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사전적 의미로 ‘몹시 슬프고 분하여 나는 눈물’인 피눈물을 흘렸다는 말씀이 인구에 회자되어 실소를 자아냈다. 국민 모두가 귀를 의심할만한 말씀이 아닐 수 없다. 저러할 때 ‘피눈물’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릴 수도 있는 것이구나, 한 수 가르침을 받기도 했다는 국민도 있다. 이어지는 거짓말의 홍수 속에서 국민들은 ‘대한민국은 거짓말공화국인가?’ 착각이 들 지경이라 한숨을 내쉬기까지 한다. 이만저만한 국격 실추가 아닐 수 없다.

국회에서의 탄핵 가결 후 “피눈물이 난다는 게 무슨 말인가 했는데 이제 어떤 말인지 알겠다”며 눈물을 보인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서도 지난 10일 토요일, 광화문에는 80만, 전국적으로 104만명이 촛불을 들고, 횃불을 치켜들고 외쳤다. ‘즉각 퇴진, 구속’을 촉구했다. 찰스 헤이 주한 영국대사는 이날 7차 촛불집회를 현장에 나가 직접 보고서 “놀랍고 감동적이었다”는 의견을 피력했다고 전한다. “촛불집회에 참가한 인원에 놀랐고, 그런 중에도 폭력 사태가 단 한 건도 없이 평화롭게 마무리되는 것 역시 믿을 수 없었고, 광장에 운집한 시민들이 원하는 바를 끝내 실현시켜서 경이로웠다”는 이야기이다.

촛불혁명으로 지지도가 급상승한 이재명 성남시장은 SNS를 통한 국민들간의 네트워크를 ‘집단지성체’라 명명한다. “이미 국민들은 정보화 네트워크 사회에서 신경망들이 다 연결된 하나의 의식공동체로 성장하고 있다. 이전에 국민이 모래알처럼 분리된 조각이었다 한다면, 지금은 국민 전체가 1억 개의 눈과 귀를 가진 집단지성체로 진화한 것”이라는 말이다. 촛불의 힘은 바로 이러한 느슨하면서도 당기면 폭발력이 큰 국민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이뤄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몸종 하나일 뿐인 최순실의 잘못으로 인해 탄핵당했다는 대통령의 인식은 아직도 유신시대에 머물러 있다는 국민의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오히려 국민의 종, 머슴이 대통령 아니던가. 머슴 스스로가 몸종 운운하는 것은 사리에도 맞지 않는 일이다. 그리고 그 몸종만의 잘못으로 치부할 일도 아니다. 범죄에 대한 증거는 넘쳐나고 있다. 최순실의 태블릿 PC라든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휴대폰에 저장된 기록들만 해도 그 죄상을 하나하나 밝혀주고 있다. 범죄를 은폐하기 위해 거짓 증언을 하도록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와 국민들은 다시 ‘분노’하기도 했다.

최순실이 어떤 짓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는 대통령의 말씀은 어폐도 유만부득이다. 거짓은 거짓을 낳는 법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외신이 전하는 내용들은 차마 낯부끄러워 일일이 옮기기가 저어된다. 독일 언론 타츠는 “한국의 이번 부정부패스캔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징역형에 이르게 할 수 있다”고 예측하기도 했다. 결코 탄핵이 끝이 아니다. 국민의 힘으로 이루는 '촛불혁명'은 잘못된 역사의 청산으로 나아가야 한다.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