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가, 서귀포시가 해군의 하수인으로 전락했는가라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도민이 많다. 해군기지, 크루즈터미널 진입 우회도로 개설을 위해 사유물인 중덕 삼거리 시설물 철거에 임하고 있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강제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해군과 지역주민 당사자간의 논의와 협력에 맡겨야 할 사안인 것이다. 서귀포시와 제주도정이 나서서 감놔라 배놔라 할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래서 서귀포시에 의한 행정대집행 계고는 철회되어야 마땅한 일이다. 제340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임시회에서 통과된 1차 추경 예산안에 끼워 넣은 예산 1억원이 의미하는 바대로 이를 제주도정이 꾸민 일이라면 원희룡 지사는 강정 주민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부터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지난 12일 원희룡 지사와 강정마을회간 비공개 면담 결과, 조만간 어떠한 형태로든지 결론이 날 사항이겠으나 일단 행정대집행 계고를 철회하고 해군 측과 강정마을회간 머리를 맞대는 협의에 이르도록 이끄는 게 순리일 것이다. 어쩌면 중덕 삼거리는 강정마을의 자존심이다. 2007년 이래 그 삼거리에 세워진 망루 위에서 투쟁하던 마을 주민들의 '마을 사랑, 평화 애호'의 정신이 새겨진 공간이기 때문이다. 구럼비로 통하던 길목이었으며 강정마을의 자존을 지켜내던 못자리였다. 더도 덜도 아닌 강정 평화의 심볼이다. 그 평화를 파하고 뿌리뽑겠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구상권 철회를 그렇게 외쳐도 비웃듯이 냉대한 해군의 모습은 이어지고 있다. 그 몰염치성에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정녕 '대한민국 해군'이라면 이러지는 못할 것이다.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89조 제1항에 따라 해당 자치단체에서 대집행에 나서게 되는 것이라고 법조항을 들이대며 압박할 일이 아니다. 상생의 길로 나서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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