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평] 청년의 시각으로 바라본 오페레타 <이중섭>

창작 오페라타 '이중섭' 공연 참여자들이 공연 후 관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오페레타 <이중섭>이 지난 5일, 서귀포예술의전당에서 열렸다.  이중섭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서귀포시가 주최하고 제주도립 서귀포예술단이 주관한 첫 대표 문화 컨텐츠 창작공연이다.

전 좌석 매진은 아니었지만, 평임에도 좌석 절반 이상이 채워져 공연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치가 드러났다. 시민들은 창작 공연의 막을 올리는 순간 뜨거운 박수로 응원을 보냈다.

이중섭, 그리고 서귀포

이중섭은 한국전쟁 당시에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약 1년의 피난생활을 하며 지냈을 뿐, 이 도시와 특별한 연고가 없었다. 하지만 서귀포는 이중섭의 예술세계에 영향을 준 것은 분명하다. 제주도 서귀포에서 지냈던 날들이 기쁘지 않았다면 제주도에서의 삶을 그려낸 수많은 작품들을 배출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서귀포시에서 사람들이 이중섭을 추억할 수 있도록 미술관과 생가, 소공원, 문화센터, 전시, 공연 등 많은 것들을 마련한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오페레타 <이중섭>의 흐름은 이중섭이 살아왔던 시대적 배경을 나열하는 순으로 진행됐다. 조명과 함께 서귀포예술단의 연주가 시작되고 성악 배우들의 독창과 중창, 합창이 시작됐다. 눈에 띈 것은 주 무대장치였다. 무대 뒤에 설치된 대형스크린과 주 배우들의 움직임을 보다 매끄럽게 연출할 수 있도록 꾸민 경사진 계단과 무대는 생동감과 입체감을 전했다.

무대와 영상에 독창적 시도들, 돋보여

초반 합창단원들이 알록달록한 의상을 입고 옹기종기 모여 등장하는 모습은 마치 뮤지컬 ‘캣츠’를 연상시키는 듯 했다. 수많은 색감들이 눈을 사로잡으며 시작됐다. #6. 엄마품의 내음 파트에서 자유와 가족을 찾아 떠나려는 이중섭이 어머니와 후에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난 후, 엄마 내음을 노래하던 독창 중 장면 뒤편에선 어린중섭, 어린중섭모로 보이는 배우들이 과거의 모습을 그림자효과처럼 오버랩됐다. 이중섭이 기억하는 어린 시절을 통해 어머니를 향한 심정을 더 잘 느낄 수 있었던 연출이었다.

오페레타는 경극 또는 희극이라고도 하며 소규모 오페라, 오페라의 축소 형태라 보면 된다. 기본적인 구성요소들을 다 갖추었다. 독창, 중창, 합창, 관현악으로 음악적 요소를 채웠고, 무대장치와 의상, 분장은 미술적요소를 나타냈으며 단연 오페레타는 대본과 가사를 포함한 문학적 요소에 충실했다. 극으로서의 구성과 연기로 연극적 요소를 더했으며 발레로 무용적 요소를 더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담겨져 있고 구성돼 있지만 아쉬움도 남는 무대였다.  ‘무용’이라는 구성요소를 담아낸 이번 오페레타는 극 중 이중섭의 심정을 몸짓을 통해 생의 마감을 외롭고 적막하게 잘 표현하며 마무리한 부분도 있었지만, 아무리 ‘무용’이라는 구성요소를 담아낸다고 해도 극 중간에 오히려 시선이 분산되어 버린듯했다. 주연배우들에게 집중되어야 할 때 굳이 무대 앞쪽에서 동선을 그려내야 할까 라는 생각이 스쳤다. 아무래도 무용수의 표현 영역이 좁다보니 고정되어 있었던 마이크를 넘어뜨려 하울링이 울리며 관객들의 집중도를 떨어뜨리기도 했다.

기대가 컷던 만큼 아쉬움도 남아

음향은 약간 멀리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조금 아쉬웠다. 공연에서 가장 신경 써야 했던 음향 사고도 몇 차례 나면서 탄탄하게 준비되지 못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빨갱이 취급을 받고 춘화로 여겨지며 작품이 철거되는 모습 뒤에 띄운 스크린 안의 이중섭의 대표작품 황소는 긴장감을 고조시키고자 특수효과를 둔 새로운 설정이 눈에 띄긴 했으나 시선이 분산될 만큼 다소 과했다는 느낌이다.

공모로 캐스팅된 주역 배우들과 서귀포합창단원들, 무용팀들은 서로 동화되지 못한 느낌이 컸다. 관악단과 합창단 모두 서귀포예술단 인력만을 활용하기 보다는, 그리고 서귀포 예술의전당에서만 공연하기 보다는 제주도 대표 문화 컨텐츠로 키워 나간다는 목적이 있다면 그에 맞는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도내에 많은 기관들과 공연장이 썰렁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네 번의 공연을 모두 서귀포 예술의전당에서만 하는 것은 모든 제주도민들이 누리기에는 역부족해 보였다.


 서귀포 대표 문화컨텐츠로 발전하길 기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걸 수 있는 것은, 올해로 두 번째로 열린 창작 오페레타 <이중섭>이 정체성을 확립해가는 과정이자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해가며 수준 높은 공연으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이라고 본다. “차근차근 지역에서 내실을 기해 중앙무대로 진출할 수 있는 콘텐츠로 만들기 위한 그림을 그려가고 있다”는 서귀포시 문화예술과 관계자의 말과 일맥상통하는 바이다.

사실,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화가 이중섭의 삶을 수많은 사람들이 기억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 분야의 지원과 끊임없는 노력으로 만들어낸 것은 자랑이다. 수준 높고 실력 있는 인재들을 섭외하고 여러 시간을 투자해 작품을 만들어간다는 노력만으로도 굉장한 성과라고 본다. 또한 서귀포시의 첫 대표 문화 컨텐츠를 창작한 것만으로도 앞으로의 발자취를 기대해 볼만 하다. 이런 애정 어린 창작극을 보길 원하는 도민들의 기대에 맞춰 보완할 부분을 보완하고 잘하고 있는 부분에 힘을 실어 수준높은 공연으로 발돋움하길 진심으로 응원한다.

저작권자 © 서귀포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