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제69주년 4·3추념식에서 행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추념사는 하지 않음만 못한 언사로 일관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4.3 희생자 영전에 머리 숙여 애도의 뜻을 표하며, 삼가 명복을 빕니다. 그동안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고통의 시간을 보내오신 유가족 여러분께도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앞으로도 희생되신 분들의 뜻을 기리고 유가족 분들의 아픔을 치유하는 데 노력하겠습니다.” 정부를 대표하는 최고위층의 추념사치곤 너무나 의례적인 인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아직 미완의 4·3, 현재진행형인 4·3에 대한 명확한 인식은커녕 충분한 이해도 없이 추념사에 임했음을 알 수 있다. 아니면 애써 정부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언급을 회피한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4·3을 얼마나 우습게 보았길래 그랬겠느냐는 여론이다.

“2014년부터는 추념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여 정부 차원의 추모행사를 거행하고 있습니다”라고도 강조했는데, 정작 국가기념일로 정한 추념일에 합당한 정부의 의지가 전무한 점에 대해서는 무엇이라 변명할 것인가. 달력에 기념일 표식은커녕 추념일 오전 10시 추념 사이렌도 울리지 못하게 만들고 ‘잠들지 않는 남도’ 노래를 부르는 것조차 불허하는 게 합당한 조치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제주도의 미온적 태도 또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날 황 대통령 권한대행의 추념사에서 더욱 가관인 것은 국내 관광 활성화, 북한의 무모한 도발 책동 운운하면서 4·3 영령 추모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는 점이다.4․3 영령에 대한 진심어린 위무와 진정한 화합과 상생을 위하 단 하나의 정책 제시도 없는 추념사야서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한 술 더 떠 “최근 제주를 찾는 국내 관광객으로만 보면 작년 같은 기간보다 9% 가까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앞으로 민·관의 힘과 지혜를 하나로 모아 관광산업의 질적 성장을 이루는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들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라고 관광입국 주제의 포럼, 컨퍼런스 인사말에서나 알맞은 언사를 잇기도 했다.

진정성을 갖고 추념식 자리에 참석한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입장이었다면, 유족회장의 인사말에서 ‘총리가 4·3 희생자 결정을 수년째 미루고 있다’ 는 유감 표명에 답하는 성의 정도는 보였어야 옳은 처사였지 않은가. 4·3 유족들과 도민들은 적어도 4·3 희생자 배·보상 문제라든지 희생자 심의·결정 상설화, 4·3 수형인 명예회복, 4·3 행방불명인 유해 발굴 등 4·3 해결 과제 등에 대해 준비된 언급이 있었어야 마땅한 자리가 아니었는지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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