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296개 양돈농가 대상 양돈장 운영실태 전수조사 결과, 10월 기준으로 55만8086마리의 돼지가 사육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축이력관리시스템 통계보다 2.2% 많은 것이다.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또, 분뇨 처리량이 사육두수에 근거한 기준량보다 적은 양돈장도 49곳으로 확인되면서 보다 철저한 조사가 필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뿐 아니라 도내 GIS시스템에 총 360개 숨골이 등록되어 있으나 양돈장 주변 숨골은 2개소로 나타났다는 조사결과 역시 ‘숨골’의 기준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여론이다. '숨골'은 지표와 지하를 연결하는 지하수 함양 통로라고 생각하면 조사가 잘못되었거나 기존 GIS시스템 등록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농어촌은 물론이고 도시라 할지라도 대부분의 집 마당이나 뒷곁 등 주변에 대개 쏟아진 빗물 등이 스며들어가는 숨골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제주 땅 전체가 숨골이라 봐서 무방하다는 것이다. 이번에 조사한 296개 양돈장 주변에 GIS시스템 상 달랑 2개의 숨골만 존재할 뿐이라는 수치는 엉터리 아니냐는 지적이다. 거의 모든 양돈장 주변에도 크고 작은 숨골이 수백, 수천 개 널려 있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분뇨처리량이 사육두수 기준보다 턱없이 적게 나왔다는 사실은 그러한 연유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017년도 후반기 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소비자와 도민의 편에서 고민한 흔적 없이 양돈 사업자들의 입장을 거드는 듯한 발언이 쏟아져 지켜보는 도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지난 2002년 4월부터 돼지열병 유입을 방지하기 위해 타 지방 돼지고기 도내 반입, 유통을 전면금지해왔으나 지난 10일을 기해 반입금지 조치를 조건부해제한 사실에 대해 성급한 조치였다고 농수축경제위원회(위원장 현우범) 소속 도의원들이 입을 맞춰 도를 성토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명분과 실리 사이의 고민이 읽히는 장면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동안 축산악취 줄이기에 수백, 수천억원의 혈세가 지속적으로 투입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제주지역 축산 악취가 고착화된 것은 안일한 행정 때문이라는 세간의 여론임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모 도의원은 지난 6월 추경예산 심사 때에 “축산분뇨 악취 저감과 관련해서 행정에서 할 만큼은 했다고 본다”고 도를 두둔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제는 농가의 자구노력”이라는 지적과 함께. 이에 대해 도 축산과장은 “농가들을 대상으로 교육 등을 통해 설득해나갈 계획”이라고 어정쩡한 답변을 했으니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양돈장 중에서도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곳도 있다. 그런 곳에서 (냄새저감 방안을) 배워야 한다”는 제안을 따른 것인지, 축산 관계 공무원은 지난 12일, 원희룡 지사를 무창(無窓) 양돈장으로 안내했다. 이날 원 지사의 현장 방문은 돈사 내부 악취 개선을 위한 냄새저감 시설을 설치한 모범 농가 사례를 확인하고, 업계 의견을 들어 양돈산업의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달고 행해졌다. 

어쩌면 사기가 떨어져 있는 양돈 사업자들을 다독이기 위한 지방선거 전략이 가미된 것 아니냐는 여론도 있으나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발걸음이다. 무창(無窓) 양돈장은 꽉 막혀 있어서 냄새가 밖으로 크게 번지지 않는다는 효과에 그칠 뿐 양돈악취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니다. 가장 큰 원인은 분뇨처리에 있기 때문이다. 돈분을 쌓아놓거나 퍼나르거나 액비화해 사방팔방 뿌려지거나 숨골 등을 이용해 알게모르게 몰래 버려지고 있다면 백년하청일 것이다.

제주도내에도 돈사에서 발생하는 분뇨를 미생물순환시스템 등의 설치를 통해 처리함으로써 돈사 내부 용수로 활용하기도 하고 퇴비로도 만들면서 냄새를 확실히 잡고 있는 양돈장이 엄연히  존재한다. 이러한 기술은 전국 각지는 물론 중국, 대만, 홍콩, 싱가폴 등지로도 수출길을 열고 있어서 제주경제 활성화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기도 하다.

서귀포시 축산 관련 공무원이나 도 축산 담당 공무원들도 이와 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다만 이러한 기술이 그동안 제주 양돈산업에서 관련 공무원들과 사업자들에 의해 모른척 배제되어 오고 있어서 문제이다. 그래서 행정과 양돈사업자는 물론 도의원 등 도내 정치계 일부 인사들에 의해 형성된 카르텔이 양돈악취문제 해결을 더욱 꼬이게 하고 어렵게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잘 알면서도 원희룡 지사를 무창양돈장으로 발걸음하게 했다면, 이는 직무유기이며 보조금 지원과 관련된 축피아, 돈피아 관련 범죄의 일단이라 할 수 있다. 인지수사에 돌입해야 할 사안이며, 도민들이 척결해야할 적폐인 것이다. 도지사가 양돈산업에 대해 소상하게 알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해 그동안의 관행대로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는 것을 아름다운 미덕이라 일컫는 행태가 지속된다면 이는 천혜의 제주자연환경과 도민의 생활환경을 해치는 일임을 명확하게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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