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자본, 일제 이어 끊임 없이 송악산 수탈 기도

송악산 인근 섯알오름에서 바라본 주변 경관. 송악산 인근은 뛰어난 경관 때문에 거대 자본의 수탈 대상이 됐다.
중국계 회사 신해원이 송악산과 주변 사유지를 대규모 매입한 후, 뉴오션타운을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신해원이 사업 예정지로 발표한 지역이다.

일제는 결7호 작전으로 종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 했지만, 전쟁은 히로시마 원폭투하라는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종결됐다. 연합군의 제주섬 상륙 거점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제주 서남부에는 상처만 잔뜩 남았다.

그런데 해방이 된 이후에도 송악산에 대한 수탈은 끊이지 않았다. 특히, 산방산과 용머리, 마라도, 가파도, 형제섬 등과 어우러진 제주 서부 해안절경은 거대자본의 탐욕의 대상이 됐다.

송악산 일대는 지난 1994년에 처음으로 관광지구(유원지구)로 지정됐다. 1995년 11월에 (주)대명레저가 사업시행 예정자로 지정됐는데, 토지매입 등이 순탄치 않아 사업을 진행하지 못했다. 결국 1996년에 사업 시행예정자 지정이 취소됐다.

행정이 비호한 남제주리조트개발(주)의 송악산관광지구 사업

이어 사업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나선 게 남제주리조트개발(주)였다. 서귀포시와 남제주군이 통합되기 이전인 지난 1999년 8월, 남제주리조트(개)는 제주도에 마라해양군립공원 변경승인을 신청했다. 남제주리조트개발(주)는 이 일대에 마라해양군립공원과 송악산관광지구 등 2개의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남제주리조트개발(주)는 송악산 관광지구와 관련해서는 외자 5292억원을 유치해 대정읍 상모리 산 1번지 일대 95만5554㎡(육상 84만3320㎡, 해상 12만2234㎡)에 관광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남제주리조트개발(주)는 관광지구 내에 호텔 4개소와 콘도 1개소, 빌라콘도 2개소 등을 조성해 총 1072실 규모의 숙박시설을 조성한다는 계획이었다. 또, 레스토랑과 관광식당가, 주민참여 상가 등을 포함하는 상가시설을 갖추고, 해양레저 시설과 어뮤즈먼트 파크, 모노레일 등 운동오락시설도 갖춘다고 했다. 그리고 수병공원과 야외 이벤트광장 등 휴양문화시설도 갖추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송악산 관광지구에 임시직과 일용직 842명을 포함해 1052명을 채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당시 송악산 관광지구 조성사업은 관광지 조성으로 지역에 경제적 파급효과를 크게 불러올 것이라는 장밋빛 희망과, 대규모 개발로 천혜의 자원자원이 황폐해질 것이라는 주장이 첨예하게 맞섰다.

그리고 제주도는 그해 12월에 사업 승인이 날 때까지 5개월 동안 환경영향평가와 제주도종합개발계획 변경, 마라도해양군립공원 변경 등을 급속도로 진행했다.

그리고 송악산관광지구 기공식이 2000년 3월 25일에 열렸다. 그런데 시민 진모씨가 그해 3월 29일에 제주도와 남제주군이 절대보전지구를 자연공원법상 집단시설지구로 지정해 제주개발특별법의 취지를 훼손했다며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법원이 소송 당사자들을 불러 조정에 나섰지만 조정은 성립되지 않았다. 재판이 시작되자 1심재판부는 원고 진씨가 대정읍에 거주하지 않은 점을 들어 원고자격이 없다며 사업자의 편을 들었다. 하지만 2심 재판을 맡은 광주고법은 사업이 자연보호지구를 훼손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었다. 하지만 대법원은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기각해 사업자와 행정기관의 손을 들었다.

소송과 감사원 감사까지 통과한 사업, 결국 사기행각으로 드러나

한편, 도내 환경단체들은 행정기관이 사업자에게 특혜를 줬다며 사업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2차례나 요청했고, 감사원이 2년이 지난 2002년에야 송악산 관광지구 조성사업에 대해 부적격판정을 내렸다. 감사원이 결과를 사업이 좌초한 시점에 발표했기 때문에 사실상 하나마나한 감사로 끝이 났다.

