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0 민주항쟁 30주년의 의미가 전에 없이 크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특정 세력이나 계층, 일부 지역만이 아니라 사회각계각층, 남녀노소,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청소년들까지 함께해 이뤄낸 역사였다. 그래서 국민의 힘으로 역사의 물길을 바꾼, ‘국민이 승리하는 역사’를 경험했고, 그 벅찬 감동을 역사에 길이 새겨 놓을 수 있었다.

제주에서도 지난 10일 저녁 7시, 제주시청 앞에서 6월민주항쟁30년제주사업추진위원회 주관으로 ‘6월 민주항쟁 30년 제주지역 열사‧민주인사 합동추모제’가 열렸다. ‘기억을 넘어… 시대와 함께’하는 자리, ‘1987-2017 함께 나누는 기억, 다시 이어갈 미래’의 의미를 새기는 자리였다. 30년 이어온 민주화 운동 과정에 먼저 가신 분들이 이 땅의 민주주의, 평화, 통일을 위해 싸워왔던 정신을 꼭 이어받아 실현하겠다는 다짐의 시간이기도 했다. 

6·10 민주항쟁의 정신은 2016-2017 촛불시민혁명으로 타올랐다. 국민의 힘으로 국정농단 세력을 몰아내고 가슴 벅찬 새로운 민주정부를 수립하기에 이르렀다. 다시 주어진 과제는 역시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일이다. 6·10항쟁 정신을 이어 제도적 민주주의 수호에 그치지 않고 사회경제적 민주주의·국민참여 민주주의를 이끌어내고 정착시키는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6.10 민주항쟁 30주년 기념사에서 “문재인 정부는 6월 항쟁의 정신 위에 있다”고 선언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민주주의는 발전하고 인권은 확대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 있으므로 권력기관이 국민의 의사와 의지를 감시하고 왜곡하고 억압하지 않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

소득과 부의 극심한 불평등이 우리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만큼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를 넘어 경제 민주주의를 이루는 적폐청산은 시대적 소명이라 할 것이다. “민주주의가 밥이고, 밥이 민주주의가 되어야 합니다”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식은 옳고 또 옳다.  

오늘은 6·15 남북공동선언 17주년 되는 날이다. 지난 2000년 6월, 김대중·김정일 남북 정상이 분단 이후 처음으로 만나 ‘화해와 협력의 한반도’를 선포한 6·15의 정신은 2007년 노무현·김정일 남북 두 정상간 ‘10·4 정상선언’으로 계승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남북호혜 무드는 지난 이명박근혜 국정농단 정부와 그 추종 세력에 의해 철저하게 무시되고 훼손되었다. ‘비핵·개방·3000’으로 시작해 금강산관광 중단, 개성공단 철수에 이르기까지 지난 9년간 일관된 대북 강경대응 정책은 남북교류 단절에 그치지 않고 오히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를 부추기면서 한반도 전쟁위기, 냉전체제만 공고히 한 결과를 낳았다. 

정권교체가 이뤄진 이후 최근에 “북남관계 개선의 출로는 6·15 공동선언 이행”이라는 북한측 언사를 눈여겨 볼 시점이다. 그들이 밝히듯이 “6·15 공동선언은 민족의 화해와 단합의 기초이고, 북남관계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측면에서다.

북한의 핵폐기와 한반도 평화체계 구축을 위해서는 오는 6월 29일, 30일 이틀간 열리게 될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가 무척 의미가 크리라는 예측이 나온다. 남북관계의 개선, 평화체제 구축 더 나아가 평화통일에 이르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은 물론 일본과 러시아와의 역학 관계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중간 관계 또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그 과정에 한미군사훈련 문제라든지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 등도 풀려야 할 과제임은 물론이다. 

엊그제 한미연합사령부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외침 “We Go Together!”에 빈센트 브룩스 사령관을 비롯한 연합사측 참석자들이 한국말로 “같이 갑시다!”라 화답하는 광경에서 희망을 읽는다. 남북관계 개선을 통해 평화로운 한반도를 이루기 위한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더 필요하다.

이명박근혜 정부가 지난 9년간 대북강경정책, 방산비리 등으로 높이 쌓아올린 남북 냉전체제의 벽을 부수고 제대로 풀어내는 일은 곧 이 땅에 민주주의와 평화를 정착시키는 지름길이라 할 것이다. 6·10 민주항쟁 정신과 6·15 남북정상 선언에 담긴 정신을 계승하는 일에 다름 아니다.

새 정부 내각 구성을 위한 인사청문회와 추경예산안 심의를 앞두고서도 ‘같이 갑시다’라는 모습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 그동안 국정농단의 주연, 조연 역할을 했던 일부 국회의원들이 인사청문회의 청문위원으로 나섰다는 점 자체가 블랙코미디라는 세평이다.

애초부터 국민이 판단하기에 마땅치 않은 자들이 청문위원으로 나선 청문회인 까닭에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검증은 이미 물 건너 간 게 아니냐는 이야기다. 새 정부의 개혁·국민통합 의지에 딴 죽이나 걸고 어깃장 놓을 게 아니라 이제라도 ‘같이 갑시다!’는 국민의 바람을 수용해야 옳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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