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수레가 요란하다'고 한다. 제주시 쓰레기 줄이기 정책 수립과 그 수행 과정을 지켜보면서 문득 드는 느낌이다. 제주시가 11일, 쓰레기 50% 줄이기 시민공감대 형성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제주시종합경기장에서 KBS 열린음악회를 연다. 오후 6시부터 쓰레기 줄이기 실천과제 선포식을 열고, 이어서 열린음악회 자리를 마련한다는 것이다. 이 행사에 투입하는 시민 혈세가 물경 7억 원으로 알려졌다. 6억5000만원을 KBS측에 행사유치 비용으로 지불하고, 나머지 5000만원은 당일 주변 정리 등에 쓴다는 계획으로 추경에서 확보했다는 것이다.

이 소식을 들은 도민들은 참 어처구니없다고 이구동성이다. 역사에 '쓰레기 시장'이었다고 기록되기를 희망한다는 제주시장이라지만, 아무리 쓰레기 줄이기가 중요하고 시급하더라도 이렇게 혈세를 제 마음대로 써도 되는 것인지 도민들이 묻고 있다. 국민에게 묻지 않고 비선 실세와 국정을 농단한 대통령식 행태 아닌가,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할 일이다. 창조경제·문화융성 예산을 떡 주무르듯이 해온 자들의 소행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든다.

"제주도민은 물론 전국에 제주도의 쓰레기 줄이기 실천과제를 알리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는 시장의 말은 옹색하면서도 궤변이라는 평이다. 도민 공감대 형성과 전국에 알리겠다는 의도는 시장 스스로의 정책 실천 의지보다 포장술에 능한 모습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KBS 열린음악회 시청률이 5% 내외인 점을 살펴도 그렇다.

혈세를 쓰레기 예산으로 만들어 버리는 일이 있어서는 결코 안 될 일이다. 11일 행사를 앞두고 7일, 그 계획을 발표한 뻔한 저의는 무엇인가. 현재 나라 사정도 그렇고, 태풍 차바로 인한 복구에 힘을 쏟는 시기에 참으로 거시기한 행사다. 추경에서 이 예산을 못 본 척 넘긴 제주도와 원희룡 지사는 물론 심의, 의결시킨 도의회 역시 제줏말로 "얼 빠진 거 아니꽝?", 묻지 않을 수 없다. 서귀포시는 제발 실천적 쓰레기 시책을 펴 나가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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