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가 필요한 위험인물들의 명단. 흔히 수사 기관 따위에서 위험인물의 동태를 파악하기 위하여 마련하는 명단이다. 감시 대상 명단, 요주의자 명단으로 순화해 사용하기도 한다’. ‘블랙리스트(blacklist)’에 대한 국어사전 뜻풀이이다.

지난 정부에서 블랙리스트가 작성되고 이를 철저하게 활용했다는 증거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MB정부 시기 문화·연예계 내 정부 비판세력 퇴출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줄줄이 엮어져 나오는 자료들이 국민들로 하여금 아연실색케 하고 있다.

무시무시한 사회통제와 감시망이 지난 9년간의 이명박근혜 정부에서 작동되었음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당하는 사람은 물론 주변의 대다수는 모두 짐작하는 일들이었다. 하지만 엄연한 사실임에도 믿기지 않는다는 국민들도 있어서 문제다. 북한의 1인 지배체제 아래 이뤄지는 인민에 대한 무시무시한 감시와 통제, 처단 등과 크게 다를 바 없었던 것 아니냐고 말하는 이들도 더러 있다.

국정원, 국방부 사이버사령부 등 막강한 힘에 의해 주도면밀하게 진행됐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국민들이 너무 무감각해져 있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유신시대를 지나 다시 전두환·노태우 군부가 권력을 잡은 암울한 시대를 지나오면서 무자비한 공권력에 길들여져 온 탓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에 비판적인 사람이나 단체는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는 환경. 멀쩡하게 받던 지원금이 하루아침에 끊기거나 인사 조치 등으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정부 비판 활동’이 블랙리스트 등재 기준이었다니 소가 웃을 일이다. 아둔한 국민들의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대한민국 이 땅에서 이뤄졌었음이 새 정부 들어 뒤늦게 밝혀지면서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문화예술계만이 아니라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존재했던 각종 리스트들은 사회통제와 인권침해가 얼마나 심각했는지 여실히 증명해 준다.

야만적인 정권의 진면목, 그 민낯이 하나하나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적폐가 하나하나 들춰지고 드러날수록 이명박근혜 정부 9년은 명실상부한 국정농단, 범죄집단에 의한 국가경영이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대통령과 그 권부 주변인들의 말과 행위들을 하나씩 용의선상에 올려놓고 세밀하게 뜯어보고 분석해보면, 얼마나 국민을 무시하고 기망하면서 국정을 농단해왔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다. 국민 인권을 침해하고 핍박한 증거들이 나올수록 국민들의 심정은 참담함 그 자체일 수밖에 없다.

제주도 내에서는 블랙리스트보다 ‘화이트리스트’가 있어서 끼리끼리 끌어주고 밀어주기 문화가 승하다는 말들이 많다. 지사가 바뀔 때마다 선거 공신을 중심으로 하는 이너 써클이 작동되면서 떡고물이 있는 곳, 이익이 있는 곳에 이들이 들끓는다는 여론이다. 벌써 그 조직은  2018년 6․13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가동되기 시작했다. 이제 이러한 적폐도 우리 도민들이 끊어낼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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