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지사가 이례적으로 공개석상에서 한 수 배웠다면서 공직자를 칭찬했다는 소식이 화제가 됐다. 제주시 주요현안 공개 토론을 주재한 자리에서였다고 한다. 제주시 백 모 국장이 취한 토지분할 업무처리지침이 쪼개기식 토지분할을 활용한 난개발 방지에 응급조치로서 무척 유용하다는 평가였다. 공직자로서 자신의 직분, 그 위치에서 적절하게 취한 행정 행위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라 할 것이다. 지사의 칭찬보다도 그동안 해결해야 할 과제로서 지역사회 안에 떠올라 있는 문제라는 측면에서도 이슈가 되었다고 본다. 그만큼 행정 행위에 임하는 공직자의 적극적인 마인드와 책임지는 자세가 얼마나 중요한지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라 할 것이다.

도민들은 공직사회에, 공직자들에게 이와 같은 적극적 행정 행위를 원한다. 적극적 행정 행위가 있는 곳에 상찬이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진행 과정에 자칫 오류가 발생하거나 실수가 따른다 하더라도 적극적 행정에서 빚어지는 잘못이라면 이해되고 용납할 수도 있는 부분으로 여긴다. 하지만 행정 현장에서는 진정 시민을 위해 펼치는 적극적 행정 행위인 것인지 의문이 드는 경우가 많다. 이권과 이문이 있는 곳에만 펼쳐지는 적극적 행정인 것인지 혹은 귀찮은 일에는 나몰라라식 뒷짐지는 행정이 아니었는지 다시 한 번 겸허히 뒤돌아볼 현장들이 부지기수인 것이다.

동회수천 방재사업 중 교량 정비 공사의 경우에 교량 위 난간 방호벽 설치가 마무리 되지 않았음에도 준공허가를 내준 현장이 있다. 콘크리트 타설을 마무리 하지 않은 채 엉성한 판대기 조각이 드러난 볼썽사나운 모습의 교량. 이는 공사기간 단축을 위한 적극적 행정 행위였는지 모르겠다. 또 같은 하천에서 과수원 밑으로 쌓아올린 담벼락 방호벽이 무너져 내린 현장을 오랫동안 방치한 것은 다시 큰 비가 내리지 않으리라는 믿음에서 취해진 적극적 행정이었는지, 아니면 뒷짐행정이었는지 애매모호하다.

방재와 무관한 것으로 판명난 남원읍 위미리 종남천 하류에 튼실하게 쌓아놓은 방호벽 윗편 부지에는 펜션 신축 허가를 진행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 역시 적극적 행정 행위가 개입된 것인지 지역 주민들 사이에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해당 지역주민들에게 고지의무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채 중문성당 앞 20m 고도제한 부지에 8층 생활형 숙박시설 신축 허가를 슬그머니 진행하는 현장도 있다. 이러한 경우 역시 속전속결 허가를 위한 적극적 행정 행위에 포함되는가 의문이다. 중문 관광단지 부영리조트 건설공사 현장 위편에 신축, 영업중인 W호텔은 진입도로를 개설하지 않은 상황에서 허가가 떨어졌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호텔측은 현재 뒤늦게 진입도로용 부지를 매수하기 위해 나섰으나 토지주가 응하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허가를 내준 서귀포시가 적극적 행정 행위로서 토지주 설득에 함께 나서고 있는지, 이 또한 궁금한 일이다.

악근천 하류에 수영금지 플래카드를 걸어놓고 여름 내내 부엽토, 쓰레기더미를 방치하고 있는 것은 시민과 피서객의 안전을 위한 적극적 행정 행위라 항변할지 모르겠다. 사고가 날 수 있는 위험한 곳이기 때문에 악근천 하류에는 피서도 오지 말고 수영도 금지한다고. 그래서 그처럼 부엽토와 쓰레기더미를 치우지 않은 것이라 할 것인지. 하지만 그렇게 불결한 해안환경임에도 많은 시민과 피서객들이 다녀가고 이곳을 찾는 올레꾼들의 발길 또한 잦았다. 쇠소깍의 경우에 밀려온 부엽토를 말끔히 치워서 퇴비로 활용하는 적극적 행정을 펼쳤다는 소식과 대비되는 현장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최근에 소나무재 선충이 급속하게 번지고 있다. 이상 기후, 폭염이 지속된 올 여름 날씨로 인해 선충 감염 소나무가 증가일로에 있고, 감염목을 베어내면 또 그보다 더 많은 감염목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소나무재 선충병 방제와 관련해 행정은 너무 안일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베어낸 소나무를 잘라 쌓아둔 곳에 솔수염하늘소 애벌레가 우글거리고 있음에도 왕바구미 애벌레를 솔수염하늘소 애벌레로 오인하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던지는 공직자들도 있다. 제보자로 하여금 연구실로 옮겨 확인하는 수고를 하게 만들 만큼 선충 감염 경로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도 없다는 것은 책임 행정에 대한 희망을 접게 하는 요소가 아닐 수 없다.

용머리 해안 교량 설치 시시비비 문제도 그렇다. 공무원들은 적극적 행정 행위 결과라 말한다. 시민들도 제발 그러하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14년부터 시작됐다는 적극적 행정 작품치고는 지역주민이나 관광객들에게 만족감을 주지 못했다. 안전을 앞세우고 있으나 전문가의 말을 빌면, 태풍이 안 왔기 망정이지 태풍이 왔더라면 견디지 못할 구조물임을 다시 세심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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