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민심을 받드는 일’은 국가에만 지워진 책무가 아니다. 지방 정부 역시 지역에 쌓여있는 폐단을 씻어내야 한다는 촛불민심을 헤아리는 정책수립과 집행, 행정행위 소명에서 예외일 수 없다. 문재인 정부 출범 7개월여, ‘촛불민심을 받들어서 나라를 바로 세우는 일, 또 나라를 나라답게 만드는 일’에 매진해온 정부에 비해 제주도정은 과연 무엇을 해왔는가, 도민들의 물음에 직면해 있는 요즘이다.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시기를 맞아 제대로 매듭짓지 못한 채 해를 넘기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살펴보면서 도민들의 걱정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선6기 원희룡 도정이 이제 6개월여 남은 시점이다. 닥쳐 있는 6·13 전국 동시 지방선거를 감안하면, 실제 원희룡 도정이 일할 수 있는 시간은 그다지 많이 남아 있지 않다. 그러함에도 도정 운영의 불학실성은 더 깊어지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여론이다.

제2공항 입지 선정과 건설계획은 이미 절차적 정당성이 무시된 채 추진되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를 둘러싼 갈등의 골은 더 깊어져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 과정에 보여준 도정의 대응은 답답하다 못해 주민들로부터 분노만 키우는 모습을 보여줬다. 도정의 위기관리 능력 부재 상황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도지사가 전문행정가로서의 면모는커녕 정치가다운 중앙정부와의 절충 능력조차 보여주지 못하면서 광화문 천막 투쟁과 삭발 투혼을 야기시키기도 했다. 과연 그렇게 주민들이 나설 일이었는지 원 도정은 자성해야 한다.

제주특별법 개정안의 연내 처리 무산 역시 국회내 여·야 대립이 원인이라 하지만, 그 책임은 원 도정으로 귀결된다. 특히 제주도가 27일에 도의원선거구획정조례 개정안을 입법예고한대로 ‘동지역 통폐합’ 획정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해당 선거구 주민 반발과 그 후유증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지 감감한 상황이 예측되고 있다. 특별법 개정안 국회통과에 좀 더 힘을 쏟아야 하는 이유이다. 

무분별한 개발 위주 정책 집행으로 인한 환경훼손과 10년만에 최저 수위를 기록한 지하수 고갈 등의 문제도 도정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축산분뇨 불법 무단배출 역시 관피아와 엮인 관행, 적폐로 떠오르기도 했다. 원희룡 도정이 내세운 제주의 미래가치 ‘청정과 공존’은 온데간데 없다. “올해도 제주도의 환경은 악재가 계속됐다. 정책부족과 의지 결여가 그대로 드러나 범도민적 비판에 직면했다”는 환경단체 등의 지적을 뼈아프게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도토리 키재기식의 ‘강정 구상권 철회’ 공치사에 나설 때가 아니다.

“나라 바로 세우기라는 것이 그냥 관념적인 그런 일이 아니라 실제로 국민의 삶을 바꿔내고 도움이 되는 일이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체감하게 해드리고, 그 다음에 그에 대해서 정부를 믿고 함께 하면 되겠다라는 식의 청신호를 드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국무위원들에 대한 주문은 지방 정부 수장에게도 당연히 요구된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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