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아닌 가을 장마로 도내 농가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감귤 수확이 늦어지고, 품질이 떨어져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콩도 수확을 못 한 채 밭에서 썩어가고 있다.
제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11월들어 23일 현재까지 강수량은 제주시 124.0mm, 서귀포시 195.7mm, 성산 238.1mm, 고산 57.4mm 등으로 평년보다 최소 50mm 가량 많이 내렸다.
이는 1961년 기상관측 이후 역대 2번째로 많은 11월 강수량이다. 비 날씨는 27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24일 이후는 추위까지 가세할 전망이다.
비 날씨로 인해 감귤 수확이 미뤄지고 있다.. 11월1일부터 23일까지 비가 내리지 않은 날은 8일에 불과했다. 비가 오지 않는 날도 쾌청하게 맑지 않아 습도가 많은 날이 계속 이어지는 추세다.
감귤은 햇볕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꼭지 부분에 물이 고이는 수부증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감귤과 감귤 사이에 물기가 사라지지 않아 껍질이 부패하는 부패과 발생률도 덩달아 높아진다.
현장 작업이 힘들어지면서 일선 농가에서는 수확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수확시기를 놓친 농가들이 이달 말 일제히 수확에 나설 경우 일손 확보는 더 어려워진다. 그렇지 않아도 감귤 수확철만 되면 일손난을 겪는데 올해는 이중 삼중의 고통이 되고 있는 것이다.
감귤만이 아니다. 콩 재배농가의 시름도 커지고 있다. 미리 수확한 농가는 다행이지만 아직까지 수확하지 못한 콩은 밭에서 썩어가고 있다. 그나마 수확한 콩도 가격이 좋지 못한 형편이다. 월동무는 무름병•세균성검은무늬병, 양배추•브로콜리는 검은썩음병, 조생양파는 뿌리응애•흑색썩음균핵병 등이 우려되고 있다.
농사는 하늘이 하는 일’이라는 말이 피부에 와 닿는 형국이다. 그러나 하늘이 하는 일도 사람이 극복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우리 조상들은 어려울 때마다 ‘수눌음’을 통해 공동체를 더욱 굳건히 지켜왔다.
행정당국에서는 하늘이 하는 일이라고 모든 일을 농가에 맡겨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 공무원, 자원봉사자, 생산자 단체 등에서 일손 돕기를 안 해 온 것도 아니다.
물론 내년 예산 준비다, 신공항 추진이다 할 일은 적지 않다. 그러나 지금은 한 해 동안 열심히 지어온 농작물 수확이 우선이다. 행정력을 집중해도 쉽지 않은 일이다. 빗속에서 농작물을 조금이라도 더 건질 수 있도록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농가의 마음으로 농민의 심정을 헤아려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