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는 이미 예견되었던 사단이다. 단지 모른 척 눈감고 있었을 뿐이었음이 세상에드러난 모든 정황이 이를 증명해주고 있다. 음험한 세력이 지배하고 있는 사회 구조 속에서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는 부정부패는 곪을대로 곪은 뒤에는 터지기 마련이다. 끼리끼리 돌아가는 사회구조 안에서는 잘못된 것을 용기 있게 발설하고 불의를 제지하는 행위 자체가 나오기 어렵다. 어느 한 시대에 경천동지의 기세로 불의를 깨뜨리는 의인이 나오더라도 도도한 역사의 물줄기 전체를 돌아볼 때에 그것은 하나의 물굽이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의인들이, 그러한 의거가 국민을 깨우치고 시대적 가치관을 새롭게 하고 종국에는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어 놓았음을 우리는 그 역사에서 배운다.

25년전 제주지역사회에도 오늘날의 제주를 예견한 용기 있는 젊은이의 안타까운 죽음이 있었다. 이 시대에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그의 외침을 다시 듣는다. "나는 우리의 살과 뼈를 갉아먹으며 노리개로 만드는 세계적 관광지 제2의 하와이보다는 우리의 삶의 터전으로서, 생활의 보금자리로서의 제주도를 원하기에 특별법 저지, 2차 종합개발계획 폐기를 외치며, 또한 이를 추진하는 민자당 타도를 외치며 이 길을 간다."

양용찬 열사를 추모하면서 제주의 현실을 본다. 한 젊은이의 외침을 외면한 제주도의 현 실상은 개발지상주의, 황금만능주의 깃발 아래 공동체 붕괴현상을 맛보고 있다. 장밋빛 희망보다 도민의 삶의 질 저하 등 암담함을 먼저 보게 된다.

원희룡 도정은 지가 상승을 부추기는 개발로 도민을 잘 살게 하겠다고 할 것이 아니라 제주 공공자원을 지킴으로써 후대에게 살아갈 삶의 터전을 잘 넘겨주겠다는 마음으로 도정을 펼쳐야 한다. 지금 아니면 기회가 오지 않는다고, 제2공항 건설 등이 다른 지역에 밀리게 된다고 말할 일이 아니다. 미래 세대에게도 더없이 소중한 자원인 제주 청정 자연을 지키면서 도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을 우선 펼쳐 나가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도민이 바라는 것은 무제한의 개발이 아니다. 수천만의 관광객도 아니다. 천정부지 땅값 상승도 아니다. 소박한 꿈을 갖고 아름다운 청정 제주에서 살아가는 일이다. 청정한 물과 깨끗한 공기를 언제까지나 누릴 수 있는, 쓰레기더미와 교통지옥을 몰고 오는 개발위주 정책에서 벗어나는 삶을 원한다.

청정 제주가 수용할 수 있는 인구와 관광객 수는 과연 얼마인지 헤아리는 정책이 먼저다. 모든 개발계획을 다시 새롭게 점검해야 할 때이다. 재탕, 삼탕 엉터리 용역 결과에 따른 대단위 개발이나 도로 확장 계획이라든지 제2공항 건설, 제주신항 건설, 오라관광단지 개발 등의 사업에 대해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도민의 목소리, 역사적 요구를 다시 새겨들어야 마땅하다. 전임 도정들처럼 제주도를 팔아먹는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인지, 청정 제주를 지켜낸 의인이 될 것인지도 가려 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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