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정유년(丁酉年), 새해가 밝았다. 붉은 닭의 해라고, 세간에는 '밝음'과 '총명'의 기운을 운위하기도 한다. 어둠을 깨치고 밝은 새벽빛을 부르는 닭의 울음소리라는 뜻풀이까지 기분 좋게 다가드는 요즘이다. 무엇보다도 수심, 낙담, 절망, 고통 중에 있는 국민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희망의 상징어가 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갖게 한다.

다행스럽게도 곳곳에서 희망의 메시지가 나오는 까닭이기도 하다. <교수신문>에서는 지난해 희망의 말로 '곶 됴코 여름 하나니'(꽃이 정말 만발하고 열매가 풍성하다)를 제시했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이 있었으나 1천만 국민이 함께하는 촛불민심이 슬기롭게 이를 헤쳐나오면서 '민주주의로의 회귀'라는 거대한 결실을 맺었다는 긍정적인 해석이 나오는 요즘이기도 하다.

2017년 이어지는 희망의 말은 '내히 이러 바로래 가노니'라 한다. 역시 용비어천가 중 한 구절이다. 성난 민심이 배를 뒤집고 한데 어울려 표표히 흐르는 냇물이 되고 한 줄기 장강을 이루면서 바다에 이르러 합일되는 이치, 자연의 순리를 표상하는 말로 읽힌다. 정의와 공정이 흘러넘치는 사회로의 도도한 흐름이다.

하나가 되기까지, 그 과정에는 변증법적인 정·반·합의 갈림과 섞임, 굽이침과 직행, 급전직하와 솟구침, 반목과 일치 등이 빈발하면서도 흐르고 흘러 마침내 화합과 상생에 이르리라는 것을 쉬이 짐작해 볼 수 있다. 우리 사회가 겪는 분열과 갈등 역시 종국에는 어울림으로 상생하는 화합의 장이 되기를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서귀포 시민들 역시 그러한 현 세태 속에 조용한 가운데에서도 희망적인 변화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이중환 시장이 신년사에서 밝혔듯이 지난해 시민사회에 빚어졌던 수많은 갈등 요인들은 해를 넘겨서도 그 해결의 실마리가 언제 풀릴지 요원한 게 많다. 난개발에 따른 부작용으로서 후손들에게 물려줘야 할 자연에 대한 무분별한 파괴는 너무 심각한 상황이다. 또한 도심 고도제한 완화로 인한 경관훼손 역시 서귀포의 미래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에서 제기했듯 방치해서는 안 될 일이다.

관광객과 이주민 급증에 따른 도시환경 변화, 쓰레기 넘침 현상은 물론 극심한 주차난 대응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 문제가 되는 현장의 실태 파악과 제대로 된 통계를 바탕으로 하는 맞춤한 정책 개발이 급선무이다. 서귀포시 실정에 맞게 정책을 세우고 실행하는 노력이 있을 때 시민들의 공감과 동참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청정과 공존'의 '서귀포다움'에 대한 논의가 촉발되고 있는 만큼, 이 역시 정책 수립과 집행에 있어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향후 도시환경 조성에 대한 논의 역시 행정과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는 지혜로움이 요구된다 하겠다. 동홍천 복원 등 원도심 활성화 계획도 행정의 일방통행식이어서는 곤란하다. 돌다리도 두드려 건너는 심정으로 시민들의 의견을 경청하면서 적극적으로 소통할 일이다.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직 풀지 못한 과제들을 하나씩이라도 하루바삐 해소하는 일이다. 아직도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 칭하는 강정 해군기지로 인한 아픔, 구상권 문제 해결과 지역주민간 갈등 해소는 가장 시급한 과제다. 지금까지 말만 앞섰지 구체적으로 진정성 있게 접근하는 노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점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제2공항 건설 예정부지를 둘러싼 행정과 주민간 갈등대립 역시 마찬가지이다. 지역발전계획 같은 사탕발림으로 해소될 성격이 아니다. 행정은 더욱 자세를 낮춰 지역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입지선정 발표단계에서부터 절차적 의혹이 있는 부분에 대한 검증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여론이다. '무한소통'이 진정이라면 이제라도 주민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협의 기구 구성이 이뤄져야 한다.

시장이 약속했듯이 사람중심의 건강한 도시가 되도록 하는 일은 너무나 중요한 일이다. 그것은 시민들과 함께 할 때 가능한 일임을 재인식해야 한다. 안전한 서귀포시 역시 시민의 협조 없이는 이룰 수 없는 일이다.

'화명(和鳴)', 조화로운 소리가 의미하는 평화와 화합, 시민이 행복한 서귀포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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