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올림픽 전 종목 석권. 대한민국 양궁대표팀 선수단이 국민들에게 큰 기쁨과 희망을 쏘았다. 양궁 국가대표 선수단의 금의환향 자리에 몰린 인파가 그 영광과 환희를 실감케 했다. 무엇보다 '원칙 중시' 선수 선발 과정이 '앞으로도 더 잘되리라'는 국민들의 믿음을 얻는다. 최고의 실력,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량을 갖춘 자만이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는 한국양궁의 대원칙 때문이라는 것이다. '무조건 활을 더 잘쏴야 국가대표가 될 수 있다'. 로비와 파벌이 끼어들 틈새가 없다고 한다. 매해 새로 시작되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올림픽 메달리스트라 하더라도 재선발을 기약하지 못하는 이유다. 어느 누구에게서도 불평불만이 나오지 않을만큼 '투명하고 공정한', '실력, 능력으로서 승부하는 세계'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끊임없는 새로운 훈련방식의 개발, 선수 생활 외에 다른 걱정을 하지 않게 하는 양궁협회의 아낌없는 지원 역시 한몫 했다 한다. 이를 시스템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가 이와 같은 '투명성'과 '공정성', '사회정의'와 '원칙'에 의해 돌아간다면 어떨까. 사회 곳곳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겠다고 소리 높이지만 번번이 터져나오는 것은 부패와 비리, 불공정이 점철되는 현실의 투영이다. 특히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비리는 잘못된 인사에서 비롯되기 일쑤이다. 그 직에 앉혀서는 안 될 인사를 보했을 경우 탈이 나기 마련이다.

역대 정권은 물론 특히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국민을 실망시키는 공직사회 패악이 계속 터져나오는 근본적 원인 역시 학자와 전문가들의 입을 빌지 않더라도 '잘못된 인사 관행'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국민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는 인사들을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장차관에 앉히고 공공기관에 낙하산 인사를 내리꽂는 풍토가 지속되는 한 '부지하세월'일 수밖에 없다. 부패·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우병우 민정수석에 의해 검증되었다고 여겨지는 8,16 개각 역시 돌려막기 개각이라 비판받는 이유이다. 신문, 방송의 보도라든지 세간의 여론에 의하면 정말 그 직에 합당한 인사들인지 국민들이 오히려 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다시금 새길 일이다.

제주도정과 양 행정시에 의해 단행된 지난 2016년 하반기 인사 역시 세간의 총평은 '비교적 잘한 인사'라 나오기는 했으나 일부 불평불만이 쏟아져 나온 점을 돌이켜 보면, 다시 한 번 곱씹어보고 보다 '투명성·공정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인사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제기를 하게 된다. 물론 도정 추진동력 확보와 효율적 인력 운영을 위해 인적 쇄신, 성과 창출, 인재의 적재적소 배치 등에 중점을 두면서도 일 중심과 업무의 연속성을 동시에 감안해 단행했다고 밝힌 제주도의 인사원칙은 곳곳에서 파열음이 일기도 했다.

서귀포시의 경우에 행정의 중심추 역할을 해야 할 주무국장, 주무과장 등을 6개월만에 보직 이동해버리는 바람에 일시적으로나마 행정 마비 현상을 가져왔다는 사실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일이다. 6개월쯤 업무를 파악하는 중에 다른 자리로 이동시켜 버리는 행태가 이어지면서 시민들의 행정 불신을 초래하는 점도 큰 문제거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예래동의 경우 주민들은 2년 사이에 다섯 명의 동장을 맞이하고 있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제대로 된 동 행정을 펼 수 있겠느냐는 반문인 것이다. 청렴도 평가결과를 반영하고 공직 내부의 잘못된 관행 단절을 위한 인적쇄신, 비위공무원에 대한 일벌백계 인사였다지만 이를 기화로 또다른 '파벌', '자기 사람 심기', 회전문 인사는 아니었는지 더욱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원희룡 지사가 16일, 제주웰컴센터 대강당에서 열린 '2016 하반기 제주도·행정시 간부공무원 정책워크숍'에서 행한 발언이 의미심장하다. "도지사가 바뀌었다고 해서 어떤 사람은 찍히고, 어떤 사람은 특별하게 우대하기도 하지만 다 비슷할 것이다. 60% 이상은 능력이 있고 책임을 지는 간부가 중용되고, 나머지 30~40%는 지사의 인연과 색깔에 따라 기용된다"고 했다니. 혈연·학연·지연에 의한 인사의 여지는 여전히 남겨두는 발언으로 들려 귀를 다시 세우게 한다. 물론 제주도 전체 문제를 자기 문제로 여겨 자신의 직분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간부 공무원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를 강조하면서 나온 말이었다지만 언제든지 지사의 호불호에 의해 인사가 좌지우지될 수 있다는 말로 비쳐질 소지가 있기 때문에 그렇다.

세종대왕과 정조처럼 참다운 인재를 골라 적재적소에 배치해 임무를 부여하는 용인술이 그 어느 때보다 소중한 가치로 다가온다. 이제 제주특별자치도 인사에도 원칙과 시스템이라는 안전장치를 달아야 할 때이다. 주먹구구식, 편가르기식 편향 인사에서 벗어나 공직자 어느 한 사람에게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정도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하는 인사 시스템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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