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문관광단지 소나무 숲이 벌겋게 물들고 있다. 듬성듬성 눈에 띄던 소나무재 선충병 감염목이 어느새 단지 전체로 번진 듯한 양상이다. 감염목을 베어낸 후 바로 치우거나 훈증처리하지 않고 주변에 쌓아둔 채 방치해 둠으로써 소나무재 선충 매개체인 솔수염하늘소 서식 공간이 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는 마치 소나무가 모두 감염되어 벌목되길 바라는 것 같은 현장이다. 

한라산국립공원으로 감염이 확산되고 있어서 문제는 더 심각하다. 제주도는 지난 6월, 해발 900m 지점 한라산 어리목 입구 도로변 1그루와 고랭지 시험포 입구 해발 730m 지점 2그루가 소나무재 선충병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하고 한라산 전 지역의 의심 고사목 조사에 나선 바 있다. 그 결과 국립공원 내 고사목 41그루 가운데 해발 730~800m 사이에 분포하는 11그루가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감염 이유에 대해 제주도는 지난 6월에는 “1100도로 옆에서 감염목이 확인된 점에 비춰 차량 등에 의한 이동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가 7월에는 자연적 감염일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 진위를 알아보기 위해 현장을 확인한 결과 지난해 고랭지 시험포 입구, 헬기 계류장 주변에서 감염목을 토막내 쌓아놓은 더미들과 베어낸 후에 통째로 방치된 소나무마저 발견되었다니 방제 현장의 무책임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다. 

쌓여 있는 소나무 둥치와 토막 등에서는 수많은 탈출공들이 있음이 확인되었다. 이 탈출공이 솔수염하늘소의 탈출공이라면 감염목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한라산 소나무 군락이 소나무재 선충 감염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라 해서 틀리지 않을 것이다.  7월에 현장을 다시 찾았을 때에 6월 확인 때에는 없던 시료채취 흔적이 나 있었다고 전하는 것으로 보면, 이렇게 방치한 소나무 토막 더미들이 솔수염하늘소 서식지로서 작용했던 것이 아닌지 제주도는 밝혀야 할 것이다.

한라산 국립공원 내 재선충병 감염목 제거비용 10억원과 한라산 해발 1000m 지점까지 주입할 나무주사 예산 114억원 등 총 124억원의 예비비가 다시 요청되었다니 국민 혈세 낭비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4차 방제까지 쏟아부은 예산(1차 447억원, 2차 481억원, 3차 436억원, 4차 389억원)만도 이미 2000억원을 넘어섰다. 200만 그루에 육박하는 소나무를 베어내고도 소나무재 선충병 감염을 막아내지 못하고 한라산 1000고지 이상까지 위협받고 있으니 그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인지 도민들이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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