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귤 수확철에 궂은 날씨가 이어지면서 농민들이 비상품 감귤처리에 신음하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강풍과 눈비 날씨가 지속되면서 제주도 전역에 걸쳐 비상품 감귤 발생량이 급증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비상품 감귤 발생량은 15만톤 정도에 육박하면서 전년도인 2012년산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요즘 서귀포시내 각 가공용 감귤 수매장에는 이른 새벽부터 비상품 감귤을 가득 실은 차량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감귤 수확철에 일손이 달린 여건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비상품 감귤을 처리하느라 농민들의 등골이 휠 지경이다.

농민들끼리 서로 먼저 수매장 입구에 차량을 진입하려는 과정에서 도로 변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기 일쑤다. 일부 농민들은 터진 항아리에 물   붓기식의 비상품 감귤처리대책을 신중히 재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농민들은 가뜩이나 비상품 감귤 처리에 골머리를 앓는 터에 최근 감귤 상품 가격마저 전년도에 비해 28% 정도 하락하고 있어 상심이 깊어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감귤 수확이 한창인 시점에서 일손 구하기마저 힘들어 감귤 농가들은 예년에 없는 이중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올해에는 인건비와 농자재 비용이라도 건지면 다행이라는 농가들의 푸념이 결코 엄살이 아닌 듯하다. 

사정이 이런 데도 농정당국은 새해 예산안 편성과정에서 샅바 싸움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제주도와 도의회가 예산파동을 벌이는 와중에 새해 가공용 감귤 수매보전사업 예산 50억원 중 49억원을 싹둑 삭감해 버렸다. 이에 농업단체에서 크게 반발하자 제주도는 지난해산 가공용 감귤은 전량 수매에 나서겠다고 서둘러 진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FTA 협상 등으로 농산물 수입개방을 목전에 둔 시점에서 감귤농가들의 불안은 깊어가고 있다. 도정과 도의회는 말로는 FTA에 대비한 경쟁력 강화를 외쳐대고 있지만, 실제로는 농가들은 안중에 없이 밥그릇 싸움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

도정과 도의회가 진정 농민들을 위한다면 새벽시간 찬바람이 쌩쌩 부는 가공용 감귤 수매현장에서 감귤대책을 놓고 농민들과 함께 난상토론을 벌일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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