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비(NIMBY, Not In My Back Yard : 내 뒷마당에는 안 된다)인가, 생존권 사수 움직임인가. 제2공항 건설부지 결정을 둘러싼 성산읍 해당 마을 주민들의 반대 운동을 ‘님비’로 폄훼하면서 다시 한 차례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난 13일 오전, 도청에서 비공개로 열렸다는 ‘제주공항 인프라 확충 정책자문위원회’ 자리가 발단이었다. 모 겸임교수의 ‘제2공항 갈등 조정 방안 검토’ 발표 내용에서 제2공항 갈등 성격에 대해 ‘전형적인 님비 현상’이라 규정했다니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제2공항반대온평리비상대책위원회’에서 낸 성명을 보면 발언 당사자 모 교수는 국가의 갈등조정 관련기관에도 적을 둔 이여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큰 듯하다. 본인은 당해 기관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라 전제했으나 아무리 사견이라 할지언정 해당 지역 주민들은 ‘갈등 예방과 조정을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오히려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행위’라고, 비판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날 자문위에서 배포된 자료에는 제2공항 건설을 확정적인 것으로 해서 이주대책 등 향후 전개 일정까지 제시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연말까지 진행되는 예비타당성 조사(한국개발연구원에 의뢰) 단계에서 이주대책 대상자 기초조사 실시, 공사 개시 후 2022년부터는 이주대상자에 대한 택지 분양 등이 구체화되어 있다. 또 2017년부터 2018년까지 기본계획수립 용역단계에서 이주대책 대상자 정밀조사와 이주대책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이주 대상은 공항주변 개발사업지구내 편입가구를 비롯해 공항개발 사업지구내 편입가구, 소음피해 가구 등이라는 것이다. 2019년 사업 착공 때부터는 택지기반 조성사업을 시작해 2022년부터 택지 분양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제2공항 주변 소음피해와 관련한 공항개발 실시설계 후 조사 계획은 물론 방음시설,냉방기 설치 등 보상계획까지 나와 있다.

아무리 자문위원회 성격의 자리였다지만 이처럼 사전에 설명회라든지 의견 조율 과정도 없이 일방통행식으로 행정 행위가 이뤄지는 것을 보고 반발하지 않을 이해당사자가 있을지 의문이다. 이러한 반발을 두고 또 국가기관 관계자와 제주도 당국은 지역이기주의, 님비 현상이라 몰아붙일 것인가.

지난 16일 발표된 ‘성산읍제2공항반대대책위원회’ 성명에서도 “제2공항과 관련된 행정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주민 수용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이며 기습적으로 제주 제2공항 입지를 선정해 놓고, 민주적인 절차보다 부동산 투기를 막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하는 이번 제주 제2공항 입지 선정 과정은 잘못됐다면서 “제주도의 일방적인 행정이 이뤄진다면 원희룡 지사 소환운동을 진행하겠다”는 경고까지 했다. 아직 제2공항 입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보상과 지원을 말하고 있는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그리고 주민들의 문제제기에 대해서 제대로 된 답변도 내지 못하면서 보상과 지역개발 등 돈으로만 사태를 수습하려고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자문위원회 회의 자리에서 모 교수가 말하듯이 과연 지역주민들이 보상을 더 받기 위해서 반대에 나서는 것인지 가슴에 손을 얹고 한번 더 생각해 볼 일이다. 생존권을 지켜내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읽어낼 수 없다면 그 갈등을 풀어낼 길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에 실시된 KBS제주방송총국의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살필 수 있듯이 제2공항 건설 반대이유로서 가장 먼저 꼽은 것은 ‘입지 선정 절차 불투명성’(28.4%)이다. 그리고 기존 공항 확장으로도 충분하다(28.0%)는 의견과 환경파괴가 심각할 것이다(25.5%), 입지로서 성산읍 지역이 적절하지 않다(8.1%) 순이었다. 선정 절차의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한 제주도정과 정부의 책임이 더 크다는 점을 분명히 해둬야 할 대목이다.

‘님비’ 시비는 온평리 주민들이 분명히 밝히고 있지만 ‘지역주민을 비하하고 자존감에 상처를 주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평생 일구던 농지를 내놓아야 하고, 이로 인해 농사꾼이라는 일자리가 없어지는 상황이 두려워 저항하는 것이 집단이기주의라면 과연 정부기관과 제주도가 인정하는 주민의 정당한 권리행사의 기준은 무엇이란 말인가?”라는 항변이 타당하게 들리는 이유이다.

‘님비’ 발언 당사자는 물론 제주 공항인프라 확충 정책자문위원회와 제주도정은 지역주민들의 요구대로 “주민들 앞에 소상히 해명하고, 공개적인 사과와 재발 방지를 위한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밀어붙여서 제대로 되는 일은 없다. 2천만명 관광객이 오지 않으면 어떻고, 받지 못한다면 또 어떤가.

제주의 자연과 제주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자존감과 생존권을 지키는 일이 더욱 소중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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