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내면세점 설치와 이전을 둘러싼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와 제주관광공사(JTO)의 '네 탓' 공방이 가열되면서 도민들에게 공분을 사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원희룡 지사의 발언에서 비롯되었으나 근본적인 문제는 국가공기업인 JDC와 지방공기업 JTO 간 물밑에 가라앉았던 면세점 관련 경쟁관계, 다툼의 불씨가 살아났다는 데에 있다. 시내면세점 사업을 두고 알게 모르게 경쟁관계에 있는 양 기관의 자사 이익 추구가 빌미 되어 드러난 이전투구가 아니냐는 여론인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JDC 이사장의 "서귀포에 가면 거의 망한다"는 발언이 서귀포에 대한 악담, 저주, 모욕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수많은 서귀포 시민과 경제인들뿐만 아니라 도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게 하고 있다.
이유야 어떻든 공공기관의 수장으로서 내뱉어서는 안 될 말을 스스럼없이 했다는 측면에서 당사자의 인격이 의심된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결국 JDC 이사장의 "JTO는 1년이면 망한다, (고객 유치를 위한) 수수료 문제로 기권했다"는 등 발언의 의미를 종합해 보면, 제주관광공사측 의문 제기처럼 시내면세점은 JDC만 해야 한다, JDC 이익 감소를 그냥 두고 볼 수 없다는 강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이사장 퇴임을 앞두고 JDC의 위상 손상 방지를 위해, 혹은 이윤 극대화를 위한 총정 내지 총대를 멘 게 아니겠느냐는 의구심을 표하는 이들도 있다.
제주관광공사의 입장 발표 내용을 살펴보면, JTO 지정면세점 이전은 박근혜 대통령이 지역전략산업 육성을 통한 지역경제발전 차원에서 강력히 추진하고 있는 '규제 프리존' 과제 중의 하나로 알려진다.
정부차원에서 이뤄지는 제도개선 차원이라는 것이다. 제주관광공사는 제주국제컨벤션센터(ICC)로 제한돼 있는 JTO 지정면세점 입지 완화를 정부에 건의했고, 정부가 이를 받아들여 추진하게 됐다는 설명인 것이다.
그래서 그동안 주관 부처인 기획재정부 주관으로 두 차례 회의가 열렸다. 지난 5월 18일, 기획재정부를 비롯해서 국토부와 관세청, 제주도, JDC, JTO 등이 참석해 열린 2차 회의에서 찬반논란을 거쳐 기획재정부 중재로 제주국제컨벤션센터로 제한된 JTO 지정면세점 위치를 이전, 완화하기로 잠정 결론이 났다.
사단은 여기서부터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JTO와 JDC 실무협의를 거쳐 차기 회의 때 확정짓기로 했으나 돌연 JDC의 반대로 인해 기획재정부가 일방적으로 진행할 수 없다는 고충을 밝혔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을 전해들은 원희룡 지사가 지난 6월 28일, 시민사회단체들과의 간담회에서 JDC의 문제를 거론하는 단체 대표들에게 "JDC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생각"이라 발언하게 된 배경이라 할 수 있다. 제주관광공사를 망하게 하는 것이 공기업인 JDC라는 원지사의 발언에 대한 반박으로 JDC 이사장은 "서귀포에 가면 망한다"는 폭언을 하고 말았다. 망(亡)에 대한 망(亡) 대응인 셈이다.
소통의 도구인 말, 언어를 구사함에 있어서는 금도가 있는 법이다. 제어하지 못한 채 나오는 대로 말하다가는 망발이고 망조로 흐르기 십상이다. 더군다나 반박성의 발언이라면 합리성과 논리성을 갖춰야 수긍이 되는 법이다. 감성에 호소하기보다 이성에 다가가 이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자세가 중요한 까닭이다. 말을 잘못 사용하면 이번의 경우처럼 폭력의 도구가 되고 만다.
예래휴양형주거단지사업을 추진하면서 지역주민들에게 씻지 못할 상처를 주고 있는 점이라든지, 헬스없는 헬스케어타운 조성으로 서귀포 땅에 부동산 투기 붐을 조성한 그 동안의 활약을 JDC는 반성해야 한다.
서귀포시는 제주관광의 메카라 할 수 있다. 1차산업과 관광산업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예술의 도시로서 '희망 서귀포'를 일궈 나가려는 의지가 충만한 도시이다. 서귀포 시민들은 '어떠한 사업도 서귀포에 오면 가능성이 있다.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공존, 상생의 자세이다. "서귀포에 가면 망한다"는 발언의 당사자는 17만 서귀포 시민에게, 모든 도민에게 사과해야 마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