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오전 10시부터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도의회 5개 상임위원회 대상의 제주미래비전 용역 보고회는 비전 없는 제주미래비전에 대한 질타 현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구체성이 없는 개발 위주 비전 제시, 알맹이 없는 보고서, 부실 투성이 허맹이 문서, 불분명한 정체성, 어긋난 원칙 제시, 복지교육1차산업 언급 없는 제주미래비전의 어불성설, 현실성 없는 방향성 등 비판이 쏟아졌다.
 

책임연구원의 답변이 시원하지 못했다. 이번 연구용역의 결과는 제주의 미래비전에 있어서 비전을 설정하고 큰 틀 안에서 그 방향성만을 제시했다고 했다. 큰 그림을 그린 것이라 했다. 그러면서 제주사회의 산업별 구조변화라든지 GRDP 가능 성장성에 대한 변화 수치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작업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러한 구체적인 수치 제시는 낡은 기존의 연구방법이라는 말과 함께. 요즘 연구 작업, 용역 트렌드는 그렇게 수치 같은 틀을 정해 놓고 거기에 맞추는 게 아니라는 점잖은 훈계도 덧붙였다.
 

더욱이 청정과 공존이라는 미래비전 용역의 핵심 가치가 도민들에 의해 창출된 키워드라 강변하기도 했다. 도민계획단의 도민 대표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언론에 대해서 도민계획단에 대한 모독이라 생각한다는 연구위원의 비난은 제주 언론계 전체에 대한 모독은 아닌 것인지 모르겠다.
 

과연 그렇다면 혈세 17억원 가까이 투입되어 진행하는 이 용역에 있어서 연구진이 한 일은 무엇인가. 어느 도의원의 지적처럼 도민계획단에서 낸 의견과 아이디어를 받아 적고 부족한 것은 여기저기 외국 사례를 옮겨 페이지를 불리고, 또 다른 도의원의 비판처럼 타 지방 보고서를 인용하거나 짜깁기를 해서 1000페이지 넘는 보고서를 만들었다는 말인가.
 

한 술 더 떠, 보고서 납품기일을 좀 더 늦춰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제주도 기획조정실장은 이 용역보고서를 만드는 일에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도민의 뜻을 담는 것이라 답변한 부분이다. 물론 중요한 일이고 그렇게 해야 한다. 하지만 과연 어느 도민들의 의견을 듣고 그 뜻을 담아냈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자세하게 보고, 듣고, 이해했다는 도민들이 극소수이지 않은가. 
 

도 기조실장의 항변에서 느낄 수 있는 점은 그동안 도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그 의견을 보고서에 충실히 담아냈기 때문에 지금 도의원들이 제기하는 의견은 대충 듣는 것으로 하고 용역 최종보고서를 마무리하는 수순을 강행할 수밖에 없다는 말에 다름 아니었다. 얼마나 도민의 대의기관인 도의회와 도의원을 무시했으면 이런 답변을 스스럼 없이 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그동안 간혹 도지사가 도의회를 무시하는 장면을 목도했던 도정 고위 간부여서 지사 따라하기가 아닌가 여겨지는 모습이다.
 

이날 도의원들이 제기한 문제점은 조목조목 틀린 말이 하나 없었다. 1000페이지 넘는 용역최종보고서에 복지, 교육, 1차산업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는 점에 대해 용역 연구진 역시 수긍했다. 전체 부분에 녹아들어 있다고 하는 말은 실체가 없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17억원이라는 막대한 도민 혈세를 투입하는 용역임에도 이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가, 하는 안타까움이 없지 않다. 제주지역사회에 대해 확실히 꿰뚫고 있으면서 사회 전 분야에 능통하고 상상력창의성으로 충만한 전문가 어느 한 사람에게 용역을 맡기더라도 이 만큼의 보고서는 나오지 않았을까. 도민들이 제시했다는 청정과 공존(기실, 제주사회가 고래로부터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가치가 청정과 공존이다)을 키워드로 1000페이지 보고서를 만드는 일에 수고를 아끼지 않았으나 아쉬움이 큰 이유이다. 도민의 대의기관인 도의회가 평하듯이 이렇게 부실한 용역보고서를 제주도정에서 그대로 납품 받아서는 안 될 일이다. 도의원들이 제기한 문제점을 반영한 뒤에 처리해도 늦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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