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호 / 전 제주감귤농협 조합장

주야간 교차가 심하다. 늦고 짧은 늦가을이나마 거치고서야 겨울을 맞이하려고 하는 것 같다.

한라산에는 대설주의보 문자가 뜬다. 주야간 기온 교차에 의해 온주밀감의 착색은 빨라지고, 이를 수확하려고 농가들은 분주하다. 감귤가격이 높아서 농업인의 입가에 미소가 머문다.

그렇지만 단위 면적당 수량이 많지 않다고들 한다. 게다가 유통량이 많지 않아 전체 생산량이 예상량을 밑돌 것이라는 말도 들린다. 가격이 높아도 수량이 많아야 조수익이 증가될 터인데, 한편으로는 허전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수령이 오래되어 결실량이 적어지는 면도 있지만, 해거리가 심하고 생육불량에 의한 착과 저조도 적지 않은데 그 원인에 대해서는 밝히려고 하지는 않는다. 몇 년 더 지나면 수령이 더 많아져 수세가 쇠약하게 되어 생산량은 더욱 낮아질 것으로 전망 된다.

그럼에도 비전은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FTA 대응전략으로 만감류 하우스재배를 추진해 여러 가지 품종을 재배했지만 이에 걸맞은 지식이 없어 품종 고유의 특성을 발현시키지 못해 우왕좌왕하고 있다.

감귤재배 역사가 120년이 되었지만 국내에서 재배기술이 개발되지 못하고 외국 이론을 그대로 수입해 적용하다 보니 지역 환경에 맞지 않고 기후변화가 진행되고 있음에도, 익히 알고 있는 이론과 눈에 보이는 감각과 경험으로만 집착하고 있다.

감각과 경험에 의한 감귤산업은 후진국에서나 하는 것이고, 중진국을 거쳐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우선 현재 감귤시스템 체제를 업그레이드 시켜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람이 달라져야하는데, 그것이 의식의 승화다.

후진국에는 후진국 의식, 중진국에는 중진국 의식, 선진국에는 선진국 의식이 있다. 의식이란 깨어 있는 상태에서 자기 자신이나 사물에 대해 인식하는 작용이다.

생각이라는 것 보다 더 질서가 잡혀있지 않은 혼돈을 의식이라 한다. 의식보다 더 승화된 것이 생각이고, 생각보다 더 승화된 것이 사유다.

물로 비유하면 의식은 사실 흙탕물이다. 마셔서 몸에 병이 날 수도 있고, 관리를 잘못하면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의식은 흙탕물에 비유된다. 이 흙탕물이 정화되고, 정화가 되어 다른 것에 도움이 되는 것, 이 단계가 물이다. 이 물이 정화되고 승화가 되면 증류수가 된다.

어떻게 보면 생각과 사유는 물과 증류수의 관계라고도 할 수 있다. 물에는 각종 미네랄과 광물질이 들어 있지만, 증류수에는 물만 들어있다. 그래서 증류수는 훨씬 추상화된 단계라 할 수 있다. 사유라는 것은 어떤 본질을 향한 생각으로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방식으로 추론하는 것을 일컫는다.

사유는 본질에 닿아 있다. 사유에는 본질을 추구하고 닿으려는 욕망과 체계와 논리와 이성이 있다. 이 체계적인 추론의 과정을 거친 것이 사유다.

생각은 그 안에 있는 일상적인 깊은 의식 활동, 체계가 잡힌 의식이라 할 수 있다. 의식이 승화되어 생각이 되고, 생각이 승화되어 사유가 된다.

사유가 지식을 만들고, 그 다음 세계를 더 높은 차원에서 결정하는 능력을 보여주기 때문에 이제 사유의 단계로 넘어가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면 이것이 어떻게 삶과 연결되는지 살펴보자. 어떤 것들은 개인이나 그 사회의 발전 단계, 지적 수준을 가늠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정원이 발전한 나라들은 제국을 꿈꿔보거나 올라간 적이 있는 나라들이다.

이들 나라에서는 정원이 문화 일반으로 자리 잡는다. 문화 일반이라는 것은 어떤 단계에 이르면 일반적인 사람들도 정원을 가지고 싶어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나라에서는 정원이 문화 일반으로 자리 잡지 않는다. 물론 사회의 특권층이나 국가가 정책적으로 정원을 만들고 유지할 수는 있지만 문화 일반으로 자리 잡지 못한다. 그런 나라에서는 텃밭이 문화 일반이 될 수도 있다.

후진국에서는 집 주변에 있는 여유 땅에 생활에 필요한 채소를 심으려고 한다. 생존에 필요한 것, 그 생존에 필요한 것을 채우는 것이 욕구다. 그러나 선진국에서는 생존에 필요한 것 이상인 가치, 민주, 자유를 추구하는데, 이런 것들은 욕망의 대상이다.

자신을 욕망의 대상으로 보는 사람과 욕구의 대상으로만 관리하는 사람 사이에는 생존의 질과 양에 완전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다른 말로 표현한다면 자신을 현상적 자신, 감각의 대상으로 보느냐 아니면 자기를 사유의 대상으로 보느냐의 차이다. 생존의 질과 양을 증가시키려면 감각을 이겨내야 한다. 혹은 감정을 이겨내야 한다.

감각과 감정은 자신의 삶의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는 가능성이 크고, 틀릴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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