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훈 지사가 지난 4일, 도의회 개원식에 참석해 축사를 전하는 장면이다.(사진=제주자치도 제공)
오영훈 지사가 지난 4일, 도의회 개원식에 참석해 축사를 전하는 장면이다.(사진=제주자치도 제공)

지난 2년, 코로나19로 경제활동에 제약이 컸는데, 일상이 회복되자마자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이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세계경제가 침체의 터널에 빠질 엄중한 상황이다.

민선 7기 오영훈 도정과 제12기 제주도의회가 각각 출범했다. 국내외 경제 상황이 여의치 않은 데다, 제주도에 제2공항이라는 특별한 갈등 이슈가 놓여 있어 우려가 커진다. 원희룡 전 지사가 장관으로 취임한 국토교통부가 최근 제주 제2공항을 밀어붙일 태세를 보이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제주도가 다시 위기의 소용돌이 빠져 허송세월할 수도 있다. 제주도와 도의회, 시민사회가 함께 위기를 넘어설 지혜가 필요하다.

오영훈 제주지사는 1일, 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열린 취임식 “그동안 우리가 생각해온 일반적 관념의 틀을 깨고, 새로운 관점으로 현안을 풀고, 미래를 재설계할 것”이라며 “도민이 주인 되는 진정한 도민 정부시대가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지역 최대 현안인 제2공항에 대해서는 실용주의 원칙에 따라 찬반을 뛰어넘어 집단지성으로 문제를 풀겠다고 했고, 제왕적 도지사 문화를 청산하고 어려워진 경제와 민생을 살피겠다고 약속했다.

제주도의회 김경학 의장은 4일 개원식에서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시대’, 경기침체 회복에도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온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 영향이 고스란히 지역경제와 도민의 삶에 반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경학 의장은 이런 중대한 상황에서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피폐해진 경제와 민생을 돌보고 제2공항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도민 갈등을 해소하는 등 지역 현안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시절 도정은 정치적 입지를 위해 도민 사회를 갈등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김태환 전 지사는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유치하면서 제주도를 전쟁터로 만들어버렸다. 우근민 전 지사는 근거도 불분명한 7대 경관 이벤트로 혈세를 낭비하고 도민사회의 편을 갈랐다. 원희룡 전 지사는 성산에 제2공항을 추진하며 갈등을 버려뒀고, 효과도 없는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해 혈세를 낭비하며 행정 불신을 키웠다.

새롭게 출범한 도정은 전임자들의 전철을 밟지 않으면 된다. 도민사회를 갈등의 불구덩이로 끌고 가는 일, 결과를 확신할 수 없는 일을 섣불리 벌이지 말아야 한다. 과거 그릇된 행정의 유물은 이제 청산하고 가야 한다.

도의회는 도민사회의 갈등을 더는 불구경하듯 구경만 해서는 안 된다. 그릇된 행정으로 피해를 보는 주민이 있다면, 도의회가 먼저 찾아가 주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제2공항과 같은 갈등 이슈에는 소속과 정당을 초월해 논의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해 당사자와 시민단체를 포함하는 테이블을 만들고, 인내심을 갖고 대화를 이어가야 한다.

오영훈 지사와 김경학 의장의 말에는 현실에 대한 진단과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가 담겨 있으니, 기대를 하고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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