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종반으로 치닫는 20대 국회 국정감사는 음양으로 많은 스타들을 내고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기대와는 정반대 방향이어서 안타까움을 안겨주면서 정치에 대한 불신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안타까움이 더하는 상황이다. 때 아닌 이은재 국회의원의 무엇을 착각 내지 모른 듯한 호통 해프닝을 비롯해 해시 태그로 상을 치고 있는 그런데 최순실은? 역시, 게다가 차은택은?, 그리고 우병우는?, 아직도 세월호는? 등으로 SNS 상에서 확산일로에 있다. 청와대와 정부는 그러한 의혹을 묻어두고 감싸려 들 게 아니라 적극적인 해명을 통해 국민적인 의구심을 속 시원히 풀어내어야 마땅하다는 여론이다. 증언대에 세우는 일이 급선무라는 지적인 것이다. 정부여당의 주장대로 국론분열의 방향이 아니라 국민통합, 국민신뢰 획득의 길이기 때문이다.
제18호 태풍 차바 피해 복구를 위한 온 도민의 합심, 노력이 이어지고 행정력이 집중되는 가운데에서도 제주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지역사회가 시급히 풀어내야할 현안 과제들이 거론되고 그 방향이 어느 정도는 제시되었다. 제2공항 부지 선정과 관련한 의혹들이 불거졌고, 중국자본 유입과 부동산 투기 광풍에 대한 대책의 시급성도 제기되었다. 강정마을 주민에 대한 해군의 구상권 청구 철회, 외국인 범죄 급증에 따른 치안대책, 특별자치체제 제도개선 과제 등 산적해 있는 지역 주요 현안들이 다뤄졌다. 그러나 뚜렷한 해결책 없이 선언적제안적 수준에 그쳤다는 도내 언론 등의 평가가 나온다. 무엇보다도 태풍 차바에 의한 피해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제주지역에 대한 특별재난지역 지정이 시급히 요청되는 현실이다.
원희룡 지사 역시 지방자치단체의 행정행위에 대한 지적을 받으면서도 국감이라는 더없이 소중한 기회를 통해 제2공항의 차질없는 완공을 비롯해 외국인 관광객에 의한 강력범죄 증가에 따른 치안유지대책, 경찰청 및 출입국관리사무소 조직인력 지원, 강정마을 해군 구상권 청구 철회 지원, 제주특별법 6단계 제도개선 과제 등에 대한 국회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그 성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더 지켜봐야 할 입장이다.
11일, 해군본부를 상대로 한 계룡대에서의 국회 국방위 국정감사 자리에서는 강정마을 구상권 청구 문제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자리에 증인으로 출석한 고권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대책위원장은 해군을 상대로 시위를 한 것은 (공사를 지연시키기 위한 게 아니라) 환경영향평가를 준수하면서 건설을 진행하라고 하기 위함이었다고 주장했다. 오탁방지막조차 설치하지 않고 공사가 추진되는 상황이었다면서 반대활동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시위에 단 한번도 나서지 않거나 형사처벌을 받지 않은 사람도 구상권 청구 대상에 포함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주민들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는 해군이 중재를 통해 삼성물산에 비용을 지급한 것 자체가 의문임을 제기했다. 공사가 지연된 것에 대해 시공사가 책임져야 할 부분도 있음에도 그러한 부분에 대해 제대로 확인하지도 않고 이행되지 않았음에도 삼성물산의 주장과 청구를 대부분 받아들여 지급해버렸다는 의혹 제기이다. 이와 같은 사실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기업이 요구한 돈은 다 주고 그 책임은 주민들에게 떠넘기느냐고 일갈했다. 기업이 져야할 책임을 먼저 물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옳은 말씀이다. 군사전문가인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대한상사중재원 중재 판결문에 적시된 도지사와 도의회 책임을 무시하고 힘없는 강정주민에게만 구상금을 청구했다며 구상권 철회를 요구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도 해군측의 입장은 여전했다. 엄현성 해군참모총장은 불법행위로 인해 사업이 지연됐으니 이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해군이 해야할 일이라 주장하면서 구상권 청구 대상도 채증 자료를 바탕으로 선정했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해군과 삼성측의 짬짜미 의혹에 대해서는 삼성물산과 해군은 공사를 완성하는데 공동의 목적이 있고 비밀이 형성될 수도 있다는 애매모호한 답변과 함께 삼성물산에서는 360억원을 청구했는데 그 돈을 다 줄 수 없어서 객관적 입장에 있는 기관의 판단을 기준으로 중재로 갔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권일 강정마을회 부회장은 해군의 마을주민에 대한 구상권 청구 행위는 때려놓고 때린 손이 아프다고 또 때리는 것이라 비유하면서 행정 행위에 대해 지역주민들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고, 주민의 소리를 듣는 것이 정부기관의 역할이 아니냐고 제기했다. 이러한 마을주민의 반문을 국방부와 해군은 귀 기울여 새겨 들을 일이다. 해군의 구상금 청구는 반드시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