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이 2015년 한해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선정한 혼용무도(昏庸無道)가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이를 인용하지 않거나 거론하지 않은 신문, 방송이 없을 만큼 그 반응이 무척 컸다. 다른 해와 달리 대통령을 혼군, 용군(昏君, 庸君)으로 직접 빗대어 어리석고 무능하다고 단정한 것도 한 가지 이유일 것이다.

연초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온 나라의 민심이 흉흉했으나 정부는 그것을 통제하지 못하고 무능함을 보였다. 중반에는 여당 원내대표에 대한 청와대의 사퇴 압력으로 삼권분립과 의회주의 원칙이 크게 훼손됐고, 후반기에 들어서는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국력의 낭비가 초래됐다. 고려대 이승환 교수가 혼용무도를 추천한 까닭이라 한다.

886명 응답자 가운데 59%인 524명의 교수들이 선택했을 정도로 현 시국에 대한 지식인들의 평가에 많은 국민 역시 공감을 보이고 있다. 우리 제주특별자치도의 경우는 어떨까. 제주 역시 혼용무도(昏庸無道)라 한다면 너무 야박하다고 할까.

원희룡 제주 지사가 현군, 명군이기를 바라는 도민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나 헤아리고 있는지. 올바른 정책과 제도를 만들며, 이를 제대로 시행하고 또 일선 행정 현장에서는 제대로 그 영이 서고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가. 그리고 도민들과 소통은 진정성 있게 잘 이뤄지고 있는지 따져볼 때에 갸웃거리는 도민이 많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고개를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지난 17일에 제주환경운동연합에서 발표한 2015 제주환경 10대 뉴스를 보면 주민동의 없이 추진하는 대규모 개발 사업들로 인해 도민사회를 갈등의 소용돌이로 밀어 넣었다고 평가했다.

예래 휴양형 주거단지 개발사업 대법원 무효판결이라든지 주민수용성 배제한 제2공항 후보지 선정, 탑동 신항만계획 대규모 매립추진, 상가리 관광지 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 통과, 제주해군기지 주변 연산호 서식환경 악화 등 상위 5개 타이틀만 살피더라도 잘 느낄 수 있다. 지역주민과의 소통부재가 많은 문제와 도민사회 갈등을 야기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전임 도정의 잘못으로 돌리는 공직자들도 더러 눈에 띄지만 엄연히 현재의 문제이며 민선6기 원희룡 도정이 풀어내야 할 과제이다.

물론 지사는 기회 있을 때마다 주민과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거듭 말한다. 지사 접견실에서나 현장 방문을 통해 소통에 힘쓰는 모습도 자주 본다. 그러나 과연 그러한 말과 행위에 진정성은 있는 것인지 대다수 도민들은 의구심을 품는다.

지난 21일 오전에도 지사는 주간정책회의, 기자회견 등을 통해 제주 제2공항 건설부지 선정과 관련한 여러 가지 대책을 제시하며 특히 소통을 강조했다. 그러나 같은 시간에 성산읍 온평리 마을 주민 500여명은 도청 앞에 모여 온평 공항 반대를 위한 열운이 한풀이 마당질을 열며 반대 목소리를 높인  이유가 무엇인지 더욱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소통부재의 현실이다. 혹시 말만 앞세우고 있지 않은가, 다시 돌아보고 성찰할 때이다. 교수신문에서 둘째로 선택한 사시이비(似是而非)라는 사자성어가 뜻하듯이 겉보기에는 옳은 것처럼 그럴싸하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행정의 사이비성이 없는지 돌아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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