덕면 대평리마을회 이장 강웅선(48)씨는 지난해 귀촌했다. 타 지역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20년 만에 고향에 돌아왔다. 고향에 돌아오니 산천은 예전 그대로이건만 마을은 눈에 띄게 달라져 있었다. 조용했던 마을에 활기가 돌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2007년 마을에 제주올레 8, 9코스가 놓인 후 작고 정겨운 ‘대평포구’와 포구 옆에 병풍처럼 놓인 절벽 ‘박수기정’을 보려는 올레꾼과 관광객들이 끊임없이 드나들고 있었다. 예전엔 마을에서 볼 수 없었던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들도 마을 곳곳에 꽤 자리해있었다.

 

▲ 안덕면 대평마을에는 마을 곳곳에 이색카페와 게스트하우스가 자리해있다. 이곳들의 위치를 알리는 이정표가 돌담에 모여있다. 올레꾼의 모습도 보인다.

 

무엇보다 달라진 점은 외지인들이 마을에 들어와 정착하고 있는 점이다. 타 지역에서 온 마을정착민들은 귀농보다는 빈집을 임대하거나 매입해 위와 같이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를 만들어 정착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현재 마을에 들어선 카페와 게스트하우스 수만 해도 10곳이 넘어섰다. 

이주 또는 정착관련 문의도 끊임없다. 강웅선 이장은 “리사무소에 빈집을 빌려달라는 문의전화가 점점 늘고 있다. 대부분 외지인들인데 빈집을 개조해 카페나 게스트하우스를 만들겠다는 사람들이 많다”며 “하지만 현재 대평마을에선 남아있는 빈집이 없어 구하기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제주도에 정착하기 위해 두리번거리고 있다.

■서귀포시 전입인구 꾸준히 늘어= 실제로 제주도가 아닌 도외지역에서 서귀포시로 거주지를 옮긴 인구도 꾸준히 늘고 있다. <서귀포신문>이 서귀포시에 요청한 ‘2010~2011년 전입사유별 인구이동보고서’에 따르면 도외지역에서 서귀포시로 전입한 인구수는 지난해 6211명으로, 전년도 2010년 5878명보다 5.4% 늘었다.

지역별(2011년 기준)로 보면 동지역은 동홍동 602명으로 가장 많았고 대륜동 518명, 중문동 437명, 서홍동 375명, 대천동 307명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읍ㆍ면지역은 성산읍 620명, 대정읍 581명, 남원읍 573명, 표선면 514명, 안덕면 356명 순으로 나타났다.

전입사유별(2011년 기준)로 보면 직업 2263명, 가족 1539명, 주택 1013명, 교육 297명, 건강 295명, 교통 18명, 기타 786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주택과 건강의 경우에는 전년인 2010년(주택 906명, 건강 226명)보다 증가했다.

■카페.게스트하우스 들어서는 농촌마을들= 제주의 자연에 반해 떠나지 못하거나 다시 돌아온 사람들, 노후의 안식처를 찾는 사람들, 새 삶의 기회를 찾아온 사람들, 도시에서 농촌으로 귀농ㆍ귀촌한 사람들…. 도외지역에서 서귀포시로 거주지를 옮기게 된 이유도 가지각색이다.

제주올레를 빼놓을 수 없다. 올레길을 걷다 제주의 매력에 빠져 게스트하우스에 장기투숙하거나 장기투숙하다 연세를 얻어 정착하거나 제주가 그리워 다시 제주로 돌아와 거주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4년 동안 게스트하우스 ‘민중각’을 운영해온 백혜진(45ㆍ여)씨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장기 투숙하다 제주에 정착한 사람들은 1년에 4~5명 정도”라며 “100여개 넘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이런 사례를 종합하면 그 수는 상당할 것”라고 전했다. 이어 “장기투숙자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대부분 치유 또는 도시의 갑갑함을 내려놓고 현재의 삶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또 하나의 형태는 빈집을 임대하거나 매입해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를 만들어 정착하는 경우다. 펜션 대신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를 여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이는 기존의 관광지를 돌며 보는 관광에 멈췄던 것이 제주올레길이 열리면서 제주의 구석구석을 직접 돌아볼 수 있는 다양한 여행형태가 들어섰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곳은 이중섭 문화의 거리, 여행자카페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메이비’, 갤러리카페 ‘미루나무’, ‘중섭공방’ 등을 주축으로 하나둘씩 들어서 복합문화공간이 되고 있다. 농촌마을도 마찬가지다. 표선면 가시리, 법환마을, 월평마을, 대평마을 등에도 이색 카페나 게스트하우스가 늘어나고 있다.

대평마을의 경우에는 장선우 감독의 ‘물고기카페’ 등 이런 이색 카페나 게스트하우스가 10곳이 넘어서고 있다. 도심처럼 많은 문화시설이 들어선다는 것이 이젠 농촌마을에선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지역주민.이주정착민 소통공간 필요= 이 같은 변화에 마을주민들도 변하고 있다. 올레길과 이색카페, 게스트하우스를 통해 사람들이 마을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인적이 드문 이 작은 마을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자 활기가 돌고 있다는 느낌에 그 재미가 쏠쏠하다. 지역주민들 스스로 머리를 맞대고 지역 실정에 맞는 소득창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가 하면, 마을을 찾는 올레꾼 및 관광객들을 위해 주민들 스스로 공연을 선보이는 등 또 다른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물론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게 아니다. 지역주민들과 타 지역에서 온 정착민들이 살아온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정서적으로나 소통방식에 있어 오해와 어긋남을 겪기 마련이다. 지역주민과 외지인들이 함께 소통방식과 조합롭게 공생하는 방안을 모색해 나가는 방법을 찾는 것도 또 하나의 과제다.

윤명희 제주대안연구공동체 객원연구원은 “타지역 또는 외국에서 온 이주자이건 간에 제주안의 또 다른 우리이다”며 “그래서 기존문화와 새로운 문화들이 새롭게 또 다른 제주문화를 만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냈다.

이승택 문화공동체쿠키 대표는 “아직도 마을에는 지역주민들과 제주정착민들을 이어줄 수 있는 매개체가 없다. 이는 마을에 대한 조사나 연구 없이 정책부터 만들어 시행하기 때문”이라며 “우선적으로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마을에 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 이 후 마을주민과 제주정착민들을 연결할 수 있는 매개체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호진 제주주민자치연대 참여자치위원장은 “제주시 애월읍의 경우 30%가 외지인들인 만큼 제주이주민들이 늘고 있고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현재 지역주민과 외지인들이 한 마을에 살면서 서로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적다. 이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