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 연휴 기간 동안 제주도민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른 이야기 거리는 가족사와 함께 기족, 친지, 지인간에 나누는 축복과 희망, 건강 기원 등의 언사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사회적 관심사로서 한파와 공항대란, 감귤가격 폭락, 제2공항 부지 결정과 그에 따른 지역주민 갈등 양상, 북한 장거리 로켓 광명성 4호 궤도진입 성공, 4·13 총선 관련 화제 등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도민들의 관심이 모아져서 민심을 형성하게 되고 그 민심의 향배는 음양으로 정치와 행정, 정책 결정 등은 물론 사회 전반에 어떠한 형태로든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무엇보다도 국회의원이 되고자 출사표를 던진 예비후보들과 관련자들에게는 60여일 앞으로 다가온 20대 총선과 관련한 민심은 초미의 관심사일 것이다. 그 민심을 자신에게 보다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물밑 여론 경쟁이 그만큼 치열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당내 경선 구도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는 하나의 지표가 된다는 점 때문에 각 진영에서 여론전에 크게 공을 들이는 이유일 것이다.
지난 8일 선거관리위원회 발표에 의하면, 현재 제주지역 3개 선거구에 총 28명의 예비후보가 등록했다. 평균 9.3대 1로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하는 경쟁률이다. 제주시 갑 선거구인 경우는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의 강창일 현역 의원이 예비후보로 등록하면서 본격적인 선거전에 뛰어들어 10대 1의 경쟁률을 나타내고 있다. 제주시 을과 서귀포시 선거구도 현재 9대 1의 경쟁률이다.
3개 선거구별로 이들 28명 가운데 도내 언론사들의 공동, 개별 1차 여론조사에서 절대 우세, 독보적 존재감을 드러낸 예비후보가 없었다는 면에서 보더라도 설 연휴 민심의 향배는 더욱 중요해졌다. 지난 여론조사에 있어서 선호도, 지지율이 비록 꼴찌였다 하더라도 첫째와의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전략을 어떻게 짜고 펼치느냐 하는 것은 민심, 그 여론의 향배에서 비롯된다. 하물며 표준오차 범위 안에 있는 예비후보들의 경우에 역전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가변적인 것일 수밖에 없다.
승부의 세계에서는 여론조사에 지더라도 최종 후보 경쟁 결과에서 승리를 나꿔채는 반전도 기다린다. 정당마다 경선 컷오프는 당내 사정에 따라서 각기 다른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이제 각 정당별로 당내 경선 체제로 돌입하는 단계여서 예비후보자간 경쟁의 치열성은 심화될 것이다. 아름다운 경선이 이뤄진다면 경선에서 승리한 후보로서는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겠으나 십중팔구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꼴불견 경선이 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현재의 일여다야 혹은 일여일야 구도 구상에서 종국에는 다여일야, 다여다야의 최종 본선 후보군 양상으로 변화될 조짐도 엿보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은 민심, 표심에 예비후보자들이 어떻게 다가서고 그 마음을 여하히 얻느냐 하는 문제로 귀결된다. 그동안에 치러진 총선 결과에 그 답이 있다. 정당별 경선 과정이든 본선에 진출한 후보들간의 경쟁이든 누가 어느만큼 진정성을 갖고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돈으로, 물질로 표를 쉽게 얻으려 했던 이들이 중도 낙마하는 경우를 수없이 보아 왔다.
혈연, 지연, 학연 등 인맥에 기대는 전략도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제주지역은 그 관계성이 얼키고설켜 있기 때문이다. 이룰 수 없는 허황된 공약이라든지 베껴쓰기 공약을 남발하는 경우도 그 바닥은 곧 드러나기 십상이다.
민심을 움직이는 진정성은 그 사람이 살아온 족적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그의 평소 마음씀과 모든 말과 행위에서 드러난다. 어떠한 삶을 살아왔으며, 지금 현재 어떠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하는 점이 그 사람의 진정성을 판단하는 바로미터가 된다. 학식과 능력이 출중하다거나 인물이 훤하다든지 재력이 든든하다는 둥 사회적 평가는 부차적인 것이다. 지금 그가 그처럼 갖고 있는 것을 어떻게 사용해 오고 있는가 하는 점이 오히려 더욱 중요한 평가기준이 된다.
그동안 300명 전체 국회의원들의 정치활동 면면을 지켜보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춰 훌륭한 의정활동을 편 선량들도 있으나 어이쿠, 잘못 뽑았네! 한탄하는 국민들이 참 많다. 사람다운 사람, 우리의 대표로 내보내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진정성을 갖춘 후보들이 선택받는 선거이길 고대하는 까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