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한민국 권력 최상층부가 아낌없이 보여주는 막장 드라마가 서서히 결말을 향해 치닫고 있는 모양새다. 권력의 허망함을 일깨워주는 대한민국 권력 실세들의 국정 농단은 이미 온 세계 조롱거리로 전락된 지 오래다. 문화예술, 스포츠계뿐만 아니라 외교계, 사기업 등 손을 뻗치지 않은 곳이 없다는 최순실에 대해 외신들은 '한국의 라스푸틴'이라 칭하기도 한다. 기실 외신들은 일찍부터 최순실 또는 최순실의 부친 최태민을 라스푸틴에 비유해 오기도 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리 라스푸틴은 제정 러시아가 몰락하기 직전에 황제와 황후의 신임을 얻은 후에 러시아 국정을 농단했던 요승.

개봉 13일째 손익분기점(350만)을 넘기며 롱런 흥행을 예고하는 500만 관객 돌파 영화 '더 킹'. 5.18 폭압으로 탄생한 전두환 정권 때부터 이명박 정권에 이르는 정치사는 물론 그 안에 음습하게 가려져 있는 권력의 이면사가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 가결 장면을 그대로 자료 영상으로 넣어 화제거리이기도 하다. 이 영화는 권력 최정점에 서겠다는 꿈을 가진 '태수'(조인성 분)가 대한민국 권력을 좌지우지하는 실세 '한강식'(정우성 분)을 만나 왕이 되기 위해 갖은 술수를 부리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

이 영화를 만든 제주 출신 한재림 감독 역시 박근혜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 그는 '더 킹'에서 보여주려 했던 권력의 핵심 요체는 무소불위의 권력이 아니라 '국민의 힘'이라고 말한다. 작디작은 촛불 하나하나가 결집되어 세상은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 않은가 반문하기도 했다.

한 편의 코미디 같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이 세상에 드러나기 훨씬 전인 2년 전부터 제작에 돌입했다. 감독의 선견지명이라고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지금 시국을 전혀 예상 못하고 만들었다. 요즘 현실이 영화를 초월한 것 같아 기이할 따름"이라니 예술은 상상에서 비롯되지만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한 감독은 세월호 참사에서 영화의 모티브를 얻었다고 말했다. 세월호 7시간이 아직도 풀리지 않은 시점에서 의미심장한 발언이다. "사회 기득권의 표리부동. 말도 안 되는 소리만 늘어놓는 저들은 대체 누구일까, 무얼 위해 저리도 권력을 움켜쥐고 있는 걸까, 의문이 들었다. 거기서부터 출발했다"는 것이다.

탄핵안 가결은 세월호 참사의 의문점을 푸는 열쇠이기도 하다. 문화예술계 인사 블랙리스트가 반 정부 인사에 대한 재갈 물리기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세월호를 덮기 위한 조치였음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촛불은 꺼지지 말아야 할 당위성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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