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 해군지기(제주민군복합형관광미항) 건설과 관련해 개인과 단체 등 121명을 상대로 한 해군 측의 34억여 원 상당의 구상권 행사는 아무리 곱씹어봐도 우스운 일이다. 해군기지 건설 지연 원인이 무엇 때문인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국방부와 해군은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일을 계속 진행하고 있으니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는 것이다. '불법적인 공사방해 행위로 인해 국민세금의 손실을 가져온 원인 행위자에 대해 그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이라 하지만 먼저 해군 스스로의 반성과 함께 그 방향이 자신들을 향한 것이어야 했음을 아직도 모르는 것인가.

해군기지 1공구 시공업체인 삼성물산이 공사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금 360억원을 해군에 청구했고 대한상사중재원의 중재에 의해 275억원으로 결정되어 작금의 해군에 의한 34억원 구상금 청구에 이르렀을 뿐 아니라 2공구 시공사 대림산업 역시 손해배상을 청구해 놓고 있는 상황이라니 기가 찰 노릇이다. 만에 하나 공사 지연으로 인해 시공사 등이 손해를 봤다면 응당 사업 주체인 해군과 국방부가 책임져야 할 문제가 아니던가.

해군과 국방부에서는 주민과 활동가들의 공사방해 행위로 인해 공사가 지연됐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이유는 해군과 시공사의 불법, 탈법 공사 때문임은 이미 드러난 사실이기 때문이다. 2007년 강정마을 입지 결정 이후에도 무리한 공사를 강행하려는 이유 때문에 국회에서 예산 배정이 원만치 않아 공사 착수가 힘들었던 사실부터 기억해야 한다. 또한 공사 과정 중에도 수차례의 태풍 내습, 오탁방지막 훼손 등을 아랑곳 않는 불법 공사로 인해 제주도로부터 공사 중지 통보를 받는 일도 수차례였다. 2012년에는 공사 설계 오류 논란도 불거졌었다. 이처럼 엄밀히 따지면 공사가 지연된 것이 반대활동보다 해군과 시공사의 불법과 탈법, 억지 공사과정에 더 큰 책임이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을 것이다. 불법·탈법·위법이 상시 이뤄진 해군기지 공사였기에 반대하지 않을 수 없었던 현실을 직시해야 하는 것이다.

배상을 말한다면 오히려 정부와 해군 측이 강정마을에 대해 배상해야 할 일들이 더 많음을 진정 모르는 것인가. 강정 앞바다의 아름다운 환경과 생태계 훼손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영원불변할 자원이었던 구럼비 발파 피해, 강정마을 주민 갈등은 물론 주민들의 가슴 깊이 새겨져 있는 상처와 한, 평화로운 삶터로서의 공동체 파괴 등의 심각한 피해에 대해서는 그 누가 배상할 것인지 답해야 한다.

국방부(해군)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직접 시행했다는 '제주민군복합항의 국제전략적 활용방안에 대한 정책연구' 용역에서도 그 책임소재의 일단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연구에는 해군기지 추진이 결정된 2007년 전후 사업추진단장이던 이은국, 김동문 전 대령도 연구자로 참여한 사실이 눈길을 끈다. 연구 내용을 살펴보면 해군기지 건설사업이 지연된 이유는 반대 조직과 주민의 사업거부가 직접적이라고 하면서도 '국책사업으로서 정부와 국방부, 해군이 주민과의 약속 이행에 대한 노력이 부족한 점'도 한 이유임을 분명하게 지적하고 있다.

그리고 향후의 방향에 대해 "제주해군기지는 여태까지 해군이 경험하지 못한 민군복합항이자 관광미항으로서 새로운 규칙 제정과 함께 관광미항축제 개최 등 관광자원 활성화 대책 마련, 시민단체와의 연대, 교육기관과의 협력 등의 방안을 구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이어서 "(지난) 9년의 건설 과정에서 발생한 기나긴 갈등과정에 대한 이해와 향후 갈등관리 방안에 대해서는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군이 공동으로 연구에 참여해야 원-윈(win-win) 해법이 될 것"이라고 제언하고 있다. 당시에 해군기지 공사를 무리 없이 진행하려고 앞장서서 애쓰던 두 전직 사업단장의 모습이 떠오른다. 이들의 연구 결과와 제언도 이렇게 나오고 있음에도 해군과 국방부는 책임전가 행위를 지속할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강정마을회와 주민들은 윈-윈의 방안을 수차례 제안하며 노력해 왔다. 주민들이 제기하듯이 입지 선정 과정상 갈등 원인 행위 등에 대한 공동 진상조사와 진정한 사과, 갈등해소 시책 등이 먼저 아닌가.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구상금 청구 폭탄 투하 등으로 갈등을 더욱 부추기는 행위에 나서고 있는 해군과 국방부의 진의가 무엇인지 궁금할 뿐이다. 과연, 강정 마을 주민들이 느끼는 바대로 아예 마을에서 주민들을 몰아내려는 전략인가? 그래서 백주 대낮에 총기로 무장한 병력을 출동시키면서 주민들을 겁박까지 하는 것인가? 제주지역의 제 단체는 물론 도의회, 4·13 총선 당선자들까지 나서서 구상금 철회를 정중하게 요청하고 있다.

해군과 국방부의 진정성 있는 응답, 구상권 행사 철회와 함께 마을주민들에 대한 일체의 민·형사상 처벌 철회 등 조속한 명예회복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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