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로 인한 피해가 도내 곳곳에서 발생했다. 서귀포 중문 지경에는 시간당 100㎜, 모슬포지역 80㎜ 등. 퍼부어진 폭우로 인해 농경지 침수, 농로 유실은 말할 것도 없고 주택가, 상가 등 침수 피해가 적지 않았다. 낙뢰로 인한 정전으로 피해를 본 농가도 많았다. 색달천 범람, 중문동 하나로 마트 지하 침수, 모슬포 하천 범람 등 119 출동 배수 지원, 고립 인명 구출 등의 기록에서도 피해의 정도를 유추해 볼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인명 피해가 없었다는 점이다.

특히 천제연 폭포 인근 공사장에서는 흘러내리는 토사, 흙탕물로 자연환경을 오염시키고 있음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공사를 지속하는 몰염치를 보이기도 했다. 도심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는 신축공사장 등의 경우에도 도로나 주택가와 인접해 둘러쳐진 펜스 등이 너무 허술해 강한 비바람에 넘어지고 날아갈 위험이 상존한다는 여론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재산 피해도 그렇지만 인명 피해로 바로 이어 질 수 있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평소에 행정 당국의 관리, 감독이 철저하게 이뤄져야 하는 까닭이다.

이번에는 하루 저녁 국지적인 집중호우로 그쳤으나 장마철이 아직 끝나지 않았고 본격적인 태풍철로 접어들고 있다. 기상청 예보로는 우리나라에 영향을 끼칠 태풍은 1개 정도라고 하나 그대로 믿고 방심할 일이 아니다. 1호 태풍 네파탁의 경우에도 그 이동 경로가 유동적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그리고 태풍 소멸 이후에 저기압대가 많은 비를 몰고 왔던 점을 돌아보면, 그 대비를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가 어느 정도인지 아직 전체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았다. 이처럼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천재지변이어서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의견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그동안 발생했던 자연재해로 도민, 시민들이 당한 피해는 대개 인재에 의한 것이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그만큼 사전에 예방하고 대비하는 행정당국의 의지 부족과 자연재해 대비 매뉴얼이 갖춰져 있지 않은데서 오는 피해 증폭이라는 것이다. 막을 수 있는 피해, 줄일 수 있는 피해에 대한 기대치를 최대한 높이는 것은 사전 대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호우주의보, 호우경보 등에 따른 사전 예방조치 미비도 그렇지만 평소 자연재해 방지에 대한 행정의 소극적 자세도 이러한 유사 피해가 되풀이 되는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사후약방문' 격인 조치가 대부분이라는 비판이 파다하다. 전임 서귀포시장은 "서류상 대응 매뉴얼이 아니라 민간과 함께하는 실제적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었지만 아직 서귀포시에서는 이러한 실제적 매뉴얼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시장의 책임인가, 중간 관리자의 책임인가. 아니면 일개 담당 부서의 책임인가. 혹시 이들 책임의식을 지녀야 할 담당 공직자들은 "피해당하지 않도록 미리 잘 대비하라"는 서귀포시의 당부를 이행하지 않은 자연재해 피해 시민 탓으로 돌릴지도 모를 일이다.

물론 서귀포시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하천 범람과 침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저류지 시설을 비롯해 소하천 정비사업 등을 꾸준하게 펼쳐오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침수지역이 빈발하는 상황이다. 공사가 마무리된 저류지라 하더라도 제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하는 사후관리가 이어져야 하는 까닭이다. 태풍과 집중호우로 인한 범람 가능성이 있는 하천에 대해서도 상시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재해 취약지를 파악해 정기적인 안전점검을 시행하고 재난 예·경보시스템, 재해 발생시 비상연락망과 조치 절차, 책임자 명기 등도 확실하게 매뉴얼화해 두어야 한다.

잇따른 FTA 체결과 발효로 인해 회복하기 힘든 상처를 받은 서귀포시 지역 1차산업이 자연재해에도 무방비 상태로 내던져 있는 모습이다. 올해 1월 하순 제주지역에 몰아친 폭설로 인한 농작물 동해로 인해 시름에 잠겨있는 농업인들은 강풍과 폭우 등의 자연재해가 이어지면서 올해 농사도 망칠까 걱정이 크다. 무엇보다 어떠한 자연재해에도 안전한 서귀포시를 만들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게 마련되어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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