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국회 부결 이후 서로 얼싸안는 자유한국당 의원들  모습이나 “국민의당이 지금 20대 국회에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정당”이라 자평했다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발언 등에 대해 대다수 국민은 냉소를 날린다. 착각도 유분수라는 말이다.

정치판에 난데없는 ‘1류3류論’이 등장하기도 했다.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안철수 대표가 이해진 전 네이버 이사회 의장에 대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부정적 평가에 따른 비판 발언에서다.

“20년 전 이건희 회장이 ‘우리나라 기업은 이류, 행정은 삼류, 정치는 사류’라고 한 적이 있다. 지금 수준이 한 단계씩 높아졌다고 해도 삼류가 일류를 깔본 셈”이라고 말했다. 한 단계씩 높아졌다면 ‘이류’가 ‘일류’를 깔본 것이어서 계산이 맞지 않은 어법이기도 했다.

이는 김상조 위원장, 문재인 정부는 삼류이고 네이버 이해진 총수는 물론 안 대표 자신도 일류라는 점을 은근히 내비친 것이다. 과연 그런가? 국민들은 이러한 발언에서 겸손하지 못한 안 대표의 오만과 무지를 엿본다. 1995년 당시 김영삼 정부에 미운털이 박혀 있던 삼성 총수의 입에서 나왔던 발언 배경을 제대로 알았다면 차마 내뱉지 못할 비유이기도 했다. 벤쳐1세대인 안철수·이재웅 등이 모듬치기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일시나마 고개 숙이게 한 셈이지만 안 대표에게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여론이다.

더군다나 김상조 위원장의 발언 내용을 보면 그렇게 발끈할 일도 아니었음이 드러난다. 스티브 잡스와 비교하면서 “네이버 정도의 기업이 됐으면 미래를 보는 비전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이(해진) 전 의장은 잡스처럼 우리 사회에 그런 걸 제시하지 못했다. 이 전 의장과 짧은 대화를 했지만 그런 점에서 아쉬움을 느꼈다. 지금처럼 가다간 수많은 민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어디에 일류·삼류를 논할 건덕지라도 있었는지 실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적어도 일류 정치라는 말을 들으려면 대정부질문에 임하는 4선 국회의원 출신 이낙연 국무총리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권은 최순실 국정농단의 가장 큰 수혜자”라는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의 주장에 대해 이 총리는 “어떻게 수혜자인가. 최순실 국정농단의 큰 짐을 떠안은 것을 저희들로서는 불행으로 생각한다”고 받아 넘겼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중학생(질의 국회의원)을 대하는 자상한 대학생(이낙연 총리)”이라 비유했듯이 팩트에 입각한 총리의 답변은 국회의원들의 질문을 모두 우문으로 돌리고 말았다.

‘촛불 개혁 국민’이 일류정치의 본류이다. 아직 국민의 뜻을 제대로 일지 못하는 정치 지도자들은 구태정치를 벗어던져야 한다. 자신이 일류라고 우쭐댈 일이 아니라 더욱 겸손하게 국민의 뜻을 따르고 위기에 처해 있는 국정의 동반자로서 적극 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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