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뇌물죄 혐의 등 피의자로서 포토라인에 선 전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말은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라는 두 문장, 29자 코멘터리가 전부였다. ‘송구스럽다’고 하고 들어가서는 ‘아니다,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며 모든 혐의에 대해 부인했다는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대다수 국민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특히 새벽 3시경 박근혜 전 대통령 측 변호인 손범규 변호사가 언론 기자들에게 “악의적인 오보, 감정적인 기사, 선동적 과장 등이 물러났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애쓰신 검사님들과 검찰 가족에 경의를 표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커다란 의구심을 낳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에 21시간여 머문 시간 중에 피의자 신문조서 검토에만 7시간 정도 걸린 것은 자기 방어에 몰두했다는 분석이다.

진실을 밝히기는커녕 부인과 모르쇠로 일관하고서는 검찰 문을 나서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한 마디 답변 없이 승용차에 오르던 모습, 그리고 삼성동 자택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던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미소 짓던 그 모습은 국민 무시에 다름 아닐 것이다.


검찰은 박근혜씨를 구속해야 마땅하다. 국정농단의 일당들인 최순실을 비롯해 김종 전 문체부 차관, 안종범 전 수석, 조윤선 전 장관, 김기춘 전 비서실장 등이 구속된 상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뇌물 공여 혐의로, 이화여대 총장과 일부 교수 등은 정유라 부정입학 건과 관련해 모두 구속되어 있다. 피의자 박근혜씨에 대한 구속 수사는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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