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지하만인지상(一人之下萬人之上)의 자리라 일컫는 총리직을 둘러싸고 또 한 편의 코미디가 연출되고 있다. "지명철회는 아니다.", "자진사퇴도 없다." 총리 내정자의 말이다.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 국회의장을 만나서 "국무총리 임명 권한을 국회에 넘기겠다."는 뜻을 밝힌 후에 가진 인터넷언론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행한 발언이다. 여야 합의 총리 추천 계획에 대해서도 전혀 듣지 못한 이야기라 했다. "(대통령이)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총리에 좋은 분을 추천해 주신다면 그분을 총리로 임명해서 실질적으로 내각을 통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사실상 지명철회 아닌가?"라는 기자의 질문에는 "지명철회라는 말 안 쓰지 않았나?"라는 반문이었다니, 궤변도 이쯤이면 수준급이다.

국민의 당 비대위원장직을 맡아 정치권에 쓴 소리, 큰 목소리를 내고 싶은 욕구가 있었는데 호남 중진들의 반대로 무산된 상황에서 청와대 총리직 제의가 들어왔다는 저간의 사정도 전했다. 정치인이라면 높은 벼슬을 욕심내는 일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유구한 역사, 가까이는 현대사 속 정치사만 살펴보더라도 높은 자리를 꿰차 앉은 이들의 경우에 가문의 영광이기 보다 후세에 치욕으로 남은 사례가 헤일 수 없이 많다. 국무총리 자리 제의를 받았다고 해서 덥석 무는 이나 정치권은 물론 국민의 '자진 사퇴' 요구가 빗발침에도 대통령과의 신의 문제라면서 시종일관 버티는 총리 지명자의 당당한 모습은 국민들에게 안타까움을 넘어 실소를 머금게 만든다.

대통령은 외치, 총리는 내치를 맡는 책임총리제 적임자로서 자신하고 있으나 기실 내정자는 지난해 개헌 논의가 일었을 때만 해도 분권형 책임총리제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출했었다. "대통령의 권한이나 권력이 지나치다면 내치와 외치로 나눌 것이 아니라 중앙과 지방, 즉 지방으로 권한을 넘기는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던 분이다.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총리 내정자의 '이레착 저레착'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국민을 안중에 두지 않는 이기적인 행태이며 벼슬만을 탐하는 이로 비쳐질 수 있다는 점에서 본인에게 더없이 불행한 일이다.

대통령의 '국회 합의로 추천한 총리에게 내각통할권을 부여하겠다'는 입장 전달을 위한 국회 발걸음은 오는 12일 민중총궐기 국면 전환용이라는 비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와 함께 총리직에 눈독을 들이는 2, 30명 정치인들의 면면이 하마평에 오르면서 민심이 더욱 들끓을 조짐을 보인다. 잿밥에 눈먼 이들, 정치꾼, 기회주의자들의 무대가 되리라는 전망이다. 야당이라 해서 민심의 화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 시점에서는 그 무엇보다 민심을 읽는 일이 우선이다. 국민의 뜻을 잘 헤아려 읽고 그 뜻을 따르는 것이 국정 정상화, 국민 안전으로 가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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