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일출봉 자락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이다. 제주도는 자라나는 아이들의 몫으로 남겨둬야할 소중한 자산이다.

“불의에 맞서 가신 그대여/ 다시 오실 때에는 시퍼런 의로움으로 오시라 … 이 기만적인 화해와 상생의 시대에/ 그대는 불화와 상극의 진정으로 오시라/ 신열로 들끓는 억센 돌개바람으로 오시라” - 김경훈 시인, 양용찬 열사 추모 시 ‘그대는 분노로 오시라’ 일부.

7일 저녁에 도청 앞에서 열린 양용찬 열사 26주기 추모문화제에는 양용찬 열사를 기억하는 시민과 가족들뿐만 아니라 제주 땅이 개발로 몸살을 앓아 온 세월 속에 대규모 개발로 인해  내몰림을 당하고 인권마저 유린당하고 고통당하며 그 아픔을 삭혀온 강정마을과 성산읍 주민들도 자리를 함께 했다. 

이 자리에서 제2공항 반대를 표명하며 30일 넘게 단식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성산읍 주민 김경배씨는 “양용찬 열사의 이름만 들으면 눈물이 나고 투쟁의지가 솟아난다. … 고향이란 삶의 터전이자 생명이다. 제주의 미래를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결의를 밝히기도 했다. 절절한 고향 사랑의 마음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도민은 26년 전 양용찬 열사의 선각자적 외침을 다시 기억하고 새겨야 한다. ‘삶의 터전으로서, 생활의 보금자리로서의 제주도’는 어떠해야 하는지 이 시점에서라도 보다 진지하게 숙의하며 실천적 대안을 마련해 내야 한다. 2000만, 3000만 관광객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제주도정의 외침은 지금이라도 궤도수정이 필요하다.

‘주민 동의와 의견수렴 없이’ 제2공항 입지 선정을 밀어붙인 일에 대한 책임 소재도 명확히 밝혀야 한다. 주민공청회 과정도 없이 갑작스러운 입지 선정 발표로부터 최순실 국정농단 일당의 부지 결정 개입설, 또한 그동안 국토부와 제주도의 엇갈린 입장 발표 등에 대해서도 감사원의 감사가 조속하고 철저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자연·문화·사람의 가치를 키우는 제주’라는 도정 캐치프레이즈가 무색한 제주도의 현실이다. ‘청정과 공존’을 내세운 도정의 그늘과 상처가 치유할 수 없을 만큼 이미 너무 깊다. 지금 당장 개발지상주의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동안 천혜의 제주 자연환경 파괴를 일삼은 난개발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고 나선 사람이 있었는지 돌아보면 해답이 나온다.

책임져야 할 사람들을 찾아내 도민들이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 후손에게 넘겨주어야 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제주자연환경과 인문자원은 우리 도민 스스로 지켜내는 것이 소명임을 다시 자각하고 지킴이로서 실천에 적극 나설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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