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간 위안부 문제 합의는 정부와 여당의 표현대로 일견 반가운 일이다. 미국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도 환영의 메시지가 나오는 모습을 본다. 그러나 야당을 비롯하여 국내 각계각층의 반발 움직임 역시 크다. 제주시 방일리 공원에 소녀상을 건립한 네트워크 평화나비 제주대학생들도 ‘인권을 돈으로 매수하지 말라’며 소녀상 철거 반대의 뜻을 분명히 밝히기도 했다. 전국적인 현상이어서 파장은 오래갈 듯한 조짐이다. 위안부 문제 합의 소식에 가장 격분한 것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당사자들이다. ‘우리의 문제’인데 그렇게 정부끼리 ‘속닥속닥 처리’할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100억원 기금보다 평생 쌓여온 깊은 상처와 한의 치유, 명예회복이 먼저라고 주장한다. 진정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사과가 없는 한 용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협상에 앞서서 피해 당사자인 할머니들을 먼저 배려하지 못하고 소통하지 않은 정부의 책임이 도드라지는 부분이라 할 것이다. 세밑, 세시에 가장 뜨거운 현안으로 떠올라 있다.

2016년 丙申年 새해가 밝았다. 새해를 맞으면서 덕담을 주고받는 모습이 정겹다.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라 할지라도 그 안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원하는 바, 목표한 바를 성취하고 싶은 마음들이 읽힌다. 각 기관, 단체마다 신년사가 나오고 연두회견을 하고 신년설계를 발표하는 일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의 다짐이기도 할 것이며, 구성원들간 일치와 화합을 꾀하는 공동체 정신의 발로도 함께 읽게 된다.

원희룡 지사는 신년사를 통해 “제주가 더 커지고, 도민 한분 한분의 소망이 큰 결실을 맺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했다. 특히 2016년은 제주가 도제실시 70주년, 특별자치도 출범 10주년을 맞는 역사적인 해임을 강조하면서 “120만 제주도민의 대통합을 바탕으로 제주의 수준과 품격을 한 단계 더 높여나가는 제2도약의 해가 될 것”이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문제는 도민들에게 어떻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고 도민 맞춤형 정책을 어떻게 잘 세워 위민 행정을 펼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1년 6개월 전 원 지사의 취임사를 주의 깊게 돌아보면 ‘제주 자원의 가치를 높이는 새로운 성장 추구’, ‘도민의 아픔 치유’, ‘다른 정치로 도민 협치시대 개막’, ‘세계적 제주 연계망 구축을 통한 더 큰 제주 건설’을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일 위주, 현장 중심, 소통을 추구하는 도지사가 되겠다던 다짐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시점이 아닐까 여겨진다. ‘제주의 청정자연과 독특한 제주문화, 사람의 가치를 키워 더 큰 제주를 만드는’ 도정 목표, 제주의 새로운 꿈이 도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메시지로 다시 한 번 다가가기를 기원한다. “미래는 꿈의 아름다움을 믿는 사람들의 것이다”는 엘리노어 루즈벨트의 명언을 기억하면서. 진정 도민 모두의 꿈이 이뤄지는 2016년 붉은 원숭이의 해가 될 수 있도록 화기치상(和氣致祥), 음양 화합으로 어우러지는 상서로운 기운이 온 누리에 가득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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