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작가의 산책길, 문화관광 명소 꿈꾼다
<1> 전국에 부는 지역인물 마케팅 바람
| 서귀포시는 2011년부터 작가의 산책길 탐방이라는 문화예술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서귀포 태생이거나 체류하며 불후의 명작을 남긴 거장들의 관련시설을 탐방함으로써 작가의 예술혼을 새롭게 음미하며 탐방객들을 유치하려는 의도에서다. 이처럼 서귀포는 최근 예향의 도시를 지향하면서 문화예술 저명인사를 활용한 지역마케팅에 본격 나서고 있다. 하지만 아직 시작단계여서 해결해야 과제도 삭적하다. 이에 본지는 다섯 차례에 걸쳐 문화예술인을 활용한 지역마케팅의 국내외 선진 사례를 소개하고, 이를 토대로 작가의 산책길 탐방 프로그램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모색해본다.<편집자주> |
지난 2011년 5월 28일 서귀포시 이중섭공원에서 작가의 산책길 선포식이 열렸다. 서귀포시가 마련한 작가의 산책길은 이중섭미술관과 기당미술관, 칠십리시공원, 소암기념관 등을 연결하는 탐방코스다. 선포 당시부터 사람들의 호기심을 끄는 요소들로 가득해 관심이 모아졌다. 한국화단의 거장인 이중섭(1916~1956)을 비롯해 폭풍의 화가로 불리는 변시지(1926~2013), 서예계의 거목 현중화(1907~1997) 등 서귀포시에서 태어나거나 잠시 머물며 불후의 명작을 남긴 문화예술 거장들의 발자취를 엮은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서귀포의 문화예술 거장들의 흔적을 한 번에 탐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이는 서귀포시가 예향의 도시를 지향하면서 문화예술인을 활용한 지역마케팅에 본격 나서고 있는 것. 시 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이 같은 바람이 불고 있다.

■ 지역출신 작가 문학관 건립 붐=지역 출신이거나 연고가 깊은 유명 작가들의 문학관 건립사업이 그 대표적이다.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인 고(故) 박경리 선생의 옛 집터인 강원 원주시에 조성된 토지문화관을 비롯해 시인 유치환이 태어난 경남 거제시에 세워진 청마기념관, 강원도 춘천시 김유정 문학촌, 봉평 이효석문학관, 양평 황순원 문화촌, 하동 이병주문학관 등 전국 곳곳에 문학관·문학촌이 들어서있다.
올해 5월 현재 한국문학관협회에 등록된 문학관만 해도 61곳. 회원이 아닌 곳까지 포함하면 70여곳이 넘는다. 지난 2004년 14개에 불과하던 문학관은 9년 만에 5배 이상 늘었다. 이는 지역의 이름난 인물을 앞세운 마케팅이 지역을 알리는 데 효과적인 만큼 지자체들이 앞다퉈 문학관 건립에 나서면서 우후죽순 늘어나게 된 것. 이에 몇몇 문학관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비슷하고 재미없는 콘텐츠로 관람객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 세계적인 음악가의 고향은 지금= 지역의 대표인물의 이름을 내건 문화거리 조성도 인물마케팅의 또 다른 대표사례로 손꼽힌다. 광주에서는 지역출신의 세계적인 중국의 3대 음악가인 정율성(1914-1976)을 기리기 위해 지난해 남구 양림동 일대에 정율성로(路)를 조성했다. 이 거리에는 정율성과 관련된 각종 사진과 영상자료를 모아 조성한 정율성 거리전시관이 마련돼 광주를 찾는 중국인들에게 관심을 끌고 있다. 또,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음악인을 비롯해 각종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한 젊은 아티스트, 세계적 지휘자가 출연하는 정율성 축제를 매년 개최해 지역브랜드화 시키고 있다.
경남 통영에서는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을 활용한 인물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윤이상 생가가 있었던 도천동 일대에 윤이상 기념전시관을 비롯한 도천테마공원을 조성했다. 또, 통영시 도남동 충무관광호텔자리에 480억원을 들여 윤이상을 기념하는 국제규모의 통영국제음악당을 지었다. 특히, 윤이상을 기리는 통영국제음악제(TIMF)가 열리고 있는데, 계절에 따라 매년 봄시즌, 여름시즌, 가을시즌으로 나눠서 불러왔으나, 지난 2010년부터 통영국제음악제(봄)와 TIMF아카데미(여름),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가을)로 명칭을 변경해 열리고 있다.
■ 이외수.전유성.이장희를 마을전도사로= 생존한 문화예술인을 활용한 지역마케팅도 이뤄지고 있다. 지자체들이 작가, 가수, 개그맨 등 문화예술인을 지역으로 데려와 지역을 홍보하는 데 적극 활용하고 있다.
춘천에 거주하던 이외수 작가는 지난 2006년 강원도 화천군 감성마을로 옮겨왔다. 화천군은 2004년부터 75억원을 들여 감성마을을 조성, 이외수 작가에게 문학관과 집필집 제공하겠다며 작가를 마을로 데려오기 위한 노력을 벌여왔다. 화천 감성마을의 경우 이외수 작가가 옮겨온 뒤 관광객이 크게 늘어 2006년 500여명에 불과했던 관광객이 3000명으로 늘어났다. 작가가 이전 후 집필한 장외인간, 하악하악, 사랑외전 등이 베스트셀러가 됐으며 1박2일, 무릎팍도사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화천을 대내외에 알리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개그맨 전유성은 2007년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즐기기 위해 경북 청도군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그는 뜻대로 살지 못하고 있다. 대신 극단을 만들어 후진 양성을 하고, '개나소나 콘서트'를 개최했다. 개그맨 전유성의 아이디어와 청도군의 지원으로 철가방을 형상화해 지어진 철가방 코미디 극장은 지난 2009년 농림수산식품부 심사에서 농촌마을과 개그를 연계한 아이템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 최우수 사업으로 선정돼 상금으로 받은 3억원 등 총 10억원의 예산을 투자해 지어졌다. 이를 통해 청도군은 '웃음이 살아있는 도시'로서 이미지 부각에 노력하고 있다.
가수 이장희는 은퇴후 친구의 권유로 울릉도에 왔다. 울릉도에서 살며 '울릉도는 나의 천국'이라는 노래를 만들었고 집 앞에 울릉천국이라고 써있는 비석을 세울 정도로 울릉도 전도사이다. 이장희 울릉도 콘서트 개최로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으며, 최근 경북도 지원 결정으로 이장희 음악타운 건립이 추진 중에 있다.
■ 나비축제로 스타군수된 사연= 1999년부터 시작된 함평나비축제는 11년간 누적 관람객이 1220만명에 달하는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잡아 대한민국 최우수축제로 선정됐다. 함평은 나비축제를 끝내고 지역전체를 나비 컨셉으로 전부 바꿨다. 농산물도 나비 브랜드로 통일하고 심지어 쓰레기통, 음식저 수저와 접시까지 나비로 새겼다. 단일통합브랜드를 만들었고 이제 함평나비는 세계적 명성을 누리고 있다.
이러한 업적을 남긴 이석형 전 함평군수는 전남 지자체장 가운데 최장수 군수로 재직했으며 스타 군수로 자리잡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부터 '지천에 날린 나비로 세상을 바꾼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란 평을 듣기도 했다.
# 본 기획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아 연재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