그런데 사업추진 과정에서 사업자가 밝힌 자금조달 계획은 언론사 취재 결과 허위로 밝혀졌다. 이들이 자금을 투자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힌 외국계 회사에 문의한 결과 투자계획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온 것. 게다가 회사 총회장은 2001년, 부족한 자금을 모금하는 과정에서 사기행각이 드러나 서울지검에 구속됐다.

당시 제주도와 남제주군 두 행정기관의 비호를 받았던 사업은 허무하게 종결됐다. 사업자는 사업시한인 2002년 7월 31일까지 착공계를 제출하지 못해 행정당국은 사업승인을 취소했다. 행정기관은 사업자의 사기행각과 행정의 비호가 여론의 도마에 오를까봐 지방선거가 끝날 때까지 사업에 대해 함구했던 것이다.

자칫 난개발로 몸살을 앓을 뻔 했던 송악산이 그렇게 한고비를 넘었다. 그런데 평화의 시간이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중국 칭다오에 본사를 둔 신해원 유한회사가 지난 2014년에 다시 ‘뉴오션타운 조성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뉴오션타운 사업 예정지.

신해원은 이미 송악산 오름분화구 인근까지 엄청난 양의 사유지를 사들였다. 그리고 자신들 소유의 토지의 일부인 19만1950㎡ 부지(시설면적 14만2930㎡)에 5500억원을 투입해 652실 규모의 관광·일반호텔과 휴양콘도미니엄 205세대, 상가·전시관 등을 갖춘 ‘뉴오션타운’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중국계 자본 신해원 집요하게 심의위원들 공략, 믿는 구석이?

이 사업은 지난 2014년 9월까지 경관심의위에서 4차례 보류됐으나, 지난 2016년 9월에 건축고도를 28m로 낮춰 가까스로 심의를 통과했다. 그런데 예래동 주민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대법원이 지난 2015년에 주민들 손을 들어주면서 유원지개발사업 전반이 좌초 위기에 놓였다. 원희룡 지사가 경관과 지질 등을 문제 삼아 송악산유원지 사업 재검토를 시사하면서 사업은 중지되는 듯 했다.

그 와중에 제주특별법과 도 조례에 제주형 유원지 개발사업이 새롭게 정의됐다. 그러자 사업자는 지난해 사업규모를 대폭 축소해 사업을 재추진했다. 사업비를 3219억원으로 줄여 호텔 2개동(545실)과 휴양특수시설(문화센터, 캠핑시설, 조각공원 등), 편익시설(로컬푸드점, 상업시설)을 갖추겠다는 것. 숙박시설은 특별법과 조례가 정한 범위대로 전체 사업부지 면적의 30% 이내로 맞춰 지난해 5월에 환경영향평가 심의를 요청했다.

지난해 5월 23일 열린 환경영향평가 심의에서 위원들은 10대 2로 '재심의' 결정을 내렸다. 심의위원들은 호텔 고도 역시 8층에서 더 낮추고 동알오름 상업시설도 오름과 이격하는 한편, 시설계획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나자 사업자가 다시 환경영향평가 재심의를 요청했다. 지난해 5월 환경영향평가 심의결과 위원들은 송악산 일대의 경관훼손이 우려된다며 28m의 8층 규모인 호텔을 4층으로 낮추라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사업자는 이 사항을 반영하지 않은 채 1층 낮추는 안으로 심의보완서를 제출한 것. 신해원 뒤에 이들이 믿는 비호세력이 있다는 의심이 드는 이유다.

지난해 12월 1일 열린 환경영향평가 심의회의에서 위원들은 △송악산 사면 건축물이 불러올 경관 원형의 훼손 △등록문화재인 동알오름과 섯알오름의 가치 훼손 △경관 시뮬레이션 부실 △재심의에서 의결된 건물 높이(8층→4층) 미반영 등을 문제로 제시하며 제동을 걸었다.

신해원과 결탁한 세력들이 심의위원들에게 달콤한 회유와 주민들을 동원한 압력을 행사하며 환경영향평가 심의위원들을 공략하려 할 것이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